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 사망행렬 눈감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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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본부 사망행렬 눈감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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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6-25 00:02:58

우정사업본부 노조가 사상 첫 총파업을 앞두고 있다. 한국노총 전국우정노조는 24일 전국의 우체국 및 집배센터에서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최종 투표결과 찬성이 과반수를 넘으면 다음달 9일 총파업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우정노조가 파업하는 건 1958년 노조가 출범한 이후 60년 만에 처음이다.

우정노조가 물류대란 우려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불사하고 나선 건 열악한 근로 조건을 개선해달라는 이유에서다. 올해 들어서만 9명의 우체국 집배원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루에 배달한 우편물이 1200개에 달할 정도로 과다한 업무에 시달린 결과 과로로 목숨을 잃었다는 게 우정노조의 주장이다.

우정사업본부의 열악한 근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건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집배원들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745시간에 달한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1인당 연평균 근로시간이 2024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1759시간임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집배원들의 업무가 지나치게 과중한 셈이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 들어 집배원들의 노동강도는 늘어날 수 밖에 없었다. 매년 적자에 시달려 온 우정사업본부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그간 집배원을 늘리지 않았는데, 인력증원없이 주 52시간 제도를 도입하면서 업무부담이 기존 인력에 고스란히 전가됐다. 인력 구조상 초과근무와 무료노동이 불가피한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업무강도가 높아지면서 목숨을 잃는 집배원 수는 갈수록 늘어났다. 우정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사고·질병 등으로 목숨을 잃은 집배원은 25명이다. 2015년 16명이었던 집배원 사망자 수는 2017년 19명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집배원들의 사망 사고가 꾸준히 반복되고 있지만 개선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집배원의 업무가 과중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우본 측은 경영난 등을 이유로 인력충원은 커녕 재발방지책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

당초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은 집배원 2000명을 충원하는데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 예산에 해당 인건비가 반영되지 않아 합의는 무산됐다. 죽음의 일터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되지 않고 있어 우정사업본부를 이끌고 있는 강성주 본부장뿐 아니라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우정사업본부가 적자에 허덕이는 가운데 강 본부장은 취임한 직후 ‘집배원 1000명 증원’, ‘드론배송’, ‘빅데이터 센터’ 등 다양한 우체국 혁신안을 내놨다.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배송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하겠다며 드론 배송과 초소형 전기차 도입에 열을 올렸다.

현장에선 집배원들이 사용하는 오토바이 수리비조차 내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이 펼쳐지고 있는데, 4차 산업혁명 분야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펀드에도 4000억 원을 출자한다고도 했다. 배송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과중한 업무부담에 시달려 목숨을 잃고 있는 집배원들의 처지를 알고도 방조한 거나 다름없다.

전문가들은 향후 우정사업본부에 드론과 초소형 전기차가 본격 도입되는 등 배송 서비스가 자동화·고도화될 경우 인력감축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강 본부장과 정부가 예산을 이유로 인력증원을 미루고 있지만, 그 이유가 예산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간 국민의 편리한 삶을 위해 애써온 우체국 직원들의 목숨이 더 이상 헛되게 사라지지 않기 위해선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