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굴욕’…20년만 대한항공 경영권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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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서 ‘반대 35.9%’ 사내이사 연임 실패…재벌 총수 중 최초 사례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3-27 11:52:25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경영권 확보에 실패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이하·주총)서 반대표에 부딪친 까닭에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대표직을 맡은 지 20년 만이다. 오너리스크로 인한 경영 악화 등이 원인으로 분석되며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한 후 처음으로 재벌 총수가 자리에서 물러난 사례로 남게 됐다.

대한항공은 27일 정기 주총을 개최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을 비롯해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을 안건으로 올렸다. 이 중 관심이 집중됐던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안건은 찬성표가 64.1% 나오는 데 그쳐 부결됐다.

대한항공 정관은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66.6% 이상의 표를 얻어야하는 셈이다. 조 회장은 반대표 35.9%에 밀려 결국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을 잃게 된 것은 지난 1999년 이후 20년만이다. 조 회장은 당시 아버지 고 조종훈 회장의 뒤를 이어 대한항공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바 있다. 1992년 처음 사장자리에 오른 점 등을 고려하면 약 30년만에 대한항공 경영권을 잃은 셈이다.

주총 전부터 조 회장의 연임은 난항이 예고됐다. 당초 대한항공 2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은 조 회장의 연임에 반대의사를 전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아이에스에스(ISS)와 국내 의결권자문사 서스틴베스트, 좋은기업지배연구소 등도 조 회장의 대항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표를 행사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조 회장의 우호지분이 33%에 달했지만 오너리스크로 인한 여론의 악화 및 경영권 악화 등이 약점으로 꼽히며 재선임 가능성은 더욱 낮게 점쳐졌다. 통상적으로 주총 참석률이 70~80%에 달하는 점에 미뤄볼 때 조 회장은 발행 주식 중 50% 이상의 지지만 얻으면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분석됐다. 추가적으로 16% 정도의 표만 추가적으로 얻으면 된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소액주주 중 적지 않은 수가 조 회장 퇴진 의견에 동조했고 표 대결은 더욱 관심을 모았다.

대한한공 주총에는 주식 7004만946주로 총 의결 총수 74.8%가 참석했다. 조 회장은 주총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추가적으로 우호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조 회장은 반대표에 밀렸고 결국 대표이사직을 잃게 됐다.

시선은 대한항공의 행보에 쏠린다. 오너리스크를 일정부분 해소하며 정상화될 수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지만 일각에서는 주요 현안 처리가 어려워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항공은 델타항공과의 조인트 벤처(JV) 조기 정착,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의 성공적 서울 개최 등 주요 과제가 산적해 있었다. 조 회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배경이다.

조 회장 일가의 그룹 지배력도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됐다. 조 회장의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사내이사로 남아있는 상태나 조 회장의 부재는 뼈아프다. 대한항공에 대한 조 회장 일가의 영향력이 약해지며 그룹 내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도 약화될 전망이다. 한진그룹은 한진칼이 지주사로 있고 아래 대한항공 한진 등 핵심 회사들이 나머지 회사들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해당 회사들이 그룹 내 방향성을 주도하는 셈이다.

한편 조 회장의 경영권 상실은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한 후 총수 일가를 자리에서 끌어내린 첫 사례로 남게 됐다. 대한항공 지분 11.56%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열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건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권 침해 이력을 이유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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