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과시한 국민연금…재계, ‘경영간섭’ 우려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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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반대표에 총수 퇴진…‘국민연금 경영 간섭’ 우려 현실로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3-28 14:13:59

국민연금공단(이하·국민연금)의 경영권 침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대표이사 연임에 실패한 가운데 국민연금의 반대의사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그간 ‘주총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 후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고 있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바탕으로 주요 기업에 대주주로 있는 국민연금의 입김이 커지자 재계 안팎은 우려를 표하는 분위기다. 스튜어드(집사)가 아닌 주인행세를 한다는 지적까지 뒤따르는 분위기다.

28일 재계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10%이상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의 수는 90개에 달한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토대로 막대한 자금을 축적한 점이 주요기업의 대주주로 활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대한항공의 경우 국민연금이 11.56%의 지분을 가지며 2대 주주로 있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용한데서 불거진다. 27일 조 회장이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된 결정적 원인도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조 회장 사내이사 연임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재계 안팎은 국민연금이 민간기업의 경영에 간섭해 자유경제를 침해한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스트어드십 코드를 통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주주인 국민의 권익을 극대화하고 장기 수익성을 제고한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이나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투자자들이 집안일을 맡은 집사(스튜어드)처럼 고객과 수탁자가 맡긴 돈을 자기 돈처럼 여기며 주주 활동과 같은 수탁자책임을 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행동지침 및 모범 규범을 말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까닭에 사실상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기업경영을 좌지우지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눈초리가 모아진다. 조 회장이 오너리스크를 일으킨 장본인이라곤 하나 연임 실패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등 국민의 노후자금을 가지고 민간기업의 경영에 과도하게 간섭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시선은 국민연금의 행보로 모아진다. 당장 29일에 한진칼 주주총회가 열린다. 국민연금은 그간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한 후에도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으나 이번 대한항공의 주주총회 결과로 본인들의 존재감을 재계에 알렸다. 국민연금의 의사가 현실화 된다는 걸 보였고 국민연금의 의사에 소액주주들이 동참하는 현상이 주목을 끌었다.

국민연금의 행보에 대해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재계는 부담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내 주식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주주권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기업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며 “국민연금은 수탁자 책임원칙에 의거해 과도하게 경영활동에 개입하거나 시장을 교란시키지 않도록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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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현 기자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