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호프(Hof)타임, 호프(Hope)타임 되길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기자수첩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이승구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5-23 14:22:45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화창했던 지난 20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한 맥주집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이 만나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대화하는 ‘호프 미팅’ 시간을 가졌다.

민주당 이인영‧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오신환 등 세 사람은 야외 테라스에서 맥주로 건배를 하며 활짝 웃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그동안 국회에서 치열하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던 것과 달리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통상 각 당 원내대표들은 대개 만남을 가질 때 비공개로 만난다. 식사를 하든 술자리를 갖든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세 사람의 만남 역시 본격적인 논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하지만 첫 만남은 일정과 장소가 미리 알려지면서 신문‧방송‧인터넷 등 모든 매체에 대대적인 이슈가 됐다.

이럴 경우 언론의 눈치 때문에 정작 만나서 해야 할 이야기를 제대로 못하는 ‘연출된 쇼’라는 비판을 받을 게 뻔하기 때문에 첫 시작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만남은 우려했던 것처럼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이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다. 이에 만남을 가진 각 당 원내대표들은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지금 국회 상황을 보면 이런 연출된 만남, 알맹이가 없는 만남이라도 일단 만나서 조금이라도 서로의 입장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대화가 필요해 보인다.

4월 임시국회가 인사청문 정국에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따른 후폭풍으로 여야가 극심한 대치정국을 이어오면서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오다가 지난달 7일 회기 종료를 맞았다. 또한 대치정국의 장기화로 국회가 마비되면서 5월 국회는 한달이 다 돼가는 지금에도 열릴 가능성이 없다.

특히 4월 국회에서 보여준 여야의 극심한 대립은 지금까지도 양측에 깊은 앙금이 쌓이면서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는데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심지어 5월 국회가 열리지 않으면서 수북이 쌓여있는 민생법안은 언제 처리 될지도 불투명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불안해하고 불만이 쌓여가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선 ‘연출된 쇼’라는 비판과 비난을 듣더라도 건배를 하든, 식사를 하든 억지로 웃음을 짓던 간에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간극을 좁히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정치권 안팎에서 무의미한 만남이라고 지적하더라도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여야 3당 교섭단체 대표들이 자주 만나 무언가를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국민들도 ‘국회가 마냥 대치만 하는 것은 아니구나’, ‘무언가 열심히 일을 하고 있구나’하는 안도감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이런 만남이 결실을 맺어 빠른 시간 내에 ‘국회 정상화’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면 이 같은 만남이 더 이상 ‘쇼’가 아니라 ‘진심’으로 평가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승구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이승구 sg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