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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인해 촉발된 버스노조의 총파업이 가까스로 봉합됐다. 출근길 교통 대란은 없었지만 요금 인상과 준공영제 도입이라는 또 다른 과제와 마주하게 됐다.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의 버스 요금 인상 계획에 시민들은 주 52시간 근무제의 여파가 서민 부담으로 전가됐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시 역시 요금 인상은 없었지만 지자체의 지원금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결국엔 시민이 부담을 지긴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버스 준공영제 역시 예산만 낭비할 뿐 제대로 된 운영이 가능할지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의 무리한 친노동 정책에 따른 부담을 국민이 지게 된 셈이라는 게 여론의 중론이다.
노동시간 단축이 초래한 파업…“생색은 정부가, 부담은 국민 몫”
버스노조의 파업은 지난달 29일 한국노총 소속 전국자동차노련 소속 234개 노조들이 각 지역 노동청에 쟁의조정을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근무일수 규제로 인해 추가 인력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사측의 대응이 부족한 점을 지적하며 임금보전 및 인력확충 등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그러나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조정으로 이어졌다.
버스노조는 지난 8일 전국 193곳의 사업장에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투표 결과 찬성 여론이 96.6%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결국 서울과 부산, 인천, 대구, 광주, 울산, 경기, 전남, 충남, 경남 창원, 충북 청주 등 11개 지역에서 15일 총파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버스노조의 파업 움직임에 “쟁의를 신청한 245개 노조는 대부분 준공영제를 실시하거나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근로시간 단축과 무관한 업체다”고 일축했다.
이후 국토부는 12일 고용노동부와의 연석회의에서 주 52시간 도입에 따른 재정마련을 위해 시내버스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앞선 발언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스스로 파업의 원인이 주 52시간 근무제에 있음을 시인한 셈이다. 국토부와 고용부는 “시내버스의 요금 인상, 인허가, 관리 등 업무는 지자체의 고유 권한으로 시내버스의 차질 없는 운행을 위해 지자체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지자체에 책임을 미루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버스노조의 파업 결의로 교통대란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전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버스회사 노사의 마라톤 협상이 진행됐다. 사실상 버스노조와 국토부·지자체 간의 협상이나 다름없는 과정이었다. 총파업을 하루 앞둔 14일까지 협상은 이어졌다. 앞서 대구 버스는 13일 노사 협상이 타결됐지만 나머지 10개 지역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시민들은 교통대란에 대한 불안에 떨었다.
결국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경기 등 일부지역의 버스 요금 인상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당·정은 경기지역 시내버스 요금은 200원, 광역버스 요금은 400원 인상하고 광역버스와 광역M버스의 준공영제를 추진하는데 합의했다. 요금 인상을 통해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정부의 권고안을 경기도가 수용한 것이다.
경기도는 요금을 올리면서 인상분의 20%가 서울시로 귀속되는 문제로 난색을 표했으나 수익금을 돌려받기로 하면서 인상에 합의했다. 더불어 충청 지역과 세종, 경남 등에서도 연내 버스요금을 인상키로 했다. 파업을 앞두고 전국 각지에서 노사 타결 또는 파업 보류 소식이 전해졌다.
요금을 인상키로 한 경기도는 오는 28일로 논의를 미뤘고 서울과 부산은 새벽까지 이어진 협상 끝에 노사 합의에 성공했다. 서울의 경우 요금 인상은 없었지만 버스회사가 준공영제로 운영되며 지자체의 재정지원금을 받는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번 협상은 사측의 부담을 지자체가 떠안게 되는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울산 버스는 협의가 길어지면서 15일 유일하게 파업을 시작했으나 노사 타결로 4시간여 만에 파업을 종료했다.
갑작스런 요금 인상에 시민 불편 가중…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준공영제’
우려되던 교통대란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당·정은 국민 불신이라는 더욱 큰 피해를 입게 됐다는 게 여론의 중론이다. 정부의 무리한 정책 도입에 따른 부담을 국민이 지게 된 것과 다름없는 결과를 낳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준공영제의 폐해로 지적되는 방만운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 2004년부터 준공영제를 도입한 서울시는 버스 회사의 적자를 메우기 위한 예산이 매년 수천억에 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버스 회사에 지급된 예산은 5402억원에 이를 정도로 재정 부담이 큰 실정이다. 그럼에도 외부감사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요금인상, 지자체 지원금 증가 등 버스파업 사태를 막기 위해 내놓은 해결책이 결국은 모두 국민 부담이라는 점에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시민 이무용(62·남) 씨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한건 정부인데 직접 해결에 나서지 않고 서민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오는 하반기부터 논의를 시작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도민들의 의견을 들어 최대한 절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대학을 다니는 대학생 강정윤(21·여) 씨는 “등·하교를 할 때마다 버스를 이용하는데 요금이 오르면서 교통비도 많이 나갈까봐 걱정이다”며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친구들은 더욱 지출이 클 텐데 꼭 왜 52시간 근무제를 무리하게 도입해서 시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지 모르겠다는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고 말했다.
용인시에 거주하는 임정아(가명·여) 씨는 “시간도 단축되고 편하게 앉아서 갈 수 있어 광역버스를 이용했는데 너무 많은 요금이 올랐다”며 “요금이 인상되면 교통비도 매달 10만 원 이상으로 늘어날 텐데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충분한 논의 없이 요금 인상을 감행한 정부와 지자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경기도 주민 이창현(56·남) 씨는 “요금 인상까지 거론될 정도로 버스 업계가 어렵다면 정부나 지자체가 최대한 나서서 지원할 생각을 해야지 세금으로 파업을 막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요금 인상 이전에 적자노선 감축 등 최대한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고 정 어렵다면 요금을 높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일부 시민들은 준공영제 자체에 대해서도 문제가 많다는 반응을 보였다. 혈세인 지자체 예산이 무분별하게 쓰이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일부 시민들은 버스의 민영화를 통해 시장경제의 순리에 맞겨야 한다는 견해도 보였다.
직장인 문성철(33·남) 씨는 “준공영제가 버스회사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겠지만 매년 수천억의 나랏돈이 들어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차라리 완전민영화를 통해 버스회사가 스스로 자생력을 찾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만약 그렇게 된다면 버스운행의 효율성이 올라가고 서비스·시설 등도 한층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한빛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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