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부진 한전 김종갑 정무적 행보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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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4-22 00:02:18

우리나라 공기업의 맞형격 기업인 한국전력공사(이하·한전) 수장 김종갑 사장이 취임 1주년을 맞이했다. 김 사장은 취임 초기 현 정부와 밀접한 인연을 맺고 있다는 이유로 낙하산 논란에 휩싸여 곤욕을 치르긴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잠잠해졌다. 취임 초기 김 사장의 내력에 쏠려 있던 여론의 관심이 서서히 실적부진, 원전수출 등 오히려 한전이 직면한 과제 해결 여부로 옮겨간 결과였다.

일부 부정적 이슈가 있더라도 대의를 위해 참고 넘어가자는 여론이 우세했던 것이다. 한전이 지닌 상징성과 역할의 중요성 때문에 비롯된 결과로 해석된다. 국민 생활에 꼭 필요한 전기 수급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경영이 무엇보다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취임 1주년을 맞이한 현재 김 사장은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에 대한 평가는 긍정과는 서서히 멀어지는 분위기다. 당초 기대를 모았던 한전의 시급한 과제 해결 여부에서 ‘낙제점’에 가까운 점수를 얻고 있어서다. 김종갑 사장은 수익성의 구조적 개선을 위한 비상경영을 선포했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한전은 지난해(연결 기준) 영업손실 2080억원, 당기순손실 1조1508억원 등을 기록했다.

올해는 지난해 보다 더욱 큰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전의 재무위기 비상경영 추진안에 따르면 올해는 2조대의 영업손실, 1조9000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 등이 예상된다. 문재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산 정책이 대규모 손실의 결정적 이유로 꼽히곤 있지만 수장인 김 사장 역시 구조적 문제 해소와 관련된 책임 소재에서 자유로울 순 없어 보인다.

특히 최근에는 김 사장이 국민생활과 직결된 막중한 임무로 어떤 공기업보다 어깨가 무거운 한전 수장으로서 기업경영 보다는 정무적 행보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돼 주목된다. 정무적 판단이 깃든 것으로 비춰지는 행보로 일각에서는 공기업 수장 타이틀을 등에 업고 내년 총선을 겨냥한 행보를 걷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사장은 한전의 대규모 적자의 원인이 문재인정부의 ‘탈원전’에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애써 다른 곳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하고 있다. 오히려 애꿎은 대기업들에게 화살을 돌려 적자를 만회하려하고 있다. 김 사장은 대기업 공장, 농장 등에서 주로 사용하는 심야전기 요금 인상을 추진 중이다. 국가경제의 뿌리를 지탱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공장에서 본전을 찾겠다는 심산이다. 정부·여당 비위 맞추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얼마 전 한전이 강원도 산불 피해 복구 성금으로 현금 10억원을 쾌척한 것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우리나라 최대 공기업인 한전 입장에서 ‘10억원’이란 금액이 비록 작게 느껴질 순 있으나 이미 수조원대의 손실을 내고 더욱 큰 손실 위기에 직면한 상황을 감안하면 곱게 보이진 않는다. 산불 피해 가정에 대한 전기요금 인하 등 한전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성의표현 고민이 아쉽다.

실적부진의 책임론에 휩싸인 김 사장의 최근 행보는 정무적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닐 수도 있으나 보는 시각에 따라 해석의 여지는 분분하다. 정무적 행보의 배경으로 ‘내년 총선’이 지목된다는 사실은 심히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당초 김 사장의 낙하산 논란을 불식시키는 요인이기도 했던 한전의 상징성과 역할 때문이다. 전원개발과 전력수급의 안정을 책임지는 한전의 위기는 곧 국민과 국가의 위기와 직결돼 있다.

주변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김종갑 사장의 행보가 아쉽다. 경영부진 상황에서 ‘정무적’으로 비춰질만한 행보를 걸어 논란을 야기한다는 점이 그렇다. 논란이 김 사장 개인의 성취와 직결된 사안이라는 아쉬움을 넘어 공포감까지 생기게 만든다. 사실이던 사실이 아니던 논란이 되는 사안 자체가 국민기업 한전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목적지가 산에 있는 선장이 모는 배가 제대로 갈 리 만무하다. 김 사장이 온전히 한전의 경영정상화에 매진해 당초 정한 목표를 달성해내길 기대한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