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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강주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6-19 00:00:56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해도 ‘오답노트’ 란 말은 한 번쯤 들었을 것이다. 오답노트는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틀리는 실수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오답을 체크하고 왜 해당 문제를 틀렸는지를 학습해는 과정을 통해 실수를 줄이는 것이다. 오답노트를 통해 선생님에게 따끔한 질책도 받으며 자신이 부족한 점을 확인한다. 부족한 점을 고쳐야 더 나은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빨간불이 켜진 우리 경제에도 이젠 오답노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취업률이 역대 최악 수준이며 경제의 근간인 수출은 하락세를 걷고 있다.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내수경제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 확인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현 정부는 외부의 비판에는 눈과 귀를 막은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체감경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음에도 ‘우리 경제는 괜찮다’라는 식의 말만 내뱉을 뿐이다. 불리한 수치는 감추기 바쁘고 유리한 수치만 강조해 근거를 마련하기에만 바쁜 기색이다.

단적으로 최근 정부는 ‘신(新) 수출성장동력’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 수출성장동력은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플라스틱제품, 화장품, 농수산식품, 정밀화학원료, 로봇, 전기차, OLED 등이다. 해당 품목들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규모가 감소하는 와중에 수출실적이 증가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정부는 해당 품목들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우리 경제가 나쁘지 않다고 발표했다. 해당 품목들은 기존 주력품목들의 수출규모를 넘어서고 있으니 세대교체도 될 것이며 우리 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거라는 설명이다. 난항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에 위안거리가 있다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해당 품목들이 선전한다고 해서 침체한 우리경제가 괜찮다고 보기엔 분명 무리가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 경제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반도체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동차와 조선도 흔들리는 상황이다. 기존 주력품목들은 분명 흔들리고 있는데 신 수출성장동력이 선전하고 있다고 해서 우리 경제가 좋다고 볼 순 없다. 기존 산업이 탄탄한 토대로 자리한 가운데 신 수출성장동력이 발전해야 경제의 미래를 바라볼 수 있다. 분명 경제는 흔들리고 있는데 정부는 보기 좋은 자료만 가져와 경제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신 수출성장동력이라며 한데 묶은 품목들의 조합도 어딘가 어색하다. 해당 품목들이 우리나라가 집중적인 투자를 한 산업들이라 보기엔 논란의 여지가 많다. 미래유망사업이라 보기에도 농수산식품, 화장품 등은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여러 수출품목 중 실적이 괜찮은 품목만 한데 모아 신 수출성장동력이라 부른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며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논쟁과 토론도 피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이 거둔 성과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그의 태도는 응당 박수 받아 마땅하다. 세상을 떠난 지 10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회자되며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반면 현 정부는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했다면서도 정작 그 자세를 배우지 못한 것 같다. 정부에 대한 비판이 적폐, 억지로 규정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문제를 피하려 하고 잘못된 점을 외면하는 자세론 미래를 볼 수 없다. 내가 이 만큼 문제를 맞혔으니 잘했다는 자세는 곤란하다. 틀린 문제를 파악하고 왜 틀렸는지 확인하며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정부가 경제에 대한 오답노트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