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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인증설계사는 좋은 제도지만 모든 걸 말해주지는 않아"

김덕용 필진페이지 + 입력 2019-06-18 19:01:27

최근 전국 20만명이 넘는 보험설계사 중 A급 베테랑이라 불리는 손해보험, 생명보험 소속 보험설계사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험업계에 종사한지 14년 정도 된 50대 초반의 설계사들’이라고 표현한 내용의 기사를 접했다. 내용은 대략 이 설계사들은 우수인증설계사 제도를 통해 선별된 사람들이며 연평균 연봉이 1억이 남짓 넘고 건전한 모집 질서 확립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용만 본다면 우수인증설계사라는 제도를 통해 보험설계사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분명 좋은 제도 아래 검증된 우수인증설계사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겉만 보지 말고 속을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수인증설계사는 보험계약 13회차(보험료 납입횟수) 유지율 90%이상, 불완전판매율 0%, 근속년수 3년, 일정 금액 이상의 급여 등의 조건들이 모두 성립이 돼야 가능하다. 까다롭다 얘기 하지만 사실 올바른 영업 방식으로 꾸준히 활동을 해나간다면 그렇게 어렵다고 얘기할만한 조건은 아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보여주기 식은 아닐까 의심해보고 싶다. 그 내막을 한 번 살펴보고 싶은 것이다.

얼마 전 개인적인 업무로 우연히 손해보험회사 중 한 회사를 방문하는 일이 있었다. 보험회사들의 지점이라면 어느 곳이나 그렇겠지만 이달의 실적, 우수사원 등등 영업활동에 충분히 자극을 줄 만한 포스팅들이 통로부터 즐비하게 게시돼 있었다. 그런데 유독 눈에 띄는 슬로건들이 있었다. 바로 보험설계사 리쿠르팅(인재채용)에 관한 것이었다.

‘1달에 1명 모집하기’ 이는 바로 매월 보험설계사 1명당 1명씩 모집을 하자는 의미다. 그리고 이 슬로건 아래 설계사들마다 이달의 목표에 리쿠르팅 2명하기, 1명하기, 몇 명 만나기 등등의 세부 계획이 적혀있었다. 보험실적이 아닌 보험설계사 증원에 대한 부분이 상당히 강조돼 있었다.

우수인증설계사제도를 얘기하면서 왜 이 부분을 언급할까 조금은 의아할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보험회사의 구조를 보고 우수인증설계사에 대한 부분을 다른 시각으로 논해봐야 한다고 얘기하고 싶다.

앞서 언론에선 A급설계사를 ‘14년 이상의 근속연수를 가지고 있으며 50대 초반’이라고 언급했다. 이 많은 설계사들이 그 동안 영업활동에만 치중해 진정 이 자격을 유지해왔을까 하는 것이다. 속단할 수는 없지만 이 설계사들 중 적잖은 사람들은 리쿠르팅을 통한 2차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영업의 비중이 실제 높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보험영업을 조금이라도 접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보험회사의 인재채용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교육수당이나 정착지원금등의 명목으로 보험설계사 시험부터 치르게 하고 영업활동을 해나갈 수밖에 없게끔 만드는 보험회사의 시스템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1달에 1명씩 보험설계사를 영입하려고 노력한다면 그 결과는 어떨까. 보험회사의 관리자를 같이 병행하면서 영업활동을 하는 설계사들이 하는 말이 있다. 1명의 제대로 된 보험설계사를 키우는 것 보다는 몇 명의 아줌마 보험설계사를 채용하는 것이 낫다는 말이다.

규모의 경제라고 포장은 하지만 결국 반복되는 뽑아내기씩 영업을 통해서 수익을 창출해내며 이 업에서 살아남겠다는 나름대로의 전략을 짠 것이다. 이를 나쁘다고만은 할 수는 없지만 결국 계속되는 보험설계사 물갈이를 통해서 나름 관리자라고 하는 보험설계사들은 FC라고 불리는 영업사원들을 이용하여 자신의 지위나 직책을 유지해 나가는 결과물을 만들 수밖에 없다.

팀장이나 지점장이라는 직급을 가진 이들이 진짜 그 직책에 맞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지는 사실 관심 밖이다. 실적 맞추기와 그로 인한 보험설계사의 증원이라는 두 가지 관심사 밖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높은 연봉에 우수인증설계사라는 하나의 로고를 가지는 것쯤은 그들로서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론 너무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동안 영업 현장에서 우수인증설계사라는 로고를 청약서상에 새겨 넣고 소비자가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설계사들을 무수히 봤기 때문에 짚어보고 싶은 것이다.

보험 일을 몇 년 해왔고, 보험왕도 해봤으며, 관리하는 고객이 수 없이도 많으면서 자기는 우수인증설계사이기까지 하다는 식의 자기 PR을 통한 보험영업을 해가는 설계사들이 정말 많은 것 같다.

그냥 누구나 우수인증설계사이어야 하거늘 왜 이러한 지표에만 치중해 그럴싸하게 포장을 해놓는지 의문이다. 분명히 우수인증설계사의 위와 같은 전형적인 조건들이 나오기 까지는 그 이면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이 업에 뛰어들어 본의 아니게 이용을 당하는 일반 FC들의 희생이 있었던 건 아닌지 생각해볼 문제이다.

지표는 지표일 뿐이다. 우수인증설계사라고 해서 무언가 대단한 것처럼 포장할 필요는 없다. 분명 우수한 설계사들이 많다. 하지만 아직도 영업현장에서는 우수인증설계사라는 로고와 함께 설계사 본인을 위해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보험설계사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칭 A급설계사라고 불리어지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업계는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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