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성패 직결된 삼성 컨트롤타워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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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5-07 00:02:52

자그마치 133조원이다.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을 위해 투입하는 투자금의 규모다. 우리나라 올해 예산 429조원의 약 25% 수준에 달하는 금액이다. 일개 기업이 신사업 육성을 위해 투입하는 규모라 하기엔 실로 막대한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사활을 걸었다고 표현해도 부족함이 없는 규모다. 비메모리 분야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4월 삼성전자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글로벌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이어 시스템반도체 시장까지 석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2030년까지 국내 연구개발(R&D)분야에 73조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에 60조원을 투자하고 연구개발(R&D) 및 제조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한다는 ‘2030 반도체 비전’을 발표했다.

과거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주변의 만류를 무릅쓰고 반도체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지 16년여 만에 일이다. 무리수라 여겨졌던 이 창업주의 도전은 아들인 이건희 회장 시대에 이르러 빛을 발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세계 1위라는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선대 회장들의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인물이 재차 위대한 도전에 나섰다는 점에서 과거의 영광 재현 가능성은 높게 평가된다.

이 부회장의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 계획은 목표가 단순히 삼성전자의 성장과 도약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계획의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국가경제 활로모색과 성장을 향하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 계획에는 국가경제 부흥의 3대 키워드인 일자리·상생협력·신기술이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2030 반도체 비전’의 핵심내용은 설비·연구투자 및 생산확대, 고용창출, 중소팹리스 기술경쟁력 지원, 중소랩리스 생산지원 등이다.

이번 계획은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은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을 국가 중점사업으로 삼고 삼성전자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국가경제 부흥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로 분석된다. 동시에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정부 주도로 이끌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글로벌기업 삼성전자가 전체적인 설계부터 세부적인 실행계획까지 전부 책임지고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다보니 이번 계획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도 높다. 물론 기대감이 큰 만큼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보다 완벽한 조건을 갖추길 바란다는 게 국민 여론이다. 그 일환으로 거론되는 사안이 바로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재건이다.

‘2030 반도체 비전’ 발표 이후 하루 빨리 과거 미래전략실과 같은 컨트롤타워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권력의 강압에 의한 부정적 이슈에 휘말려 부득이하게 사라지긴 했지만 과거에도 삼성그룹 컨트롤타워는 순기능이 상당했다. 비메모리 육성에 있어서 각 계열사 간에 협업이 필수적인 만큼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서라도 컨트롤타워 구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온다. 계획의 진행 상황을 관리·감독하고 혹시 모를 변수를 예상,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대책을 수립하려면 컨트롤타워 성격의 조직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삼성그룹의 비메모리 육성 계획은 단순히 일개 기업의 미래먹거리 창출을 넘어 국가경제의 미래와 직결된 사안이다. 국민들의 미래가 삼성그룹의 성패에 달려 있다는 이야기다. 사안의 무게가 엄중한 만큼 모든 과정을 총괄하고 책임지는 조직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제2의 미래전략실 설치는 삼성그룹이 아닌 국민을 위한 길이라는 공감대는 이미 형성됐다. 이젠 실행만이 남았을 뿐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결단을 기대한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