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WTO서 ‘보복성’ 일본 수출규제조치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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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무역이사회에서 추가 의제로 긴급상정 끝에 논의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7-10 14:05:15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본부 로고 [사진=로이터 캡처]

정부는 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 조치의 근거가 WTO 자유무역원칙에 어긋나는 “정치적 목적의 보복”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백지아 주제네바대표부 대사는 이날 오후 마지막 안건으로 올라온 일본 수출 규제 문제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 규제가 한국만을 대상으로 하고 ‘정치적 목적으로 취해진 경제보복’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백 대사는 일본이 오사카 G20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강조한 직후 이런 조치를 발표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8∼9일 이틀간 진행된 상품무역 이사회에서 다뤄질 안건 중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는 애초에 포함되어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추가 의제로 우리 정부가 이 문제를 긴급 상정할 필요성을 의장에게 설명하고 의장이 이를 수용하면서 마지막 안건으로 다뤄졌다.

WTO 상품무역 이사회는 통상 실무를 담당하는 참사관급이 참석하지만,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9일 회의에 백 대사가 직접 참석했다.

로이터 통신은 10일 일본이 지난주 무역거래제한을 최소화하는 소위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시키겠다는 협박을 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에 대해 한국의 백 대사가 ‘신뢰 훼손’을 이유로 수출을 제재하는 WTO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본 측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한 신뢰훼손’과 함께 ‘한국 측에 부적절한 사안이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으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백 대사는 이사회 회원국을 향해 일본의 조치가 한국 기업뿐 아니라 일본 기업은 물론 세계 전자제품 시장에 글로벌 공급망 차원에서 부정적 파급효과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는 자유무역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일본 측에서는 이날 회의에 이하라 준이치 주제네바 일본대표부 대사가 참석해 수출규제조치가 정당하며 WTO규범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준이치 대사는 WTO 회의가 끝난 후 가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한국에 적용했던 간소한 규정을 수정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제 우리(일본)가 (규정을) 고쳐서 한국에 정상적인 조치가 적용되는 것이다”고 말하고 “이는 WTO에서 (규정한) 우리의 임무와 완전히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TV·스마트폰 액정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부품인 리지스트와 고순도불화 수소(에칭 가스) 등 3가지 품목을 5일부터 포괄적 수출허가 대상에서 개별 수출허가 대상으로 변경했다. 이로써 일본 기업이 해당 품목들을 한국에 수출하려면 계약마다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결국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효과를 노리는 조치로 해석된다.

정부는 23∼24일 예정된 WTO 일반 이사회에서도 일본 보복 조치의 부당성에 대해 다시 설명할 계획이다.

[박선옥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박선옥 기자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