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국 한국서 AI 발전은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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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5-08 00:02:19

미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 각국 정부에서는 인공지능 산업 발전에 각별한 신경을 쏟고 있다. 인공지능의 경우 응용분야가 넓은데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기술로 꼽히고 있어서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은 단순한 경제·산업 경쟁력 차원을 넘어 국가 안보와도 직결될 공산이 크다.

사실상 인공지능 기술이 향후 제조업을 비롯한 거의 모든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지배적 위치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주요 국가의 정부가 앞장서서 인공지능 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의 실정은 녹록치 않다. 인공지능 관련 기술 수준이나 특허, 기업 수 등에서 미국, 유럽 등 기술선진국뿐 아니라 중국과 같은 후발주자에게도 뒤처지고 있어서다. 투자와 교육, 환경 등을 개선해 하루빨리 인공지능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지만 매번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세계 인공지능 시장은 다양한 응용분야에 인공지능 기술이 확대 적용돼 2022년까지 매년 51.1%씩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사기관마다 시장 규모 면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긴 있지만 모두 50% 안팎의 비약적인 성장세가 이뤄질 거라고 입을 모으는 실정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올해 세계 인공지능 시장 규모는 73억5000만달러(한화·약 8조2136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48억2000만달러보다 무려 52.5% 성장한 수치다. 오는 2025년에는 898억5000만달러(약 100조4073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글로벌 인공지능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는 미국이지만 중국이 무서운 기세로 추격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의 막대한 투자에 힘입어 IT강국이라 불리는 한국의 인공지능 기술력을 추월한 지 오래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9개 신산업 국가경쟁력을 비교·평가했다. 지능형 반도체와 차세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인공지능, 실감형 콘텐츠, 사물인터넷(IoT)가전, 지능형 로봇, 바이오헬스, 자율주행차 등이다. 이 중에서 한국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제외하면 거의 중국보다 경쟁력이 낮았다.

주목할만 한 사실은 불과 2015년까지만 해도 중국보다 한국의 인공지능 기술력이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점이다. 그간 우리 정부가 얼마나 안일하게 대처해왔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정부는 지난해부터 인공지능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해 부랴부랴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우려를 사고있긴 마찬가지다. 투자계획에 대한 구체성이 부족한데다 정작 인공지능 산업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인력확보 환경과 인프라 개선에 대한 대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정말 인공지능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인공지능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과 인프라 개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의 경우 상업화에 맞춘 연구지원에만 치중하다보니 단기성과 위주의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말그대로 단기간 돈되는 연구결과를 얻지 못하면 더 이상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게 국내 현실이다.

물론 제대로 된 평가와 검증을 통해 눈 먼 돈이 생기는 건 철저하게 막아야겠지만, 당장 눈앞의 이익에 골몰해 다가올 미래에 국가경제와 안보를 놓치는 우를 범하진 않아야 한다. 미국과의 패권다툼에 도전장을 낸 중국이 여러 산업분야 중에서도 하필 인공지능에 방점을 두고 있는지 되새겨볼 일이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