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인류의 눈앞에 나타나다…사상 첫 관측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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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8개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 연결한 거대 가상 망원경으로 포착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4-11 14:34:27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HT)’ 프로젝트 연구팀이 10일 공개한 8대의 전파망원경으로 포착한 블랙홀 이미지 [사진=NASA]

이론과 상상으로만 추측했던 블랙홀의 실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10일 오후 10시(우리나라 시간) 세계 과학자들이 참여한 블랙홀 탐사 프로젝트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 EHT)’ 연구진은 “블랙홀을 인류 역사상 처음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블랙홀의 실제 이미지를 전 세계에 공개했다. 과학사에 큰 획을 긋는 천체물리학의 성과로 평가된다.

로이터 통신은 10일(현지시간) 연구팀이 세계 각지에 설치된 망원경 네트워크를 이용해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는 블랙홀이 빛까지 빨아들이는 강력한 중력을 갖고 있어 인간의 눈으로 직접 관찰할 수 없었다. 인간의 눈으로 사물을 보기 위해서는 사물에서 반사된 빛이 눈으로 전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200여명의 세계 천체물리학자들로 구성된 EHT 연구팀은 빛이 블랙홀 바깥을 지날 때 휘어지면서 생기는 ‘블랙홀 그림자’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관측에 성공할 수 있었다.

연구팀이 공개한 블랙홀은 지구로부터 5500만 광년 거리에 있다. 초속 약 29만9792km의 빛의 속도로 5500만년 달려야 하는 거리이므로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먼 우주에 자리하고 있다. 처녀자리 은하단 중심부의 거대은하 ‘M87’ 한복판에 있는 이 블랙홀은 무게가 태양 질량의 65억 배에 달하는 ‘초대질량 블랙홀’이다.

연구팀은 전 세계 8개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거의 지구만한 크기의 거대한 가상 망원경을 만들었다. 관측은 2017년 4월 5일부터 14일까지 6개 대륙에서 8개 망원경이 참여한 EHT로 진행됐다. 같은 시각에 서로 다른 망원경을 통해 들어온 블랙홀의 전파 신호를 컴퓨터로 통합 분석하고 이를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블랙홀의 이미지를 포착했다.

프로젝트 이름에 포함된 ‘사건의 지평선’은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에 근거한 개념이다. 블랙홀의 엄청난 질량으로 인한 중력 때문에 블랙홀 밖에서는 물질이나 빛이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반면, 블랙홀 내부에서는 밖으로 빠져 나갈 수 없다는 이론이다. 내부에서 일어난 사건이 외부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경계면이 바로 ‘사건의 지평선’이다.

블랙홀의 중력이 강해서 ‘사건의 지평선’ 바깥에는 지나가는 빛도 휘어진다. 블랙홀 주변의 빛이 왜곡돼 블랙홀 주위를 휘감으면서 블랙홀의 윤곽이 드러나는데 이 윤곽을 ‘블랙홀의 그림자’라고 부른다. 연구팀은 블랙홀의 그림자를 발견해 블랙홀의 존재를 관측해냈다.

EHT 프로젝트 총괄 단장인 하버드 스미스소니안 천체물리센터의 셰퍼트 돌먼(Sheperd S. Doeleman) 박사는 “우리는 불과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을 해냈다”면서 “이는 천문학 역사상 매우 중요한 발견이며, 2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의 협력이 이뤄낸 특별한 과학적인 성과”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천문연구원 소속 연구자 등 8명이 EHT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한국이 운영하고 있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과 동아시아우주전파관측망(EAVN)도 관측 자료 협력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팀의 관측을 통해 인류의 눈으로 직접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함으로써 1915년 아인슈타인이 주장한 일반상대성이론이 100여년 만에 궁극적으로 증명됐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박선옥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박선옥 기자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