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과 정반대 걷는 경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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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과 정반대 걷는 경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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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4-30 00:01:21

올해 1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공개된 직후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ING그룹은 기존 2.3%에서 0.8%p나 낮아진 1.5%를 제시했고, 노무라증권은 2.4%에서 1.8%로 0.6%p 낮췄다. 예상보다 더 나쁜 성적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한국의 1분기 국내 경제성장률(GDP)은 전분기 대비 0.3%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 4분기(-3.3%)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어느정도 부진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시장에선 경제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비관론이 흘러나온다.

반면 미국의 올 1분기 GDP 수치는 시장의 기대를 웃돌았다. 2.3~2.5% 성장이 예상됐던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전분기보다 무려 3.2% 증가했다. 2분기에도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 경제성장률을 매주 추정하는 뉴욕 연방준비은행 모델은 최근 2분기 성장률 예상치를 기존 1.92%에서 2.08%로 소폭 상향 조정했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해왔던 우리나라였지만 올해 들어 정반대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과 한국의 처지가 뒤바뀐 데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단적으로 엇갈린 제조업 정책이 지목된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친기업 정책과 함께 대대적인 리쇼어링을 펼치기 시작했다. 법인세를 최고세율 35%에서 단일세율 21%로 인하했고, 해외공장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상품에 10~25% 관세를 매겼다. 해외에 있는 공장을 미국 내로 옮기도록 다양한 방식을 동원한 것이다.

미국의 주력 산업인 금융과 IT, 서비스업의 경우 부가가치가 높긴 하지만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미국이 세계 최고의 선진국임에도 실업률로 골치를 앓아야만 했던 이유다. 하지만 리쇼어링 정책에 힘입어 제조업이 살아나면서 이러한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됐다. 일자리와 경제성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그런데 한국은 오히려 정반대 정책을 펼쳤다.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기업을 옥죄는 정책들을 쏟아냈다.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한 데 이어 급격한 임금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등을 도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친노동 정부를 등에 업은 귀족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거듭되면서 기업의 경쟁력 악화로 이어졌다.

이는 결국 한국경제 성장동력인 제조업 부진을 초래했다. 금융위기 직전이던 2008년 1분기 81.3%였던 제조업 가동률은 지난 2월 71%까지 떨어졌다. 팔리지않아 창고에 쌓인 재고율도 2월 기준 114.5%로 외환위기 수준까지 치솟았다. 노동 정책 부작용인 비용 상승으로 인한 생산성 악화가 부른 참사인 셈이다. 지난해 국내 제조업을 지탱해왔던 반도체 수출 역시 최근 크게 줄면서, 설비투자 감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제조업 부진은 일자리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청년고용률과 실업률이 개선됐다는 게 정부의 평가지만 청년들이 체감하는 확장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25.1%로 전년 대비 1.1%p 올랐다.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해주는 제조업 취업자 수가 12개월 연속 감소세라는 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말로만 혁신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완화를 외치고 있다. 제조업이 생존할 수 있는 경영환경을 없애놓고 혁신을 외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이 부가가치 높은 혁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제조업 살리기에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과 대비된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