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제 침해하는 중견기업의 사익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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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5-18 16:01:08

최근까지 중견기업 그룹의 내부거래, ‘일감 몰아주기’는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조명을 받던 부분이었다. 이는 중견기업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기도 하고 대기업들에 비해 언론이나 주주의 관심이 덜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같은 환경 때문에 중견기업들은 느슨한 감시망 속에서 도를 넘는 내부거래를 진행하고 있었다.

‘도를 넘은’ 내부거래가 사회에 비판을 받는 까닭은 자유경제를 표방하는 시장논리를 침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납품업체가 있는데도 이를 외면한 채 자회사나 오너일가의 개인회사에 납품을 받는 행위 등이다. 공정거래법에선 다른 사업자와 거래하는 게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특수 관계자나 회사를 매개로 거래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중견 화장품 회사인 토니모리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토니모리는 본래 한국콜마에 제품생산을 맡기고 있었다. 하지만 2017년 토니모리가 자회사인 메가코스를 설립하면서 이곳에 제조와 생산 등을 맡기고 있다. 이에 토니모리 가맹점주들은 화장품의 품질이 예전만 못하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납품업체로부터 제품을 받는 단계에서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기업을 추가시켜 일종의 ‘통행세’를 걷는 것도, 일종의 내부거래로 비판을 받는 까닭이다. KPX그룹은 오너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한 씨케이엔터프라이즈란 곳에 일감을 몰아줘 물의를 빚고 있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KPX케미칼의 물품을 사서 다른 계열사에 파는 방식으로 일종의 ‘통행세’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몸집을 불리고 오너일가의 주머니를 채우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뒤따르고 있다. 특히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경영승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비판의 배경이 된다.

이처럼 자회사나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는 부지런히 피와 땀을 흘려가며 역량 향상에 힘쓰는 기업들의 경쟁 환경 등을 저해하는 요소다. 때문에 내부거래는 비판의 대상이 되곤 한다. 더욱이 이런 중견기업들이 대부분 상장기업이라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검증되고 역량 있는 업체를 피해, 검증되지 않고 역량에 의구심이 드는 자회사나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는 본 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이는 소액주주들의 권익을 헤칠 수 있어 문제다.

이런 점에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들의 내부거래 행위에 대한 감시망을 중견기업으로까지 넓힌다는 뜻을 밝힌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대다수 중견기업들의 오너일가는 회사 지분의 과반수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사실상 오너 일가의 생각이 회사의 지침이 되는 셈이다. 소액주주들은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가운데 편법 행위 등이 진행된다면 이를 감시하고 제재할 수 있는 집단은 정부나 사법기관 등 뿐이다. 이들은 지금이라도 나서 중견기업의 부정한 행위를 막고 소액주주 등의 권익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미 중견기업 오너일가들은 막대한 기업 지배력을 바탕으로 사익을 채우고 시장논리를 헤친 바 있다. 우리나라 경제가 한 층 더 발전하고 건전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선 이러한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 중견기업들의 반성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기관의 발빠른 움직임을 기대해본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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