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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옵션 큰 그물망 속 위험한 외줄타기

스카이데일리 사설(社說)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5-13 00:02:41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와 군사라는 두개의 운전대를 쥐고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이른바 ‘강자의 옵션’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우리는 대책없는 대북 운전자론에 빠져 국익에 도움이 안 되는데다 나날이 위험을 더하기까지 하는 외줄타기를 지속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도도한 질서를 거스르면서 북한에 대한 러브콜 외교만을 고집하고 있는 상황이 그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후견국 중국에 대해 대놓고 경제전쟁을 벌이며 미국의 좌판 속에 있어야 한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명분은 중국이 지난해 사상최대의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한데 있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에 작년 5395억달러 어치를 수출해 무려 3233억달러 흑자를 냈다.
 
이 수치는 거꾸로 중국이 미국을 통해 거액의 돈방석에 앉아 부(富)를 누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역 지렛대로 삼아 중국에 한판승으로 이길 승부수를 노골적으로 던졌다. 트럼프의 불도저식 전방위 고율 관세인상 행보는 지금 시진핑의 사지를 동여매고 있는 중이다.
 
현대판 시황제로 일컬어지는 시진핑의 팔·다리가 안팎으로 묶이면 미국은 경제 외적인 군사전략 측면에서도 계속 독보적인 권좌를 과시하게 된다. 구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마저 껍데기만 초강대국 지위로 떨어지자 중국은 미국과 유일 대항마 G2를 자처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의 강경한 경제옵션 전면전에 중국의 셀프 헤게모니 초강대국 흉내내기는 허약한 본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시진핑의 대미 압박 카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총공세를 이겨낼 기초체력이나 맷집이 없어 보인다.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당연히 미국도 상처를 입겠지만 중국은 국운을 걸어야 한다는 뜻이다. 중국이 연 3000~4000억달러가 넘는 거대한 밥그릇을 스스로 걷어찰 대담한 용기가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없다. 중국은 종국적으로 미국의 좌판에 합류하는 수순으로 갈 수 밖에 없다.
 
G2를 자처한 중국이 미국에 고개를 숙이면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그야말로 글로벌 외톨이가 된다. 따라서 운전자론이라는 이른바 우리의 대북 외교도 당연히 동반해서 외톨이 신세로 떨어진다. 문제는 우리의 운전자 외교가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외치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여기저기 엇박자를 내면서 우리 또한 경제든 군사든 트럼프의 옵션카드 대상으로 회자되고 있다는데 있다.
 
트럼프는 외교적 수사(修辭)를 통해 한-미 동맹관계에 결정적 금이 가는 발언이나 행동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의 태도나 발언 등을 음미해 보면 한국 정부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갖고 있음이 직·간접 표현돼 왔다. 물론 간간히 직설적인 표현이나 태도도 서슴지 않게 보여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를 놓고 우리만 김정은의 눈치를 보기 급급한 태도 또한 대북 외줄타기 노선이 매우 위험한 것임을 보여줬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이나 내용을 보면 수직발사에 지대지 공격용이고 회피기동이 가능한 유도무기라면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도발용 미사일이다. 이를 발사체 내지 단거리로 고집하면서 과도한 북한 러브콜을 지속한 것은 트럼프의 옵션 카드만 더 많이 주는 이상한 상황을 만들었다.
 
미국의 대한반도 옵션은 트럼프의 행태로 보면 국익 기준이다. 그 국익의 최전방에 미국이 배심원 격인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아 중범죄국 판결을 내리고 이중삼중의 경제제재 창살까지 만들어 그 감옥에 가둔 북한이 있다. 미국은 북한과의 국제거래를 대부분 중단시켜 고사작전에 들어간지 오래됐다. 국제사회는 지금 미국의 입장을 매우 충분히 존중하고 있다.
 
하지만 유독 우리만 국제사회의 여론과는 반대되는 쪽으로 배를 항해하고 있다. 중범죄국을 굳이 인정하는데서 나아가 풀어주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과연 도덕적으로 온당한 일인지 심각하게 자문해 봐야 할 뿐만 아니라 국제여론 대세에서 나 홀로 벗어나 헛발질을 하고 잇다는 것 자체가 헛웃음까지 짓게 한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언급한 외교적 수사발언들을 체로 잘 걸러내고 의중이 드러난 발언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는 ‘심각하게 주시중’이라고 분명히 경고하고 나섰다. 이 와중에 우리는 인도주의라는 이름을 내걸었지만 오히려 북한 동포들의 지옥과도 같은 비참한 인권상황을 더 오래 끌게 할 단초가 될 식량지원에 나서고 있으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핵확산금조지약(NPT)에 가입한 70개 회원국들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라고 규정하고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전 세계가 북한의 위험한 도발을 규탄하는 중에 우리만 도발이 아니라고 하면 그것이 과연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나아가 김정은 체제의 핵위협이라고 못 박고 있는데도 우리만 마치 백기를 들듯 군사적 방어 울타리를 열심히 제거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북한 변수는 중국이 미국의 경제패권에 무릎을 꿇으면 트럼프 옵션으로 귀속되는 수순을 밟는다. 그만큼 중국이 글로벌 군사 패권국과 위안화 기축통화 흉내를 낸 것은 미국 입장에서는 경제-군사 분야 모두 금기를 넘어선 것이었다. 이는 트럼프의 국익 기준 공세가 단호하고 가혹하게 계속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뒷받침 하고 있다.
 
미국에 거대한 밥줄을 대고 호사를 부렸던 중국 밥그릇이 깨지면 중국도 러시아처럼 종이호랑이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아울러 수십년 초권력을 휘두르며 현대판 차르(황제)로 불리는 푸틴조차 북한의 온갖 구걸에 가까운 요청을 모두 거절했다. 중국과의 무역전쟁과 러시아의 현 경제상황은 미국의 옵션카드를 그만큼 키웠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과 유일하게 대응할 나라로 중국은 현재형, 러시아는 과거형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중국은 거대한 부채 늪에 빠져 중국몽이 위기로 치닫고 있고, 러시아는 미국의 노골적인 영공 위협에도 별 대응을 못할 정도로 기력이 상실했다. 중-러의 공통점은 전 세계의 빈국 또는 그 가난의 원인인 기만적 독재정권과 친한 척 하면서 빈껍데기 종이호랑이 위용만을 보여주고 있는데 있다. 북한도 중-러의 그 범주에 있다. 한 마디로 치졸한 대국 위상을 억지춘양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데, 우리가 그 열차에 탄 모양새다.
 
한국이 국제사회의 변방이자 빈국의 대열에 합류하려 하고 있음은 경제-군사-외교 등 삼각 축에서 수없이 많은 사례들로 보여지고 있는 중이다. 그것이 때로는 통일의 지름길이고 정의로 비춰지고 있지만 실상은 그 반대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미국의 한반도 옵셥 확대는 한국의 위험한 외줄타기가 도와주고 있으니 아이러니다.
 
미국은 마치 즐겁게 자신들의 국익에 맞는 다양한 카드를 손에 더 많이 쥐었다. 가장 위험한 카드는 한반도만 화약고가 될 상황이다. 이란발 전운이 감도는 것을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한다면 씁쓸하기 그지없다. 지금 미-중-러의 상황 속에서 북한을 마음껏 재단할 권한은 거의 미국에 넘어갔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미국의 눈 밖에 나 있다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니 국민 모두가 위험한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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