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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년전 약 3년여간 한반도 전역을 피로 물들인 6·25전쟁은 민간인과 군인 등 사망·실종자만 200~300만명에 달하고 10만의 전쟁고아와 30만의 미망인은 물론 무려 1000만명이라는 이산가족을 낳은 미증유의 민족적 참극이었다. 민간단체 등에서 추산하는 사망·실종자를 추가 감안하면 당시 인구의 약 20%가 원하지 않는 전쟁으로 고귀한 목숨들을 잃었다.
6·25전쟁은 우리 동포 간 무차별 살육전의 양상을 띠면서 남북한 모든 사람들을 끔찍한 지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그런 점에서 이제는 전쟁의 원인이 된 전범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념의 차이로 갈라져 벌어진 전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비극적 참상이 너무도 크고 깊기 때문이다. 6·25 상흔의 상처 완치를 더 이상 뒤로 물려서는 안 된다.
6·25 같은 민족상잔의 전쟁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전범에 대한 분명한 논의는 필요하다. 이념의 명분이 수백만명의 목숨을 담보해서도 안 될 뿐만 아니라 속절없이 앗아갈 이유는 더더욱 되지 못한다. 조국해방 전쟁이란 미명은 극히 일부만의 권력욕과 탐욕으로 빚어진 그들만의 리그였음이 일찌감치 드러났다.
전쟁의 시작이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잣대였기에 더 많은 인명의 희생과 돌이킬 수 없는 파멸적 결과들을 초래했다. 남북한 모두 총을 든 손은 미움이 되고 증오로 커지면서 적개감을 한없이 쌓고 확대시켜 피의 복수를 반복시키는 바퀴를 계속 돌렸다. 아무리 그럴듯한 이념이라고 해도 이런 무차별적인 살육전을 전제로 할 수 없다.
당시 소련과 중국(중공)을 제외한 전 세계 대부분 나라가 당연히 반전의 입장에 섰다. 그 중 16개국의 젊은이들은 멀고 먼 타국 땅에서 고귀한 피를 흘리며 싸웠다. 이들 국제연합군(유엔군)만 해도 수만명의 사망자와 수십만의 부상자가 나왔다. 따라서 6·25는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주역인 일본과 독일 못지않게 전 세계를 향해 전쟁범죄를 일으킨 것에 다름 아니다.
가족과 기약도 없이 뿔뿔이 흩어진 전쟁의 깊고 깊은 상흔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이들의 상처를 그 누구도 어루만져 주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바로 우리 모두다. 6·25 전쟁에서 거의 모든 국민이 피해자였던 탓이다. 피해자가 수천만명에 달하는데도 그 전쟁의 당사자에 대한 죗값을 논하지 않는 것은 차라리 비겁하다.
평화를 위한 발걸음이 중요하지만 그 길에서 넘쳐 울리는 6·25전쟁 호국영령들의 준엄한 심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절대 사라지지 않을 가슴의 큰 멍울을 지우는 것이 바로 그 시작이다. 상상할 수 없는 학살, 폭력, 파괴 등의 단초가 무엇이었는지를 냉철하게 짚고 따져보는 것이 평화를 정착시키는 지름길이다.
슬프게도 6·25 전쟁의 상흔이 시간이 가면서 잊혀져 가고 있으니 안타깝다. 나아가 주사파 이론에 빠져든 사람들은 남침의 명분으로 내세워진 공산주의 이념에 동조하거나 미제(미 제국주의) 철폐 인식의 성향을 보인다. 공산주의, 사회주의, 주사파 등은 공히 사람 중심이란 휴머니즘을 이념의 축으로 내세우지만 내막은 가짜이고 허위라는 것이 수없이 증명돼 왔다. 지금도 이 같은 가면을 쓴 허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세력들을 보면 철부지로 치부하기에도 마뜩치 않다.
수많은 사람을 죽여가면서 아름다운 이상사회나 차별이 없는 평화의 세상이 완성된 역사가 없었다. 오히려 그 환상적이고 현란하며 정의로워 보이는 칼의 춤사위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하고 차별이 극심한 지옥의 세상을 만든 사례가 대부분이다. 북한은 그 대표적인 범죄의 나라로 낙인찍혀 전 세계로부터 경제제재라는 창살에 갇혀 옥살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자체가 북한에 대한 강력한 단죄의 성격을 갖기는 한다. 전쟁범죄에 대한 반성은커녕 오히려 전범행위를 확대하는데 골몰해 온데 대한 국제사회의 냉혹한 째직질의 모습이다. 하지만 북한은 6·25 이후 계속돼 온 호전적인 태도로 국제사회에서 전쟁, 마약, 위폐, 대량살상무기 등으로 악의 축 선상을 계속 오르내려 왔다.
이제 6·25 69주년을 전후해 우리가 국제사회에 분명한 화답을 할 때다. 용서를 해 주기에는 너무나 많은 피를 머금었기에 그리고 북한 동포들이 원하지 않는 전체주의 권력이기에 6·25를 일으킨 소수의 권력가들을 이롭게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가져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게 운신의 폭을 넓혀주고자 무던히도 애쓰고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여론과 날이 갈수록 간극을 벌리면서 이젠 아예 딴 길을 가는 식이 되고 있다. 의도하지 않는 전쟁이라는 우려감을 키운다고 하겠다.
6·25는 누가 봐도 북한이 스탈린을 든든한 배후로 세워 그들의 구소련제 무기를 앞장세운 꼭두각시 같은 전쟁이었다. 모택동의 인해전술 지원까지 받으면서 가혹한 전쟁을 더 가혹하게 만들기도 했다. 6·25 발단이 되고 확전의 기폭제가 된 이들 두 지도자의 공통점은 각각 자국 국민 수천만명의 목숨을 파리 목숨 빼앗듯 죽이는 포악한 행위를 한데 있다.
6·25 이후 차별 없이 잘 사는 행복한 사회주의 국가가 건설됐다면 수천만명씩 목숨을 거둔 이유에 휴머니즘을 위한 불가피한 행보라고 일견 인정받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에 직면해 지탄만 받았다. 나아가 자국의 국민들은 차별이 더 극심해진 사회에서 산다. 또 1인 장기집권 내지 공산당 일당독재라는 전체주의 통치환경을 불러들였을 뿐이다.
9년전 6·25 60주년 특집극으로 제작된 ‘전우’라는 드라마를 보면 전쟁으로 인한 남북의 군인들 참상이 균형적으로 잘 다루어져 있다. 종전의 드라마처럼 상호 괴뢰군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지 않는다. 군인들의 비극적 참상을 남북 군인의 입장에서 다뤘다. 이 드라마는 전쟁으로 인해 벌어진 젊은 군인들의 참혹하고 비극적인 참상들을 절묘하게 묘사했다. 전쟁은 그 어떤 이념을 내걸어도 그 명분이 목숨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6·25는 우리 민족사 최대 규모의 대참사였다. 그럼에도 6·25는 전범들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당연히 단죄가 되지 않아 수천만명의 상처를 어루만지지 못하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범죄까지 진행형인데도 우리만 북한을 용서할 수 있다는 이상한 각오로 그들을 돕고자 하고 있다. 이는 우리의 국가와 국민들 정체성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일이다.
6월 호국의 의미에는 공산주의 침략에 자유주의 수호를 해낸데 대한 가치가 깃들어 있다. 이를 희석시키는 그 어떤 행동이나 생각도 호국과는 거리가 멀다. 섣부른 미제 속국 논란은 참으로 진부하기 짝이 없는 구석기 유물이 된지 오래다. 우리는 미국을 상대로 역지렛대를 놓아 실리를 확대시켜야 할 처지다. 그 첫 단추가 6·25전쟁 전범에 대한 단죄의지를 확고히 갖는데 있음을 거듭 곱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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