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대란 급한불 껐지만…우정노사 갈등불씨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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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 하루 앞두고 극적타결…비정규직 확대 등 타결안엔 논란 여전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7-09 11:20:30

사상 최초로 총파업을 예고했던 전국우정노동조합(이하·우정노조)가 정부 중재안을 수용하면서 가까스로 ‘우편대란’을 피하게 됐다. 하지만 타협안을 두고 곳곳에서 불만어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갈등의 불씨가 여전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정노조가 9일 예고했던 총파업을 철회했다. 우정사업본부와 우정노조 간 2019년 임금교섭 협상이 타결됐기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와 우정노조는 지난 6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신청을 한 후 수차례 협상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다가 총파업을 앞두고 극적 타결됐다.

그 간 우정노조는 경영평가상여금 평균 지급률 140% 명시, 집배보로금과 발착보로금 인상, 상시출장여비 인상, 비공무원 처우개선 등 10개 안건을 요구했다. 집배원 인력은 2000명 이상 증원을 요구해왔다. 평균 5시간 가량 일하는 토요일 근무 폐지도 요구했다.

이에 우정사업본부는 협상 타결을 통해 집배원의 주 5일 근무, 업무 경감 등을 위해 소포위탁배달원 750명을 올해 7월 중 배정키로 했다. 또 직종 전환 등을 통해 집배원 238명을 증원하는 등 모두 988명을 증원키로 했다. 집배원들이 많은 업무 부담을 느끼는 10kg 초과 고중량 소포에 대한 영업목표와 실적평가 등도 폐지하기로 했다.

주요 타결안은 △소포위탁택배원(비정규직) 750명 이달 배정 △직종 전환 통해 집배원 238명 증원 △농어촌 지역 지배원 주 5일 근무체계 구축 위해 사회적 합의 기구 운영 △농어촌 지역 집배원 인력 증원·농어촌지역 위탁수수료 인상·토요일 배달 중단을 중심으로 방안을 마련해 2020년 시행 △10kg 초과 고중량 소포에 대한 영업목표와 실적 평가 폐지 △고중량 소포 요금 인상 방안 등이다.

이동호 전국우정노동조합 위원장은 “정부에서 내놓은 안을 수용했고 합의사항은 반드시 빠른 시일 내에 이행돼야 한다”며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개선한다고 했으니 오늘 내에 합의하고 투쟁을 종료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우정노조가 오늘 정부와 합의한 만큼 100%는 아니지만 국민을 위해 현장에 복귀해서 최선을 다해 우편서비스 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노사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은 여전한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우정노조의 요구안 중 핵심으로 꼽히던 인력충원은 목표치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은 정규 인력 증원 2000명 증원, 토요 택배 완전 폐지 등을 권고한 바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몇몇 집배원들이 목숨을 잃는 과정에서 과로가 원인으로 추정되며 인력충원에 대한 요구가 거세졌다. 이번에 충분히 인력충원이 실시되지 않은 만큼 언제든 인력부족에 따른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여전히 인력이 부족한 만큼 이번 합의를 통해 운영될 사회적 합의 기구에서 실효성 있는 토요배달 폐지 실행 방안이 마련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열악한 근무조건 개선을 비정규직 위탁 택배원 충원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둘러싼 갈등도 예상된다. 우정노조 내 소수 노조인 전국집배노조는 우정 노조의 파업 철회 결정을 즉각 비판하기도 했다.

집배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위탁 택배원 비중을 높여 정규직을 줄이려고 하는 것은 우정사업본부의 중장기 계획이다”며 ‘토요택배를 유지해 주말 근무를 고착화하고 민간 택배 시장과 단가 경쟁을 통해 택배시장을 교란시키는 것이 우정사업본부의 계획이며 우정사업본부는 또다시 비용 측면에서 비정규직 증원 계획을 세웠다“고 비판했다.

우정사업본부의 경영실패에 따른 문제에도 잡음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적자폭이 갈수록 확대되는 가운데 인력충원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우정사업본부의 적자규모는 2017년 539억원이다. 지난해엔 1450억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올해 적자규모는 1960억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임금 인상, 상시집배·택배원 등의 공무원 전환 등으로 인건비가 갑작스레 증가한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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