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카드업계…카드사 노조, 총파업 돌입하나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제2금융

알맹이 빠진 해결방안에 ‘분통’…16년만 총파업 카드 만지작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4-10 16:11:29

카드사노조 총파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금융당국이 전일 내놓은 ‘카드산업 경쟁력 제고 TF’ 결과에 카드업계 종사자들이 반발한 까닭이다. 카드업계는 금융당국의 결정이 수익성 악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생존권 사수’를 위해 총파업도 불사하려는 움직임이다.

카드사 노조가 10일 노조위원장 회의를 열고 총파업을 결정하기로 했다. 9일 금융위원회(이하·금융위)가 지난해 12월부터 진행해온 ‘카드산업 경쟁력 제고 TF’ 발표 결과에 반발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노조 측은 금융당국의 발표에 ‘경쟁력 제고 방안이 아닌 약화 방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드사 노조가 이번에 총파업을 결정한다면 지난 2003년 카드사태 이후 16년 만의 총파업이 된다.

금융당국이 TF를 구성한 까닭은 정부가 지난해 카드수수료개편안을 발표한 데 있다. 정부는 경기침체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의 부담이 커지가 카드수수룔 낮춰주는 혜택을 줬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들은 8000억원에 달하는 수수료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금융당국은 이를 보전하기 위한 방안을 고안했던 것이다. 카드업계가 요구한 15개 항목 및 역진성 해소 방안 등을 중심으로 후속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책에 카드업계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점이 파업의 불씨를 지폈다. 카드사는 다른 여전사와 같은 수준인 10배까지 늘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금융위는 현행 6배 수준을 유지한다는 뜻을 분명이 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신 레버리지 비율을 계산할 때 총자산에서 빅데이터 신사업 관련 자산과 중금리대출 자산을 총자산에서 제외키로 했다.

레버리지란 자기자본에서 총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카드업을 제외한 여전사의 경우 10배까지 가능하다. 카드업은 과도한 외형확대 경쟁 제한을 이유로 6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빅데이터 관련 신사업은 이번에 카드사 진출이 허용된 마이데이터,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 빅데이터 제공서비스 등을 말한다. 중금리대출 자산의 경우 평균금리 11%, 최고금리 14.5%, 4등급 이하 70% 이상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카드수수료 감소에 따른 기존 상품에 대한 부가서비스 축소 요구도 사실상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업계는 당초 부가서비스 의무 유지기간을 기존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신규상품에 대한 수익성 분석 합리화 및 내부통제 강화를 통해 과도한 부가서비스 탑재 자제를 유도한다는 선에서 그쳤다. 이밖에도 15개 요구안 외에 카드업계가 주장한 대형가맹점 갑질 및 역진성 해소에 대해서도 아직 뚜렷한 답을 내지 못한 채 마무리된 것으로 확인된다.

카드사 노조는 이번 TF결과를 바탕으로 총파업을 검토하려는 방침이다. 이번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오는 5월 중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파업인원은 카드사 직원 및 카드모집인, 배달업체 등 협력업체 종사자 등을 포함해 최대 1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파업이 단행돼도 기존 카드결제시스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에 기존 카드 이용자들의 경우 이용에는 큰 불편함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나 일부 신규고객 및 내점고객 등의 경우 일정 부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카드노조 관계자는 “총파업은 최후의 수단인 만큼 TF 결과와 관련해 개별 카드사들이 모여 논의를 거친 뒤 결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가 내놓은 대책은 크게 △고비용 마케팅 관행 개선 △카드사 수익원 다변화 △영업행위 규제 완화 등으로 나뉜다. 여기서 카드 포인트와 마일리지 할인 등 부가서비스를 축소하는 것이 핵심으로 지목된다.

금융위는 카드사의 경영실적 악화에 대한 배경으로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은 6조7000억원이다. 2015년 이후 매년 10% 이상 증가한 셈이다. 마케팅 비용은 가맹점 수수료 수익의 55%에 수렴한다. 이 중 포인트 및 마일리지 적립, 할인 등의 부가서비스 비용이 5조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에 금융위는 신규 카드상품을 대상으로 부가서비스 비용이 가맹점 수수료와 연회비 등의 이익을 초과하지 않도록 유도키로 했다. 카드사가 부가서비스를 지금보다 대폭 축소하거나 연회비를 올려야 하는 셈이다.

대형 가맹점과 법인회원에 집중된 마케팅 비용도 줄인다. 통신사와 대형마트 등 대형 가맹점에 투입되는 마케팅 비용은 수수료 수익에 비해 최대 1.4배 많은 것으로 확인된다. 카드사의 ‘출혈경쟁’의 면모를 보여준다.

금융위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법인회원에 결제금액의 0.5%를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을 연내 여전법 시행령에 반영키로 했다. 대형 가맹점에 대한 사내복지기금 출연 및 해외여행 경비 제공 등 부당한 현금성 보상금 제공도 금지한다.

[강주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기자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