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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의 음양오행 경제

가장 빈한한 때에 대하여<2>

춘분, 농사의 시작이자 고뇌의 시작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19-03-25 08:29:26

▲ 명리학자 김태규 칼럼니스트
춘분은 한 해의 농사가 시작되는 때이다. 밭갈이 논갈이가 시작되고 이런저런 농사 준비로 인해 갑자기 바빠지는 때이다. 옛 사람들은 겨울 동안 아침과 저녁 두 끼만 먹다가 춘분부턴 힘을 써야 하니 점심을 먹었다고 한다.
 
더 먹어서 좋은 것보다 그만큼 힘겨운 때가 시작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한 끼를 더 먹게 되면 그만큼 비축된 양곡이 더 빠른 속도로 바닥을 드러낸다는 말도 된다. 그러니 춘분은 바빠지는 때이자 시름이 본격화되는 때이기도 하다.
 
가령 생각해보라, 자영업자인 당신이 수입은 줄고 있는데 지출해야 할 비용은 여전하고 이대로 있자니 결국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 이에 영업활성화를 위해 어렵게 비축해 놓은 얼마 되지 않는 비상자금을 홍보에 써야 할 것 같을 때의 심정이 어떨는지.
 
당연히 시름이 깊어지지 않겠는가. 춘분으로서 농사 준비에 나서는 옛날 농부의 마음보다 오늘날 자영업자의 마음이 더 힘들면 힘들었지 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춘분은 해가 길어지는 때이자 농사준비가 본격화되는 때, 그리고 힘겹게 또 다시 삶의 투쟁에 나서야 하는 때라는 것을 이제 알 것이다.
 
춘분과 입하의 관계
 
저번 글에서 춘분의 때에 입하를 말하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얘기를 했다. 춘분에서부터 입하에 이르는 한 달 반의 기간은 참으로 모순이자 동시에 고뇌와 고통의 기간이란 말을 하기 위함이었다.
 
왜 모순이고 고뇌의 시간인가? 농부는 4월 20일 경에 볍씨를 뿌린다. 4월 20일이면 이제 쌀독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는 시점이다. 그러니 볍씨에 눈이 간다. 볍씨는 밥을 지어 먹을 수 있는 쌀이란 사실이다. 당장 배가 고프니 볍씨로서 밥을 해먹을 것인가, 아니면 주릴지언정 볍씨를 뿌릴 것인가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입하는 생사(生死)의 갈림길
 
이에 눈 딱 감고 가을의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면서 볍씨를 뿌렸다고 하자. 으레 때가 되면 새싹이 나오겠지 하는 마음이겠지만 사느냐 죽느냐가 경각에 달린 사람의 생각에 새싹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오기도 한다.
 
오늘날 농사는 너무나도 농법이 잘 확립되어 있어 그런 불안감을 갖는 농부는 없다, 하지만 자영업자인 당신이 마지막 비상금을 영업활성화를 위해 투자한다고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죽기 아니면 살기의 마음이 될 것이다.
 
양력 5월 초순의 입하는 땅속에 심은 씨앗이 땅가죽을 뚫고 싹을 내미는 바로 그 순간이란 사실. 그 순간 농부는 가장 빈한하다.
 
아직 보리 수확은 시일이 좀 더 남았으니 입하야말로 식량은 바닥 나고 수입은 전혀 없을 뿐 아니라 그나마 비상식량일 수 있는 볍씨는 이제 먹을 수 없는 벼가 되어 머리를 내밀고 있는 그 순간이기 때문이다. (보리는 빨라야 5월 20일 경이나 되어야 먹을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옛날 이 때를 보릿고개라고 불렀다.)
 
그렇기에 입하의 때는 가장 빈한한 때가 되는 것이다. 그냥 빈한한 것이 아니라 생사가 갈리는 지극히 빈한한 때란 얘기이다.
 
옛날 농경시대 우리 선조들은 입하 무렵이면 거의 알곡을 먹지 못했다. 밭작물은 물론 먹을 수 있는 것은 다 찾아서 허기를 때웠다. 초근목피, 풀뿌리와 나무껍질을 먹기도 했다는 말이다.
 
입하는 헝그리 복서를 만들어내는 때
 
늘 순환, 즉 운의 순환에 대해 얘기한다. 60년 순환에 있어서 춘분의 때는 입춘 바닥으로부터 7.5년이 경과한 때이고 입하는 그로부터 다시 7.5년이 흘러 입춘에서 15년이 흐른 때가 된다.
 
앞글에서 1968년은 미국의 60년 순환에 있어 입하의 때란 말을 했다. (1953년이 입춘 바닥이자 시작이었다. 동시에 2013년 또한 미국 국운의 새로운 60년 순환에 있어 입춘 바닥이었다. 그러다보니 트럼프란 이단아가 등장할 수 있었다.)
 
입하의 때가 되면 더 이상 체면이고 나발이고 차릴 여유도 필요도 없어진다. 절로 그렇게 된다.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실전적으로 변한다. 그게 바로 헝그리 복서의 시작이다.
 
섹시한 대통령인 케네디의 큰 소리로 시작된 미국의 베트남 전쟁이었지만 1968년이 되자 세계 최강대국 미국 역시 더 이상 체면을 차릴 여유가 없어졌던 것이고 이에 창피를 무릅쓰고 베트남에서 발을 뺐다.
 
1979년은 우리 대한민국의 입하였으니
 
그렇다면 이제 우리의 얘기도 해보자. 우리 대한민국의 60년 순환에 있어 입춘은 1964년이었다. 이에 춘분은 1972년이었고 입하는 1979년이었다.
 
독재자 박정희는 독한 마음으로 1976년, 한 해로 치면 4월 20일 경의 곡우에 미래의 수확을 위한 볍씨를 뿌렸다. 나라의 명운을 걸고 모든 가용자금을 다 모아서 중화학공업에 대해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게다가 부족한 재정을 보충하기 위해 안 그래도 힘겨워하는 국민들의 살림에 한 번 더 커다란 부담을 지웠으니 부가가치세의 신설이었다. 실로 독한 조치가 아닐 수 없었다.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었다. (장사하는 이들은 부가세의 무서움을 실감할 것이다. 월급쟁이들은 모르겠지만.)
 
우리 국운의 입하는 1979년, 가장 빈한한 때가 찾아들었다. 설상가상으로 그 직전에 제2차 석유파동이 터졌다. 안 그래도 어려운 처지였는데 정말 죽어라 죽어! 하는 판국이었다.
 
생활고를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시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1979년 10월의 부마사태였다. 그리고 10월 26일 박정희는 부하의 총에 의해 죽고 말았다. 우리 대한민국이 가장 빈한한 처지에 빠졌을 때의 일이었다. (오늘날 ‘부마민주화항쟁’이라 부르지만 이는 훗날에 와서 붙여진 명칭이고 사태의 본질은 ‘생활고’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브렉시트는 영국 국운의 입하
 
목하 영국은 이미 결정된 브렉시트의 이행을 놓고 엄청난 혼란에 빠져있다. 이 역시 2017년이 영국의 입하였기에 벌어지고 있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영국 역시 현재 몹시 가난하다. 영국의 보통 시민들은 생활하기가 결코 녹록하지 않다.
 
영국의 유권자들은 2016년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서 브렉시트를 결정했다. 하지만 정작 이행이 눈앞에 다가오자 갈팡질팡하고 국론 분열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입하는 낡은 흐름과 새로운 흐름의 교체기인 까닭이다.
 
또 다시 새로운 춘분이 오고 입하가 올 것이니
 
다시 우리 대한민국으로 되돌아오자. 2024년이면 360년 거대 순환 속에서 세 번째로 맞이하는 60년 순환이 시작된다. 국운의 제3기가 2024년으로서 시작된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2032년이면 또 다시 국운의 춘분이 될 것이고 2039년이면 또 다시 우리 대한민국이 가장 빈한해지는 국운의 입하가 될 것이다. 단정하긴 어렵지만 아마도 그 무렵 정도에 남북한이 본격적으로 하나가 되는 때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얼마 전의 글 ‘어디로? 어떻게?한 글에서 얘기했다. 북한의 2500만명 주민은 고스란히 우리가 떠안게 될 2500만영의 난민이란 사실에 대해서. 같은 민족이 하나가 된다는 감회는 잠시일 것이고 현실은 남한의 우리가 엄청난 부담을 떠안게 되는 일이다. 그러니 전체가 가난해지고 빈한해지지 않겠는가 말이다.
 
게다가 현재 청년은 줄어들고 있고 노령화는 일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복지비용은 눈덩이처럼 커져갈 터인데 장차 그때 가서 세금을 부담할 세대들은 숫자에서 대폭 줄어들 것이니 그들의 고충은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주력산업들을 새롭게 이어갈 미래 신산업이 제대로 성장해주지 않을 경우, 우리를 지탱시켜온 수출이 경쟁력을 잃게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러니 2039년 무렵에 우리는 충분히 가난해지고 빈한해져 있을 것이다. 춘분히 예상해볼 수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앞에서 미국의 예, 영국의 예, 그리고 우리의 예를 얘기했다. 사실 이런 사례는 얼마든지 말할 수 있다. 그러니 지난 한 주 동안 국운의 입하에 생겨나는 일에 대해 빠져서 생각하고 또 생각할 법도 하지 않았겠는가.
 
물론 이는 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사람은 당연히 그렇다. 나 호호당은 입춘 바닥으로부터 15년이 된 사람을 대번에 알아본다. 가진 것이 없어 보이는데 눈빛은 오로지 생존에 대한 욕구로 형형하다. 입하의 눈빛이다.
 
돈이 되기만 한다면 천리길이고 만리길이고 달려갈 태세를 보인다. 자존심 따윈 집어치운 지 오래되었고 오로지 살아남기 위한 일념(一念)으로 말과 행동이 간절하고 또 간절하다. 나 호호당은 그간의 상담을 통해 입하의 눈빛을 일순 포착할 수 있다, 충분히 배고픈 헝그리 복서의 눈빛을.
 
이제 이틀 후 21일은 2019년의 춘분이다. 한 해의 힘겨운 투쟁과 전투가 본격화될 것이다. 시름 또한 당연히 깊어질 것이다. 온 세상이 싸우기 시작할 것이다. 물론 사랑도 할 것이다. 그러니 세상은 사랑과 투쟁이다. (우리 인간이란 존재는 참으로 특별한 존재여서 투쟁이란 말 대신에 평화란 말로 현실을 위장해가고 있지만 말이다.)
 
예전에 이런 말이 있었다. 춘분에 하루를 놀면 한 해 내내 배부르지 않다, 그러니 우리 모두 춘곤증으로 힘들더라도 애써 스스로를 채근해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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