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억 담보로 5000억 요청한 박삼구…‘기회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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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내 경영정상 실패시 아시아나 매각’…'배수진vs시간끌기' 엇갈리는 시각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4-11 12:10:37

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금호그룹)이 오너일가의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채권단에 담보로 맡기기로 했다. 담보를 통해 5000억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3년 내 아시아나항공이 경영정상화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금호그룹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하·산은)에 경영정상화 자구계획을 제출했다. 자구계획안에 따르면 금호그룹은 최대주주의 모든 지분을 담보로 내놓고 핵심 자회사로 꼽히는 아시아나항공도 매각할 수 있다. 대신 5000억원에 달하는 경영정상화 자금을 요청했다.

금호그룹이 이번에 내놓은 지분은 박삼구 전 회장의 부인과 딸 등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4.8%다. 박 전 회장의 부인 이씨와 자녀 박세진 금호리조트 상무가 가진 금호고속 지분은 각각 3.1%(8만6176주), 1.7%(4만7814주) 등이다. 현금으로 환산할 시 141억원 규모로 평가된다.

박 전 회장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금호고속 지분 42.7%도 담보로 맡긴다. 현금으로 환산하면 1262억원 규모로 평가된다. 다만 박 전 회장 부자의 지분은 금호타이어 지원을 조건으로 담보로 묶여있는 상태다. 금호그룹 측은 채권단이 담보를 해지해주면 다시 추가 담보로 내놓겠다는 뜻을 전했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보유 항공기를 처분하며 비수익 노선을 정리하기로 했다. 인력 생산성도 높이겠다는 뜻을 전했다. 채권단 대출금 등은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등을 비롯한 그룹 자산을 매각해 갚기로 했다. 3년의 경영정상화 기간을 보장해주고 이 기간 동안 채권단이 설정한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해도 좋다는 뜻도 밝혔다. 박 전 회장의 경영복귀는 없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금호그룹이 오너일가의 금호고속의 지분을 내놓고 아시아나항공 매각까지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점은 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를 위해 모든 것을 내걸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금호고속은 금호그룹 지배구조의 꼭대기에 있는 기업이며 아시아나항공은 박 전 회장이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기업으로 알려진 까닭이다.

금호그룹 관계자도 “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내놓은 만큼 이번 자구계획은 박삼구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기 위한 모든 카드를 다 내놨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채권단이 금호그룹의 자구계획을 받아 들일지엔 의구심이 남는다. 산은 측은 금호그룹이 오너일가의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담보로 제공한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내놓은 추가 지분은 4.8% 뿐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사실상 141억원을 추가 담보로 해 5000억원을 빌려줘야 하는 입장인 셈이다.

조건부로 내걸은 3년이라는 시간도 너무 길다는 입장이다. 그 기간 동안 박 전 회장이 후계구도를 구축하는 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까지 몰리고 있다. 금호그룹과 박 전 회장 일가가 일종의 ‘시간끌기’를 하는 게 아니겠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금호그룹의 자구계획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최 위원장은 “박 전 회장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퇴진하겠다고 해놓고 또 다시 3년의 시간을 달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금호엔 그간 30년의 시간이 있었는데 현 상황까지 오게 됐으며 3년의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회장이 물러나면 아들이 경영에 나서겠다고 하는 데 뭐가 달라진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대주주의 재기가 아니라 회사를 살리는 데 초점이 맞춰줘야 할 것이다”고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강주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기자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