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이석희의 위험한 본전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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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7-01 00:02:06

올해도 여지없이 미세먼지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자리매김했다. 반응이 다소 무뎌지긴 했으나 심각성은 여전하다. 미세먼지로 인한 국민들의 건강피해 가능성은 오히려 높아졌다.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피해는 차곡차곡 쌓이다가 한 번에 심각한 증상으로 발현되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미세먼지로 인해 점차 병들어가고 있다는 표현이 적합해 보인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미세먼지 문제의 적절한 해결책은 요원하기만 하다.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세먼지 발생의 최대요인인 중국을 향해 제대로 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국민들이 직접 나서 국내 발생요인을 경계할 뿐이다. 전국 각 지역에서 미세먼지 발생 가능성이 높은 시설의 건립반대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최근 경기도 이천과 충청북도 청주 등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기존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역민들이 미세먼지 발생 가능성이 높은 시설에 대해 무조건 반대 목소리만 외치던 기존의 경우와 달리 이번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지역경제의 한 축을 차지하는 대기업이 미세먼지 발생 가능성이 높은 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탓이다. 주인공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반도체 공장이 위치한 지역 내에 LNG열병합발전소 건립을 추진 중이다. 반도체 공장이 위치한 지역 내에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총 사업비 1조6800억원을 투입해 각 지역에 발전소 1기씩을 짓는 이번 사업은 이르면 내년 5월 쯤 착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곳 지역민들은 난색을 표하면서도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세먼지를 비롯한 유해물질 발생 가능성이 높은 발전소 건립에 따른 건강피해를 우려하면서도 SK하이닉스의 지역경제 기여도 때문에 눈치만 보는 실정이다. 경제논리가 인간의 생명논리를 억누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LNG발전은 ‘친환경’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유해물질 배출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일산화탄소(CO), 미연탄화수소(UHC) 등 유해물질 다량 배출 사례도 여럿 존재한다.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오염물질인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먼지 등의 배출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질소산화물의 경우 고농도에서는 기침 및 흉통, 저농도에서는 5~12시간 후 경미한 기관지 자극증상을 유발하는 물질이다.

현재 SK하이닉스가 발전소 건립을 추진하는 지역 내에서 일부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곤 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시들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지자체는 물론 지역단체들도 SK하이닉스의 눈치를 보는 기색이 역력하다. 먹고 살기 위해 SK하이닉스가 하자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단순히 경제논리만 따지고 보면 SK하이닉스의 발전소 건립은 그야말로 ‘신의 한수’라 평가할 만하다.

여기서 한 가지 아쉬운 대목이 존재한다. 대기업의 지역발전 기여에 대한 순수성을 의심할 만한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높게 평가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각 지역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억울한 의심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미 ‘지역경제를 볼모로 한 대기업의 갑질 사례’로 규정지으며 즉시 본전심리를 거둬 들여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 이를 방증한다. SK하이닉스가 발전소 건립을 추진함에 있어 ‘공장건립 지역이 아닌 타 지역을 선정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남는 배경이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이미 발전소 건립 계획을 발표한 이상 SK하이닉스는 사업 추진에 있어 신중함을 기해야 한다. 지금처럼 ‘위험한 본전심리 발동’이라는 비판을 살 만한 행보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에 있어서는 신중함 이상의 과감한 모습도 보여야 한다. 환경평가에 있어 누구나 인정할 만한 전문기관의 객관적인 결과를 내놔야 한다. 지역민들이 만족할 만한 결과가 아니라면 사업포기도 고려해야 한다. SK하이닉스 이석희 대표를 둘러싼 ‘위험한 본전심리’ 논란이 하루빨리 종식되길 기대한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