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릉 
전주 
국가 간의 호(好)·불호(不好)나 원근(遠近)도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그래서 영원한 친구나 적도 없는 ‘프레너미(frenemy)’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들 하지 않은가. 어제까지만 해도 동맹국이라고 하면서 서로 친밀함을 과시하다가도 수가 틀리면 언제든지 등을 돌리는 것이 국가 관계에서는 다반사다.
공교롭게 이럴 때일수록 내부적으로는 정치적 포퓰리즘이 더 생겨난다. 우리끼리 뭉치자는 식의 어설픈 국가이기주의나 민족주의 등이 튀어 나오면서 점점 더 미궁에 빠질 수도 있는 개연성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서로 줄 세우기를 강요하는 판이 되다 보니 삐걱하다가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는 판이 조성되고 있다. 엉뚱한 자리에 가 있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분명한 것은 국가 이미지가 올라가면 국력이 상승하는 분위기를 타게 되고, 반대의 경우는 국력이 쇠퇴한다. 해외 시장에서 한국 기업 혹은 상품이 잘 나가거나, 국가 대항 스포츠 경기에서 우수한 성적이 나오면 다른 나라들이 한국을 무시할 수 없는 국가로 이미지가 높아진다.
역으로 별 볼일 없는 국가로 전락하는 것 또한 시간의 문제다. 상대 국가의 입장에서 우리가 매력적이지 못하면 언제든지 관계가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이는 정치적인 이유뿐만 아니고 경제적인 이유로서도 생겨난다.
국가 간의 관계가 껄끄러워지면 기업이나 개인의 활동이나 이익이 제약을 받기도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국가는 항상 지혜로워야 하고, 혹시나 이런 경우가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나서서 이들을 보호하거나 방어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
만약 이에 무관심하거나 무방비로 일관하다면 이는 국가로서의 책무를 기피하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국가란 그만큼 매우 엄중한 것이고, 국민은 그 소속감으로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활동한다. 그러나 국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심하게 망가지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국민은 원래의 국가를 떠나게 된다.
팔레스타인, 예멘, 시리아 등이나 최근 베네수엘라 등에서 보금자리를 잃은 난민들이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어 여기저기서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는 현상을 목격한다.
제대로 된 나라들은 자국민이 해외에서 불이익을 당하거나 고통을 받는 것에 대해 추호의 거리낌이 없이 과감하게 행동을 한다. 즉각적인 물리적 반응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강력한 외교력을 동원하여 상대와의 담판을 위해 적극 나선다. 그런 국가에 속해 있는 국민들은 무한한 자긍심과 경외심을 표시한다. 그래서 국가는 강해야 하고, 설사 강대국이 아니더라도 국제사회에서 결코 무시당하지 않는 탄탄한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우리의 면적, 인구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절대 강국이 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지정학적으로도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 끼어 여차하면 힘도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주저앉을 수 있는 위치에 놓여 있다. 실제로 지난 세기의 상당 기간 동안 우리의 선조들이 국가 관리를 잘못하여 엄청난 시련을 당하기도 했다.
세계사의 흐름에 순응하지 못하고 우리끼리 내분만 일삼다가 누구를 탓할 필요도 없이 엄청난 시련을 당하였으며, 지금도 그 충격파가 지속되면서 서로 자기가 옳다고 이전투구를 하고 있다. 그 때와 지금의 모습이 매우 흡사하다면 지나친 기우일까.
‘다크호스(Dark Horse)’ 국가의 면모를 갖추지 못하면 설 자리는 좁아진다
지금의 현실로 돌아와 보자. 북핵 문제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한답시고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국가 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북한은 우리를 우습게 본다. 이래도 따라오고 저래도 따라올 것이기 때문에 엿장수 마음대로 주무른다.
중국과는 사드 배치로 꼬이면서 마치 고양이 앞에 쥐처럼 할 말도 못하고 전전긍긍한다. 그 와중에 중국에 들어가 있는 우리 기업이나 국민들이 중국 진출 이후 최고의 고초를 겪고 있다. 급기야 상당수가 보따리를 싸서 중국을 떠나고 있는 판이다. 물론 국가에 모든 책임을 떠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렇다고 국가가 이에 완전히 자유스럽지는 못하다.
미국과는 전통적인 동맹 관계에 금이 가면서 사사건건 손익계산 하느라 분주하다. 중국의 패권 야욕 저지를 위한 아시아·태평양 다이아몬드 안보 동맹에 일본, 인도, 호주는 들어있어도 우리는 빠져 있다. 마음만 먹으면 미국이 우리를 동맹에서 제외할 수 있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일본과는 수교 이후 사상 최악의 대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행위들이 무슨 국익에 도움이 되겠는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는 주변 당사국들이 모두 우리를 무시하거나 신뢰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국가의 운영은 감성보다 이성이 앞서야 하며, 특히 특정 이익 집단의 주장이나 편견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철저하게 국익을 우선으로 해야 하며, 국내외에 있는 자국민들이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기업이나 국민이 해외에 나가서 나름대로 대우를 받고 정상적으로 비즈니스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가 그나마 버텨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력은 경제력, 군사력 그리고 소프트파워의 힘에서 나온다. 미국이나 중국과 같이 될 수 없다면 그들이 사귀고 싶은 나라, 동맹으로 끌어안고 싶은 매력적인 나라가 되어야 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기술력과 상품력에서 탄탄한 잠재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군사력도 적절한 힘을 갖추면서 상대가 쉽게 넘보지 못하는 실력을 계속 보강해 나가야 한다.
소프트파워는 한류를 비롯해 우리가 갖고 있는 경제적 성취도를 통해 우호적인 다수 국가 부류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것들이 면면이 유지되어 왔지만 근자에 이런 저력이 삽시간에 무너지고 있는 분위기다. 대한민국은 ‘다크호스(Dark Horse, 남이 잘 의식하지 않는 유력한 경쟁자 혹은 기대되는 유망주)’ 같은 나라가 되어야 굴욕적이지 않고 당당하게 존재감을 갖게 된다.
이도 저도 없으면 주변 국가들 모두가 우리를 업신여기거나 별 볼일 없는 나라로 간주하게 되고,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진다. 내우외환이 겹치면서 국가의 존재감과 국민적 자부심이 마구 가라앉고 있는 분위기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1
화나요5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