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실리 전부 잃은 정부 3기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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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규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5-24 00:02:34

서울은 도시 브랜드와 인구수, 경쟁력 등을 바탕으로 한 세계 도시통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큼, 성장했다. 또한 서울은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2018년 리콴유 세계도시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리관유 세계도시상은 살기 좋은 도시, 활기찬 도시에게 주는 상이다. 리관유 세계도시상 사무국은 서울을 수상지로 선정한 것에 대해 ‘서울을 보행재생, 산업재생, 역사문화 재생도시로 변혁시키고, 시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도시로서의 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저명한 상을 수상한 도시인 서울이 많은 사람들에겐 범접할 수 없는 도시라는 점이다. 지난해 미국의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도시 10곳 중, 서울은 미국의 뉴욕을 제치고 7위에 올랐다.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각 도시의 GPD 수준을 바탕으로 물가를 비교해 순위를 선정했다. 서울은 평균 월급(281만원)에 비해 여성 헤어컷과 빵 값이 비싼 도시로 선정됐으며 특히 빵 값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도시로 조사됐다.

또한 서울의 집값은 개인소득 대비 가장 집을 사기 어려운 도시로 꼽히고 있다. 국민은행이 지난 2018년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2017년 9월 기준 13.4로 서울 평균 연봉을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13.4년 모아야 집 한 채를 살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미국의 뉴욕(5.7)이나 일본의 도쿄(4.8)보다는 높은 수치다. 또한 지난 5월 16일 국토부가 발표한 ‘2018 주거실태조사’에는 자가 가구의 연소득 대비 주택구입 가격은 전국이 5.5배, 수도권은 6.9배로 나타났다.

즉 돈 한 푼 안 쓰고 1년을 저축해도 6.9년을 모아야 수도권에 집을 살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한 푼도 지출하지 않고 살 수가 없는 만큼 실질적으로 집을 구하는 데는 10년 이상이 소요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집값이 상승하다보니 30대를 비롯한 많은 젊은이들이 서울을 떠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서울을 떠난 인구는 총 8만3338명으로 2017년의 7만3190명에 비해 1만명 이상이 증가했다.

최근 3년 동안을 살펴보면 서울을 빠져나간 인구는 12만7000여명에 이른다. 서울을 빠져나가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의 인구는 1000만명이 안 되는 977만4000여명으로 줄었다. 이는 올해도 마찬가지로 1분기 서울을 빠져나간 인구는 2만3100명에 달한다.

이처럼 서울을 빠져나간 인구들은 대부분 경기도에 흡수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경기도의 순 이동자수는 2만2900여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서울을 빠져나가는 이유로 높은 집값과 물가를 꼽는다. 집값 상승에 대출규제가 이어지면서 서민들은 서울을 빠져나와 좀 더 가격이 싼 경기도로 이사하는 것이다.

서민들에게 서울은 점점 더 가깝고도 먼 나라 이웃나라가 되고 있다. 서울의 집값을 잡겠다고 시행한 정책이 오히려 서울의 집값을 공공이 해주고 있다. 또한 빈익빈 부익부를 양분하는 형태로 변해, 서민을 서울로부터 쫒아내고 있다.

이 때문인지 국토부는 서울의 집값을 잡겠다며 지난 7일 서울 주변에 3기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나섰다. 수도권에 무려 30만호에 달하는 주택을 짓는다는 것이다. 3기 신도시는 남양주 왕숙신도시·하남 교산신도시·인천 계양신도시·고양 창릉신도시·부천 대장신도시 등 5곳이다. 신도시 중 서울의 중심인 강남과 근접한 지역은 하남 교산과 과천 정도다. 이 두 곳에 공급될 물량은 3만9000가구다. 특히 과천의 경우는 단 7000가구에 그치고 있다.

3기 신도시가 조성된다면 과연 강남에 사는 사람들이 교통과 편의시설이 부족한 남양주의 왕숙이나 고양의 창릉으로 이사를 할까. 교통이나 편의시설이 갖춰진 과천으로 옮긴다는 것은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막 도시가 조성된 신도시로 옮길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때문에 이번에 2차로 발표된 3기 신도시들은 전혀 납득할 수 없다. 정말 강남의 집값을 잡고 싶다면 녹지대인 고양의 창릉이나 부천의 대장지구를 선정했듯이 강남이 가까운 과천이나 자족 가능 도시인 판교 인근의 그린벨트를 풀어 개발하면 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서울과의 거리는 서울 끄트머리와의 거리가 아니다. 2시간이 가까이 투자해가며 강남까지 출, 퇴근하려는 사람은 없다. 또한 출퇴근 복잡한 지옥철에 시달리고 싶은 사람도 없다. 그 거리는 강남까지의 거리지 변두리가 아니다.

이철규 sicsicm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