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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이슈]-경기·강원 축산단지 악취 피해

농민들 삶 짓밟은 악취폭탄 수년째 무방비 방치 논란

대책마련 외면한 채 책임전가 급급한 지자체…인근 하천 수질오염 우려도

김진강기자(kjk5608@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6-11 12: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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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오지리·장흥리·상노리 주민들과 경기도 포천군 관인면 주민들 대다수가 인근 축산단지에서 발생하는 극심한 악취로 인해 4년 째 고통 받고 있다. 주민들은 수년 째 악취 고통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지 않는 지자체를 향해 원망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축산단지 내 한 젖소농장과 농장 옆 도랑으로 오폐수가 흘러나오는 모습 ⓒ스카이데일리
 
 
축사 악취에 단 10초도 버티기 힘든 곳이 있다. 한 여름에도 창문을 닫아야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주업인 농작물 재배를 제대로 할 수도 없다. 하지만 문제해결에 나서야 할 지자체들은 서로 책임소재를 미루며 4년째 뒷짐만 지고 있다.
 
휴선전에 인접한 경기도 북부와 강원도 중부 지역의 이야기다. 축산단지 인근 강원도 철원군 오지리·장흥리·상노리 주민들과 1km 남짓 떨어진 경기도 포천군 관인면 주민들 대다수가 악취의 사정권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악취의 주범은 축사에서 발생하는 분뇨와 오폐수, 퇴비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 냄새다.
 
경기 포천시 관인면 축사제한 조치에 농장주들 인근 강원도 철원으로 몰려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오지1리에는 축산 농가가 대거 밀집해 있다. 상당수 축산 농가들이 악취 저감시설·분뇨처리시설 등 악취방지 장치를 갖추지 않은 탓에 바람을 탄 악취는 일대 마을을 덮치고 있다.
 
오지리 평야에 본격적으로 축산농가가 들어서기 시작한 때는 지난 2016년부터다. 경기도 포천시가 지난 2017년 3월 주거밀집지역 500m 이내 가축사육을 제한하는 조례를 제정하자 축산업자들은 포천시 관인면과 도계(道界)를 이루고 있는 철원군 오지리와 양지리 일대로 몰려들었다.
 
현재 철원군이 인·허가한 오지리·양지리 일대 축산농장은 130여 곳으로 지금도 축사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포천시 관계자는 “무분별한 가축사육으로 인한 악취․소음․환경오염문제 해결을 위해 포천시는 가축제한구역을 설정했다”며 “이로 인해 2017년과 2018년 오지리에 축산농가가 집중돼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 동송읍 오지리 축산단지는 도계를 이루고 있는 경기도 포천시가 2017년 3월 주거밀집지역 500m 이내 가축사육을 제한하는 조례를 제정하자 규제를 피해 축산업자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형성됐다. 사진은 오지리 평야 축산단지 모습 ⓒ스카이데일리
         
 
철원군이 지난 2017년 10월 군민불편해소와 행복권 침해를 막겠다며 주거밀집지역 2㎞ 이내 축사 신축을 제한하는 조례를 개정하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개정조례는 철원군 소재 주거밀집지역만 해당돼 포천시 관인면 마을 코앞까지 축사 신설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후 수년간 주민들이 악취 피해를 호소했지만 각 지자체는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축사가 소재한 관할 지자체인 철원군이 내놓은 대책은 악취탈취제 보급, 단속 및 지도점검 강화, 농장주에 악취저감장치 설치 권고 등에 불과했다. 철원군은 악취의 발생요인을 놓고 ‘관인면에도 일부 원인이 있다’며 책임을 미뤘고 경기도는 ‘축사단지 위치는 관할 행정구역이 아니다’고 맞섰다.
 
스카이데일리는 직접 악취의 진원지인 오지1리 축산단지를 찾았다. 직탕폭포 방면으로 오지로를 타고 올라가다 골막길로 우회전 하자 드넓은 오지1리 평야에 즐비하게 들어선 축사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23곳의 축산농장 외에도 신축중인 축사가 13여 곳에 달한다. 인근 마을인 동송읍 장흥5리와는 직경 약 700m, 동송읍 상노1리·관인면 탄동1리와는 약 1km 거리다. 축산단지 뒤편 논둑길에 위치한 ‘축산악취 감시초소’가 눈에 띄었다. 철원군이 오지1리 축사들의 악취 감시를 위해 설치한 곳이다.
 
감시초소에 만난 감시원 양광석(62·남) 씨는 “농가에서 똥·오줌·음식물쓰레기 등을 발효시켜 퇴비를 만들면서 발생하는 냄새가 아주 독하다”며 “약(탈취제)을 뿌려도 다시 뒤집으면 또다시 냄새가 나니 약을 뿌려봤자 소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냄새가 나는데도 농장주들이 ‘약을 뿌렸다’고 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며 “우리(감시원) 선에서는 악취 단속과 지도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농장주에게 약을 뿌리라고 하고 우리는 다른 쪽으로 도망가야 할 정도로 악취가 심하다”고 덧붙였다.
 
축산단지 안쪽으로 직접 들어가 봤다. 약 2m 높이의 차광막으로 둘러싸인 농장 옆에 갈색을 띤 물이 흐르는 도랑이 보였다. 사진을 찍기 위해 차에서 내리자 극심한 악취가 몰려왔다. 도랑에 흐르는 분뇨와 오폐수 냄새였다. 5초를 견디지 못하고 차 안으로 피신할 정도로 난생 처음 겪는 악취가 코를 찔렀다.
 
“주민들 수년 째 악취고통 외면한 채 서로 책임 떠넘기기 급급한 지자체”
 
▲ 동송읍 오지1리 축산단지에서 ‘축산악취 감시원’으로 일하고 있는 양광석(사진 위) 씨는 “축산농가에서 똥·오줌·음식물쓰레기 등을 발효시켜 퇴비를 만드는 과정에서 극심한 악취가 발생한다”며 “감시원만으로 악취를 단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사진은 축산악취감시초소 모습(오른쪽 아래)과 악취문제 해결을 호소하는 플랜카드 ⓒ스카이데일리
         
 
오지1리 평야는 바둑판 모양으로 잘 정비된 논들과 비닐하우스, 축사 등이 뒤섞여 있는 곳이다. 파란색 판넬 지붕을 쓴 신축 축사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축사 옆 도랑에서는 어김없이 악취가 뿜어져 나왔고 인부들은 작업복과 장화, 마스크로 중무장 하고 있었다. 한 주민은 “축사가 생겨나면서 악취와 폐수가 말도 못할 정도다”며 “논에 일하러 왔다가도 냄새 때문에 얼마 있지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주민들의 고충을 더 들어보기 위해 오지1리 축산단지에서 700여m 떨어진 장흥5리 마을회관을 찾았다. 10여명 모여 있는 마을 주민들은 입을 모아 악취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다. 주민 이복자(70·여·가명) 씨는 “겨울에는 장흥5리 반대방향으로 바람이 불고 여름에는 장흥5리 방향으로 바람이 불어 창문도 열지 못하고 생활하고 있다”며 “경기도 관인면 주민들도 다들 죽을 지경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손주들이 놀러와서는 ‘냄새가 너무 심해 못 살겠다’고 말하고는 서둘러 돌아갔다”며 “냄새가 어찌나 심한지 논에 일하러 갔다가 다시 돌아올 정도다”고 토로했다.
 
신순녀(68·여·가명) 씨는 “지난 4월 모내기를 할때 군청과 도청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러 온 적이 있다”며 “일을 끝내고 밥을 해주려고 해도 냄새 때문에 먹을 수가 없어 다른 식당으로 가서 밥을 먹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녁 늦은 시간이면 썩은 음식물쓰레기를 실은 차들이 (축산단지로) 들어온다”며 “퇴비를 만드는 것 같은데 발효되는 약을 넣어서 뒤 집고 할 때는 얼마나 역한지 말도 못할 지경이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는 지자체에 대한 불만도 쏟아냈다. 이필녀(65·여·가명) 씨는 “우리가 할 수 만 있으면 축산 분뇨를 퍼다가 군청에다 버렸으면 하는 심정이다”며 “군(郡) 직원들이 이곳에 와서 하루만 있어보면 주민들의 고충을 이해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주민들이 냄새 난다고 해도 말 한마디 없다”며 “이게 다 힘이 없는 농민들을 무시하기 때문이다”고 토로했다. 
 
▲ 축사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극심한 악취로 인해 한 여름에도 창문을 닫고 생활해야 한다. 결국 마을을 떠나는 주민들이 생겨났고 빈 가게들도 늘고 있다. 사진은 포천시 관인면사무소 인근 상가의 비어있는 가게들 모습 ⓒ스카이데일리
         
 
포천시 관내면 주민들의 피해도 심각했다. 면사무소 앞에서 만난 이길석(55·남·가명) 씨는 “지금도 악취 때문에 힘든데 무더위가 시작되면 악취가 더 심해질 것이다”며 “아이들도 학교 등굣길에 코를 막고 다닐 지경이다”고 말했다. 이어 “청정지역인 관인면이 악취와 오폐수로 인해 망가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오지리에 있는 축산 농가는 다른 곳으로 이전하지 않을 것이 분명한데도 지자체는 효과적인 악취방지 대책마련에 팔짱을 끼고 있다”고 비판했다.
 
관할 지자체인 철원군과 포천시는 서로 책임전가에만 급급할 뿐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악취문제 해결 당사자인 철원군은 ‘악취의 주범으로 철원군이 매도당하는 것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철원군 관계자는 “경기도 관인면 쪽에도 축산농장들이 많다”며 “관인면 냉정리, 탄동리 쪽으로 노후화된 축사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인면 쪽에도 돼지 농장들이 꽤 있는데 철원만 싸잡아 민원을 제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피력했다.
 
철원군이 시행중인 악취 방지대책을 두고 ‘너무 안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 양재만 철원군 청정환경과 주사는 “지금까지 축사를 허가하는데 있어 법적인 문제는 없다”며 “인허가 된 축사에 대해 군에서 제재 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농장에서 발생하는 냄새를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며 “다만 (악취를) 저감할 수 있도록 지도단속과 지도점검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영길 철원군 청정환경과 주사는 “악취 포집기를 설치해 악취가 기준치 이상 되면 과태료 처분을 하고 있다”며 “오지리 쪽에 악취 감시초소를 만들어 감시원들이 상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장주들을 대상으로 악취 저감시설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며 “장비나 시설들을 설치해 악취를 저감할 수 있도록 권유를 많이 하고 있지만 본인부담금이 생기다 보니 시설 설치를 꺼려하는 분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역시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윤경용 경기도 축산정책과 주무관은 “축사 위치가 강원도에 위치해 있다 보니 강원도에 대해 대책마련을 위한 협조를 구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축산 농가에 악취 저감시설을 설치해서 악취가 적게 날 수 있도록 수시로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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