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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사정이 나빠지면 수면 하에 숨겨져 있던 온갖 악재들이 다 튀어나온다. 다시 경제가 좋아지면 수그러들기는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제반 문제들을 보면 의외로 심각한 것들이 많다. 이러한 일련의 것들이 사회적 자본의 고갈로 연결되면서 성장 동력을 저해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곧잘 비교 대상으로 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의 여건을 평가해 보더라도 우리의 수준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형편이다. OECD 35개 회원국 중 자살률 1위, 출산율 꼴찌, 성차별(유리천장지수) 1위, 노인 (상대적) 빈곤율 1위, 공기 질(質) 최하위, 결핵 발생률 1위에 더해 학습시간, 연간 노동 시간, 출·퇴근 시간 등까지 1위를 하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갈수록 나쁜 척도에서 1위 혹은 꼴찌를 하는 가지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다. 과연 3만 달러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을 정도다. 소득에 비례하여 삶의 질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역주행을 하고 있다.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다가 이러한 소식들을 접하면 갑자기 우울해지기도 한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나타나는 또 하나의 현상이 있다. 바로 세대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진다는 점이다. 가장 민감하게 등장하는 이슈가 바로 일자리 다툼이다.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작은 파이를 놓고 젊은 세대와 고령 세대가 격돌한다.
요즘같이 정년이 연장되고, 수명이 길어질수록 일을 하려는 고령자들은 더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서로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많아지고 불신이 증폭된다. 우리 사회에서는 예로부터 장년 혹은 노인들 중 꼴불견인 사람을 ‘꼰대’라고 부른다. 과거에는 부모나 선생님을 비하하여 부를 때 사용하는 언어였으나 최근에는 광범위하게 통용되고 있다.
젊은이들이 특히 싫어하는 꼰대들의 특징은 매너나 배려심이 없고, 나이를 내세워 억누르고 하며,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절대 생각을 바꾸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남은 아랑곳하지 않고 독불장군 식으로 사는 ‘이기주의자’들이다. 그렇다면 젊은 세대들은 어떤가. 나약하고, 쉽게 포기하며, 무례하고, 책임감이 없다. 이기심으로 보면 피장파장이고, 어떻게 보면 우리들이 만든 자화상이기도 하다.
일본도 지난 20여 년의 장기 불황 시대에 세대 간의 대립이 극심했다. 일본의 경우 2차 대전 직후에 태어난 ‘단카이(團塊) 세대(1947∼1950년생)’를 지칭하여 베이비붐 세대라고 일컫는다. 해방 후 건국에다 한국전쟁까지 치루고 난 뒤 시작된 우리의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보다 10년 정도 빠르다.
이들이 은퇴한 2010년을 전후하여 일본의 경기가 가장 좋지 않던 시절에 세대 간의 불화가 최고조에 달했다. 일본에서는 우리의 꼰대와 비슷하게 쓰이는 용어인 ’단카이 몬스터(Monster)'라는 말이 있다. 젊은 사람들을 꾸짖고 권위만을 내세우는 노인들을 통칭한다.
실제로 이들은 일본의 경제 기적을 만든 장본인이라고 생각하면서, 2∼3세들에게 자기네들이 이룩한 일본 경제의 파이를 다 까먹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핀잔을 주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러나 이들의 부도덕하고 엽기적인 행위들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권위가 대폭 실추되었다.
한동안 길거리 등 공공장소에서 노인들이 저지르는‘묻지 마’범죄가 성행하기도 했다. 오죽 답답하면 분노를 자제하지 못하는 이들을 두고 ‘폭주노인’이라고 부르면서 사회적인 큰 문제로 취급하였겠는가.
눈만 뜨면 보이는 ‘꼰대들의 꼴불견’, 사회적 자본 고갈 촉진시키는 최대 적(敵)
그러나 최근 일본에서 이러한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고 있다. 경제가 회생하기 시작하면서 일자리가 남아돌아가면서부터다. 청년들은 거의 100% 완벽하게 취업을 하게 되고 노인들도 할 수 있는 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일본 정부도 ‘1억 총 활약하는 사회’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세대 간의 융화를 적극 권장하기까지 한다.
풍요한 부모 세대와 달리 과열 경쟁과 고독에 시달리던 ‘단카이 주니어’라고 불리는 자식 세대들도 새로운 의욕을 찾아가고 있다. 최악의 상황까지 갔던 세대 갈등이 경제 회복과 더불어 서로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방향으로 반전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비해 우리는 아직도 질곡의 터널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때의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 20대들이 현재의 좌절과 방황으로 신음한다. 우리 꼰대들은 이들을 이해하고 다독거리기보다 거의 내팽개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꼰대 문화’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이기적인 사고나 틀을 그대로 유지한다. 자신들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 지 전혀 인지하고 못하고 있다.
TV에서는 잊을만하면 다시 선량들의 청문회가 열린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도덕적 결함투성인 사람들로 즐비하다. 정당하거나 공정하게 살아온 인물들은 어디에 숨어 있는지 모두 한결같다. 구미 선진국에서는 본인이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면 아예 공직에 나서지 않는 것이 전통적인 불문율이다.
이들에 비하면 우리 꼰대들은 너무 파렴치하고 철면피다. 말과 행동이 다르고, 겉과 속이 다른 전향적인 몬스터들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가장 치를 떨게 하는 것이 불공정과 불공평이라고 한다. 꼰대들이 이들에게 표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부지기수다.
불과 수년간 공부한 허울 좋은 간판 하나로 평생을 지탱해 먹고 살려는 오합지졸의 꼰대들이 젊은이들에게 우습게 보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누구를 탓할 필요 없이 꼰대들이 먼저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인생 후반에 새로운 도전이라도 하려면 젊은 세대들과 화해해야 한다.
낮은 자세로 그들의 고민을 이해하고, 경험을 공유하면서 윈-윈 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더 이상 후배들에게 본이 되지 못하는 꼰대들의 일탈은 금물이다. 경제 회복을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정신이 혼미하거나 비정상적인 꼰대들을 퇴출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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