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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미분양 아파트의 증가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방의 미분양은 실구매자나 지역적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건설 사업 승인의 비참한 말로를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건설사의 골칫덩어리인 악성 미분양은 무조건 짓는다고 팔리는 게 아니라는 소비자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부동산 투자에 붐이 일면서 지방의 일부 미분양 물건이 해소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지방은 늘어나는 미분양에 힘겨워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지으면 팔린다’는 선분양 시대의 패러다임에 이젠 변화가 필요함을 알리는 신호라 하겠다. 이제 수요자들은 가격대비 효과에 주목하기 시작했으며, 브랜드와 더불어 가치의 중요성을 따지기 시작했다. 또한 대출이 제한되면서 교통과 편의, 호재 등을 고려해 필요한 곳에만 청약 통장을 던지고 있다. 따라서 지역적 여건이나 실수요자를 고려하지 않은 분양은 당연히 소비자에게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16일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전국 주택매매시장의 소비자심리지수는 96.1로 한 달 전보다 1.8포인트 떨어졌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을 넘으면 ‘거래 상승’ 혹은 ‘거래 증가’를 체감했다는 응답이 많은 것을 의미하며, 100이하일 경우는 ‘거래 하락’ 혹은 ‘거래 감소’를 체감했다는 응답이 많은 것을 뜻한다.
이는 통해 국토연구원은 부동산 매매 경기를 △상승국면(115이상) △보합국면(95~115) △하락국면(95미만) 등 삼단계로 평가한다. 따라서 현 부동산 시장은 상승국면이 아닌 보합국면이다. 또한 주택은 언제 구입하겠냐는 구입 계획에 대해서는 73.3%가 1년 이후에 구입하겠다고 응답했다.
단지 4.5%만이 4~6개월 안에 집을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반면에 서울의 경우는 21.1%가 3개월 이내에 주택을 구입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이 하락국면을 맞으면서 실수요자들이 관람세로 돌아선 것이다. 10명 중 7명이 1년 후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은 하락국면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는 말이다.
이를 반영하듯 마·용·성에 버금가는 입자라고 강조하던 청량리의 첫 번째 신규 아파트 분양은 예상과 달리 차분했다. 청량리역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과 면목선, 강북횡단선이 신설될 예정이다.
여기에 기존의 경춘선과 경의중앙선, 지하철 1호선 등이 합치면 청량리역은 앞으로 9개의 노선이 지나는 교통의 중심지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청량리역이 강북에선 서울역에 버금가는 중심지로 부상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11일 당첨자를 발표한 결과, 가장 인기가 높은 전용 59㎡의 최저가점은 63점, 최고가점은 73점으로 나타났다. 또한 30평대인 전용 84㎡의 당첨 가점은 최저가점이 51점으로 집계됐다. 더 큰 평수인 전용면적 115㎡의 경우, 최저가점이 49점이었다. 평균 경쟁률 역시 31대 1로 강북의 교통 중심지가 될 것이라는 호재와는 달리 차분하게 끝났다.
많은 전문가들이 청량리의 신규 분양에 대해 교통호재와 입지를 고려하면 조금 분양가가 비싸다 해도 경쟁률이 치열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예상보다 차가웠다. 호재가 많고 입지가 좋아도 소비자가 예상했던 가격보다 분양가가 높을 경우, 구매자가 달려들지 않는다.
무조건 분양가를 높이던 시대가 지났다는 말이다. 또한 장기적인 호재를 보고 달려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전 신문이나 잡지,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접하던 정보와 소식들을 이제는 방송이니 신문, 심지어 유튜브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수요자들도 다양한 정보를 통해, 가치를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때문에 분양 때마다 앞 다퉈 청약통장을 던지던 시대에서 이젠 원하는 물건이 나올 때가지 총알(자금)을 모아두는 청약 시대로 변하고 있다. 이젠 선택의 키가 시행사가 아닌 구매자로 넘어 갔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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