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회장 조원태는 ‘비상(飛上)’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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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4-30 15:16:00

올봄은 국내 양대 항공사들에게 유독 혹독했던 계절이 아니었나 싶다. 양대 항공사 중 한 곳은 주주총회를 통해 총수가 계열사의 경영권을 잃었다. 이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다른 항공사 총수는 경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나더니 결국엔 회사를 매물로 내놓게 됐다.

계절이 지나며 항공사들이 다음 단계를 준비하게 된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단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다. 조원태 회장은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뒤를 이어 그룹 경영 전반을 도맡게 됐다. 별다른 잡음 없이 경영권을 승계 받긴 했지만, 당면과제가 산적한 까닭에 기대감과 동시에 크고 작은 우려가 그의 주위를 맴돌고 있다.

조 회장은 우선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대한항공의 악화된 경영실적을 개선시켜야 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2017년에 비해 30% 가량 줄어든 6674억원의 영업이익(별도 기준)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5.3%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수익성이 악화된 까닭에 실탄이 떨어졌고 외부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필요성이 강조된 까닭에 재무구조도 나빠졌다.

지난해 대한항공의 이자보상배율(개별기준)은 1.35배를 기록했다. 이는 2017년의 2.24배와 비교하면 크게 떨어진 수치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에서 이자비용을 나눈 값으로,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해당 배율이 클수록 이자상환 능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자보상배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대한항공의 이자상환 능력이 악화됐음을 짐작하게 한다. 여기에 유가가 오르고 있다는 점도 대한항공에게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주요 주주로 있는 KCGI와의 힘겨루기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KCGI는 예전부터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왔다. 때문에 조 회장 일가와 꾸준히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상황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추가적으로 지분을 매입해 그 발언권을 강화시켰다. 돌아오는 해 주주총회 시즌이 되면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조 회장 일가가 지난번 주주총회와 같은 ‘굴욕’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고(故) 조양호 회장의 지분 상속이 필수적이다. 다만 상속세로 막대한 비용을 소모해야 한다는 점과 일가의 지분 상당수가 담보로 묶여있는 점이 걸림돌로 남아 있다.

사내 안팎의 불신·불만 여론을 잠재울 리더십도 필요하다. 오래전부터 한진그룹은 ‘오너리스크’로 몸살을 앓아온 곳이다. 오너일가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며 전문경영인 체재로 가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와중에 조원태 회장의 경영 승계는 적잖은 부담감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조원태 회장은 취임 초부터 ‘노 타이’ 정책을 펼치며 변화와 혁신의 행보를 걷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더 큰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오너일가의 경영권 포기를 바라는 이들도 있는 만큼, 복장규제 완화 정책 수준으로 불만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비록 말년이 다소 얼룩졌을지언정 아버지 조양호 회장은 한진그룹의 약진을 주도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 역시 경영권을 세습받은 인물이나 주위의 우려 섞인 시선을 실적과 실력으로 극복해냈다. 조원태 회장이 답습해야 할 인물은 다름 아닌 아버지일 수도 있다.

오너리스크를 비롯한 각종 난기류 속에 조원태 회장은 쉽지 않은 비행(飛行)을 펼쳐야 한다.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 나가며 불신과 우려의 시선을 잠재워야 한다. 실적을 개선시킴은 물론 주위의 목소리도 경청해야 한다. 당장 오는 3일 열릴 예정인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의 촛불집회서 나오는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새로운 기장을 맞이한 한진그룹이 과거와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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