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보험료로 배불리는 예보…“제도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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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자 보호 명분 예금보험료, 금융업계·금융소비자 부담 늘려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6-20 11:13:49

공룡 금융공기업 예금보험공사(이하·예보)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보는 예금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예금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예금보험료가 실질위험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로 부과되고 있으며 소비자의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예보가 ‘엉터리 예보료’를 통해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업권이 납부한 예금보험료는 약 3조5000억원이다. 각 업권별로 은행 2조1556억, 금융투자 300억, 저축은행 2595억, 보험 1조583억 등이다.

최근 5년간 업권별 예금보험료 증가율은 은행 5.8%, 금융투자 11.8%, 저축은행 8.2%, 보험 18.3% 등이다. 예금보험료의 가파른 인상 폭으로 금융소비자의 금전적 부담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예금보험료의 가파른 증가율은 국회에서도 논란이 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1년 이후 예금보험료 산식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점도 지적받는 것으로 확인된다.

예보는 예금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예금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 예금보험료를 통해 금융회사가 지급불능 상태 등에 이르면 예금을 대신 환불해주고 있다. 다만 현재 예금보험료 체계로는 기금적립 목표수준 도달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금융소비자원(이하·금소원)에 따르면 예금보험기금이 목표수준에 도달 시 예금보험료를 면제 혹은 감면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목표규모가 정액이 아닌 부보예금의 일정비율로 설정됐다. 부보예금이란 예금주가 은행 등에 예치한 예금 가운데 예금보험공사가 보호하는 예금을 말한다. 보험업권의 경우 책임준비금이 해당된다. 보험회사가 계약자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보험료의 일정액을 적립시키는 돈이다.

보험업권의 경우 책임준비금이 장기간 누적 증가할 수밖에 없다. 예금보험기금의 목표수준도 동반 증가한다. 사실상 목표달성이 불가능한 구조 아래 보험업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예금보험료를 지급해야 하는 셈이다. 소비자와 업계 등의 부담이 가중되는 배경이다.

예금보험료가 실질위험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징수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금소원은 금융업계가 지급한 예금보험료와 지원받은 금액을 비교할 때 적정한 지원을 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손해보험업계의 경우 IMF 외환위기와 2011년 부실 저축은행 지원 등에 따라 지급받은 예금보험료 규모가 3900억원 수준이다. 반면 지급한 예금보험료 규모는 1조9941억원이다. 낸 보험료만큼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금융투자업권이 지원받은 금액은 12조5264억원에 달하는 데 비해 지급한 금액은 5849억원에 불과하다. 예금보험료가 원칙 없이 부과된다는 점을 반증한다.

이에 예금보험료를 둘러싼 문제가 산적해 있음에도 개선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소원 측은 “현재 예보는 직원의 뇌물 범죄행위로 압수수색을 받을 정도로 내부통제에 문제가 많은 조직이다”며 “예보의 업무나 조직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공기업인지 보여주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금소원은 “금융위원회가 과거 20년 전의 기준으로 형평성 없이 부과하는 예금보험료 부과 체계는 금융공기업인 예보만 배불리고 있는 상황이며 금융업권별 파산 위험과 예금보혐료 산정을 통해 예보제도의 개선안을 제시하는 것이 당연한 책무라고 본다”며 “엉터리 예금보험료 부과 제도를 언제까지 운영하려는지 의문이 들 정도며 금융위원회는 당장 제도 개선안을 내놓을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조남희 금소원장은 “예금보험료의 이상한 기준으로 건전하게 운영되고 있는 은행업권, 보험업권 등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은행들과 보험사 등은 낸 보험료만큼 혜택을 보지 못하는 반면 타 업계는 낸 보험료에 비해 많은 혜택을 누리는 것으로 확인되는데 오래된 기준이 현재에 맞지 않음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보와 예금보험료 등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기자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