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김정은 화해 제스처’…볼턴과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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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정남 CIA 관련설…“내 재임 중엔 그런 일 없을 것”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6-13 00:03:4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재생에너지 관련 연설을 위해 아이오와주로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고 밝히며 “이번 친서로 뭔가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따뜻한’ 친서를 받았다면서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이 11일(현지시간) 발표한 브리핑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게 본다”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방금 김정은에게서 아름다운 편지를 받았다”면서 “우리 관계가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런 다음 최근 나돌고 있는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에 대한 CIA 관련설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김정은)의 이복형과 관련한 CIA에 대한 정보를 봤다”면서 “나의 지원 하에서는(대통령 재임 중에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그(김정은)에게 말해두겠다. 확실하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애나 파이필드 베이징 지국장은 최근 출간한 김정은 평전 ‘위대한 계승자’(The Great Successor, 우리말 제목 ‘마지막 계승자’)에서 김정남이 CIA 정보원이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저자 파이필드는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지난 2017년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암살된 것은 그가 CIA 정보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김정은의 명령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남의 CIA 관련설을 언급하면서 자신이 대통령으로 있는 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확약했다. 이는 미국이 CIA 등 정보체제를 동원해 북한의 체제에 위협이 될 일은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김정은에 보내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런 후 다시 김정은 친서 이야기를 꺼낸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분에게 편지를 보여줄 순 없지만, 매우 개인적이고 매우 따뜻하고 매우 좋은 편지다”면서 편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거듭 말하건대, 북한은 막강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북한 국민들과 국토도 훌륭하고, 러시아·중국·한국 사이에 위치한 입지조건이 최고”라고 강조했다. 또 이런 북한의 엄청난 잠재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김정은이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질문과 관련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잘 지키고 있다”면서 “핵실험도 없고, 주요 미사일 실험도 없다. 내가 처음 이곳(백악관)에 왔을 때와 다르다. 내가 대통령이 됐을 당시엔 상황이 아주 엉망이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가 좋다는 걸 다시 강조하면서 “어제 받은 친서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매우 긍정적인 어떤 일이 생길 것이라고 본다”면서 “우리 인질들이 돌아왔고 나머지도 계속 돌아온다”고 덧붙였다.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11일(현지시간) ‘따뜻한’ 김정은 친서를 받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면서, 바로 직전에 있었던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의 트럼프 대통령 비판을 함께 실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잔혹한 독재자와 연애편지를 주고 받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피트 부티지지는 민주당의 유력한 2020년 대선 후보 중 하나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25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CNN은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관련 발언이 존 볼턴 미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과 정면충돌한다고 보도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가졌던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조항들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그들(북한)이 탄도미사일·대륙간 탄도미사일 실험이나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들은 운반가능 무기를 포기한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일들을 아직 많이 행하고 있다”면서 “그것이 우리가 (북한에 대한) 압박을 최대한 유지하는 이유다”고 꼬집었다.

CNN은 지난 5월에도 볼턴이 북한의 실험은 “의심의 여지없이” 유엔 제재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도 이에 동조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 측근들은 그것(북한의 핵실험)이 제재위반일 수 있다고 보는데, 내 견해는 다르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백악관 기자회견에서도 북한에 호의적 태도를 내려놓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변함없었다.

[박선옥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박선옥 기자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