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주 
우리나라가 중국의 글로벌 경제패권 최전선에서 위험한 최전방에 서려 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지난달 말 중국 하이난 보아오(海南省 博鰲)에서 열린 포럼은 누가 봐도 무한권력을 쥔 시진핑 국가 주석의 ‘21세기판 차이나 대상로’(隊商路) 건설을 위한 일대일로(一帶一路) 홍보의 장이었다.
보아오포럼은 외견상으로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을 지향한다. 아시아 역내 국가들의 긴밀한 협력과 경제발전을 목적으로 출범된 기구다. 비영리·비정부 기구라는 점에서 아시아 유력 기업인들이 대거 참여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올해도 국내 굴지의 대기업 총수들이 많이 보여 주목을 받았다.
포럼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중국이 아시아 유력 기업인들 앞에서 이른바 ‘일대일로 중국몽’(中國夢)을 확산하기 위해 잰걸음을 했다. 포럼에 참석하지 않은 시진핑 주석은 포럼이 열리는 행사기간과 겹친 일정으로 유럽 3개국을 순방하면서 일대일로 확산을 위한 로드맵을 동시에 밟았다.
중국은 짧은 기간 투트랙 전략으로 유럽과 아시아에서 일대일로에 사활을 건 회심의 행보를 했다. 여기에 우리의 기업인들이 참여해 박수를 보내면서 일대일로 참여에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다소 모호하기는 했지만 화답하는 사인을 보냈다. 신남방·신북방 정책 연계협력을 언급한 만큼 중국은 당연히 우리의 일대일로 참여를 기정사실화 하는 발표까지 하고 나섰다.
현대판 시황제라는 별칭을 듣고 있는 시 주석의 일대일로 야심은 지금 거침이 없다.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아프리카까지 중국몽을 심고자 하는 그의 운명을 건 빅베팅이 가히 광폭행보다.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주요국들에 수십억에서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차관을 제공하는 한편 천문학적 자금의 투자와 상품구입 등에 나서면서 글로벌 판을 급격하게 키우고 있다.
선진 7개국 중 처음으로 일대일로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이탈리아에서도 중국의 큰 돈 보따리가 풀렸다. 중국은 에너지·금융·철강·토목·금융 등의 분야에서 3조원이 넘는 공동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프랑스에서는 에어버스 항공기 300대를 구입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중국은 여전히 아시아 각국과 아프리카 등 많은 국가들에도 거액의 원조와 차관을 제공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문제는 중국의 사업참여가 도로·항만·철도·댐 등의 인프라 부분이라는 데 있다. 이들 인프라는 부차적인 경제발전 유인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재정이 약한 나라들은 중국의 빚쟁이 국가로 떨어지고 있고 빚 감당을 못하는 일부 국가는 이미 손을 들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일찌감치 일대일로 참여국가들의 과잉부채를 우려하고 나섰지만 중국몽 드라이브는 오히려 강화돼 왔다. 과거 중국의 든든한 재정이 이 같은 나 홀로 패권주의를 가능하게 했지만 현재 상황은 어둡게만 전개되고 있다. 중국 국가 재정이 현저히 감소하는데다 자국 내 지출요인이 급격히 불어나 위험천만한 곡예운전을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빚쟁이로 전락한 국가들이 감당을 하지 못하는 도미노 사태가 겹치면 중국 재정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따라서 중국 내부에서도 속도조절론이 나오고 있지만 시진핑 주석의 완강한 고집 때문에 소위 ‘황심을 누가 건드리겠느냐’는 자조 섞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때마침 이번 보아오포럼 주제도 ‘공동의 운명, 일치된 행동, 공동의 발전’이라는 화두가 내걸렸다. 리커창 총리는 포럼에서 노골적으로 일대일로를 언급해 화두의 방향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아시아 지역 단일화 수준을 한층 높이자면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이 조속히 타협안을 도출하도록 하는 한편 일대일로 공동건설과 각국 발전전략 간 연계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에 신남방·신북방으로 화답을 했으니 중국이 오버 페이스를 하도록 만들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동참한 기업인들이 박수를 치는 분위기까지 조성됐으니 중국은 한국의 일대일로 참여를 당연하게 봤을 것이다. 시 주석은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적으로 일대일로 참여를 강하게 주문해 오던 참이었다.
하지만 세계경제의 양대 주축인 미국과 유럽(EU)의 속내는 다르다. 미국은 그 입장이 강력하면서 엄정하고 유럽은 유연하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해 강한 경계감과 아울러 우려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점은 같다. 미국은 일찌감치 신식민주의, 채권제국주의 등으로 일대일로를 원색 비난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전략적 경쟁자의 위험한 행동으로 예의 주시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신남방 정책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을 향한 우리 방식의 구애라는 점에서 일대일로와는 독립적으로 수행돼야 한다. 여기에 일대일로를 접붙이기 하면 훗날 우리 경제와 우호국들까지 돌이키기 어려운 치명적 손상을 받을 우려가 크다.
신북방 정책 또한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노태우 정부시절의 북방정책과 구분되는 핵심 방점에 비공식적이지만 북한을 정점에 두고 있다. 남북러, 북중러 등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유라시아 철도, 가스관 연결, 북극항로 개발 등에 북한은 빼놓을 수 없는 방점이 틀리지 않다. 하지만 여기에도 일대일로를 잘못 접목하면 신북방 정책 자체가 큰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일대일로는 설사 성공을 해도 우려되는 사안이 많다. 중국은 자유무역의 확대를 주장하지만 중국의 체제와 시스템을 보면 믿을 수 없다. 공산당 일당독재를 유지하기 위한 내부재정이 막대하게 쓰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로인한 불투명한 재정구조와 급증하는 부채는 불신의 반증이다. 날로 심화되는 전방위 부패구조와 금융불안도 마찬가지다. 재정 쓰임새는 무한히 증가할 상황에 처했다. 중국은 글로벌 경제의 자유무역에 이로움을 주기보다 자국 중심의 이권 챙기기에 혈안이 되는 국면으로 나아가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최악의 사태는 물론 일대일로 실패다. 이 경우 그야말로 참혹한 사태가 일어난다. 거대한 중국발 경제위기가 태풍처럼 수십개 국가를 휘몰아칠 수밖에 없다. 미-중 무역분쟁과 지속되는 갈등의 불씨는 이에 기름을 끼얹는 재료다. 미국은 지금도 중국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카드로 압박하고 있는 중이다. 일대일로는 그만큼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사상누각이다.
중국경제의 빠른 발전 양상은 앞으로 재현될 가능성이 적다. 오히려 중국이 10년 내 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있다. 그만큼 중국 내부에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이 거대하게 만들어졌다. 우리는 이 지뢰밭에 섣불리 발을 내딛으려 하고 있다. 일대일로에 대한 다각적이고 다양한 대응책을 선제적으로 세우지 않으면 어정쩡하게 다리만 걸쳐도 우리는 비극적 상황을 자초할 우려가 매우 크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7
감동이에요1
화나요2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