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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핵 담판 노딜(No Deal)에 따른 김정은 식 피의 숙청이 북한 정정의 불안 양상으로 확대되면서 구멍 뚫린 우리의 안보 위기까지 우려감을 급격하게 키우고 있다. 비핵화 협상이 안개 속으로 빠져든 이후 김정은 체제가 동요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무장해제 수준의 안이한 안보태세를 견지하고 있는 점이 심히 우려스럽다.
사실상 전시 대비 훈련이 사라지고 미군마저 훈련에 동참하지 않는 상황은 한반도를 언제든 화약고로 만들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 말 실시된 을지태극연습은 그 상징이다. 이 훈련은 우리만의 단독훈련인데다 사실상 재난대비 훈련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올해부터 폐지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은 지난 1954년부터 무려 63년간이나 이어져온 한-미 합동 군사훈련이다. 한반도가 전쟁의 화마에 빠질 우발상황을 가정한 훈련이기에 강력한 전쟁 억지력을 발휘해 주었다. 이 훈련 중 우리 정부 주도의 을지연습도 본래 전시상황을 포함하고 있다. 태극연습 또한 우리 군 차원의 단독 연습이다.
을지태극연습의 성격을 감안하면 전시상황 대비 훈련이 빠지거나 비중이 약해지면 안 된다. 하지만 이번 연습에서 테러 및 생화학 대응이라는 재난훈련이 주를 이뤘다. 일주일씩 하던 훈련도 4일로 대폭 줄었다.
여기에 우리는 올해 적군의 후방침투에 대비한 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을 48년 만에 없애버렸을 뿐만 아니라 한미연합사령부에서 매년 실시하는 키리졸브 훈련까지 스톱시켰다. 키 리졸브 훈련은 과거 한-미 합동 군사훈련인 팀-스피릿 연장선상에 있었다. 이는 훈련명과 같이 한반도 유사시 한국군과 미군의 증원전력 간에 팀워크를 최대화 하는데 목적이 있다.
결국 한-미 연합의 대규모 군사훈련은 전부 사라진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한국 군 독자적인 훈련도 성격이 모호하게 변질돼 전시대비 기능이 크게 축소됐다. 더욱이 9·19 남북 군사합의 이후 최전방의 우리 군은 훈련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마디로 무방비 상태다.
이런 가운데 터진 하노이 후폭풍 참사는 코너에 몰린 김정은 권력의 불안한 상황을 가중시켰다. 이것이 향후 우리에게 큰 불똥을 튀게 할 가공할 잠재력을 지녔다. 실제로 비공식 루트를 통한 소식통들과 일부 외신 등에 따르면 북한 권부 깊숙한 곳에서 소요사태가 일어났을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그 중에는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론되는 측근의 쿠데타설과 그에 따른 김정은 사망설까지 나오고 있는 중이다.
소위 이들 카더라 통신의 팩트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분명한 것은 북한 정정이 날로 불안해지고 있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상징적인 것이 대남·대미 전략의 최전선에 있는 통일전선부의 개점휴업 상태다.
하노이 핵 담판 결렬은 협상 최전선에 있던 총괄 지휘자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하루아침에 몰락시켰다. 김영철은 지금까지 숱한 대남 도발의 중심에서 승승장구 해 온 북한 정권의 간판급 인물이었다. 그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비롯해 남한 내 다양한 민·군 사이버 공격, 비무장 지대 목함지뢰 도발, 황장엽 암살조 남파 등을 주도해 온 것으로 전해져 왔다.
김일성 직계가족인 백두혈통에 가깝다는 평가까지 받으면서 권력의 심부에 깊이 들어갔던 김영철은 호전적인 대남공작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해 오면서 신임을 받았다. 이런 식의 무소불위 권력을 가졌던 그가 하루아침에 강제노역 및 사상교육이라는 혁명화 조치로 숙청당한 것은 놀라움을 넘어 충격이다.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 실장까지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지면서 통전부 기능이 사실상 와해된 것은 누가 봐도 흥분한 김정은의 오버 액션이다.
김정은의 최측근 인사이면서 백두혈통인 김여정도 3대 세습권력의 폭정을 피해가지 못했다. 근신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다른 설도 많다. 인물을 가리지 않고 툭하면 무자비한 총살과 수용소행 및 노예 같은 노동교화 등이 무자비하게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북한 판은 정상이 아니다.
북한은 가혹한 숙청을 할 때면 으레 반당 또는 반혁명 죄목을 씌운다. 이 죄목은 1인 권력자 기준의 무소불위 칼날이다. 북한 주민들의 합의에 근거한 민주적 절차가 아닌 것이 너무나 분명하다. 독재와 전체주의를 넘어 왕조시대의 이상한 군주가 기분만 상해도 마음대로 살인을 일삼는 것과 다르지 않은 행태다.
가혹한 통치는 권력의 안정을 위한 목적이 크지만 그 가혹함이 오히려 권력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면 자기무덤을 파는 행위다. 예측불허의 돌발 변수들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 핵심에 군을 신격화 하는 선군정치 하에서 벌어질 수 있는 군사행동이 자리하고 있다.
남한은 군의 최소한 존립 이유인 대북 정찰기능까지 포기했다. 최전방 시설을 없애고 군을 물리면서 군의 의무인 훈련도 하지 않는다. 국가정보원의 대북 정보수집 기능은 제대로 작동되는지 의문이다. 현재와 같은 정황이라면 우리는 북한에 대해 장님 수준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평화 깃발을 내건 이유 때문에 안보라는 전략적 맥을 뺀 것은 차라리 어리석다. 전 세계 전사를 보면 팽팽한 긴장이 해소될 때 전쟁의 참극이 대부분 발생했다. 이 순간 미국이 군사작전에서 대한민국 패싱을 잠시라도 눈짓하는 것은 그래서 오싹하고 소름끼치는 일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결단만 남겨놓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전쟁 가능한 대규모 전략물자와 전략자산들이 한반도와 일본 열도에 전 방위적으로 배치되고 전개된데다 고도의 특수전 훈련이나 강습작전들이 미군 단독 아니면 일본이 지원하는 방향으로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누구도 김정은의 과도한 측근 몰살이나 숙청 행위를 정상적으로 보지 않는다. 이들 정권과 정상적인 논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야 한다. 그것이 전시에 대비한 훈련이면서 최신무기의 확충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초법적 권력을 향해 무장을 해제하고 러브콜을 계속 보내는 것은 북의 오판만 부를 뿐이다.
전 세계 여론이 북한을 향해 죄인을 외치고 합당한 처벌(제재)을 원하는 상황을 간과하면 안 된다. 미국은 명분이 서면 용서가 없고 가차 없이 움직인다. 정상적이지 않은 동향들이 계속 포착되면 미국 단독으로 북한을 도마 위에 올릴 여지가 충분조건이다. 북한 정정사태를 이젠 적의 눈으로 보고 군의 완벽한 태비태세를 시급히 회복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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