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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제조업의 전통적 기반, 세계에서도 앞서가고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 외에도 일본은 최소 100개에서 190개까지 추가적인 경제보복 카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물론, 기업들도 일본이 어디까지 손을 댈지 알 수 없는 노릇이어서 애만 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4일부터 반도체 소재인 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와 TV나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등에 쓰이는 풀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절차 간소화 우대 조치는 철폐될 예정이다.
더욱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측의 이 같은 조치가 내려지면 현재 핵심재료의 국산화율이 30~40%에 불과한 상황에서 마땅히 대응할만한 수단이 없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관련업계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핵심 기업의 부품담당자들은 일본으로 발걸음을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일 정부 간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서 기업들은 딱히 대책이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넘어오는 핵심부품을 확보하지 못하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은 타격을 입을 수 없고, 삼성과 하이닉스, LG 등 대기업들의 손해도 막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무역보복 조치에 대해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우려했다.
신각수 전 일본 대사는 “일본은 지난해 12월 동해 상에서 한국의 광개토대왕함과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한국을 상대로 무역보복 조치를 검토하고 있었다”며 “한번 싸우면 끝을 보는 문화적 특성이 있는 일본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욱이 미국 측이 일본을 등한시 한 채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상황에서 북한과 친밀감을 과시한 가운데 경제적 보복전쟁은 이미 시작된 것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비자발급 제한조치, 한국과 단교할까
일본이 추가적인 보복조치를 가할 경우, 핵심 제품별 규제부터 관세율 인상, 농산물 수입, 엄격한 비자발급, 송금제한까지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신일철주금(철강업을 영위하는 일본의 기업)의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각 1억원 씩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고, 지난 1월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신일철주금의 한국자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신청했다.
지난달에는 정부가 한일 기업이 마련한 재원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위자료 지급을 제안했으나 일 측이 거부했고, 결국 오사카에서 열린 G20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아베신조 일본 총리 간에 정상회담은 무산됐다.
지난 1일 일본은 한국으로의 수출관리 규정을 개정해 반도체 등 제조과정에서 필요한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를 발표했고, 이 같은 조치는 당장 눈앞에 닥쳤다.
정부, 일본 수출규제 대응해 반도체 소재 비롯한 부품·장비 개발에 이제야
우선 정부는 일본의 이 같은 조치에 대응, 약 6조원의 우선예산을 투입, 반도체 및 핵심부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와 함께 지난달 발표한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의 소재·부품·장비산업 육성책을 보다 구체화해 이 같은 투자 방향을 정했다고 3일 밝혔다.
현재 사업별로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했거나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산업부 측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에 2020년부터 10년간 1조원을 투입하는 사업은 이미 예타를 통과했다”며 “일반 소재·부품·장비의 경우 2021년부터 6년간 5조원을 투입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예타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중에서도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개발의 경우 산업부가 7년간 5천 200억원을, 과기부가 10년간 4천 8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들 투자사업은 부품 소형화에 앞서가고 있는 일본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이날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 방안과 관련,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개발에 매년 1조원 수준의 집중투자를 현재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와 관련돼 있다.
문 대통령이 4차산업혁명 선도국가를 강조하면서도 ‘제조업’이 재(在) 부흥을 강조해온 것도 일본의 이 같은 무역조치를 대비한 것이 아니겠냐는 것이 정부 관계자 및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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