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 英유조선 나포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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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해군, 최고수위 3급경계령 발동

임보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7-14 14:30:53

▲ 미국의 이란 원유 수입금지 제재와 관련, 이란 군부는 국제 원유의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겠다고 경고했다. [자료=뉴시스]

CNN과 폭스뉴스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이란 혁명수비대(IRCG)가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영국 유조선을 나포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영국 해군은 9일 페르시아만에 ‘위험이 임박했다’는 뜻의 3급 경계령(Level 3)을 내렸다.

사건은 10일 영국 유조선 ‘브리티시 헤리티지 호’가 페르시아만에서 인도양으로 향하기 위해 아라비아 반도와 이란을 가르는 중요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란의 정치부대인 혁명수비대 소속 경비정 5척이 유조선 근처로 접근해 선박을 멈추고 항로를 바꿔 가까운 이란 영해로 이동하라고 위협했다.

당시 유조선 뒤를 따라가며 선박을 호위하던 영국 해군 호위함 HMS 몬트로스(Montrose)가 이 상황을 목격하고 이란 경비정과 유조선 사이에 끼어들었다.

몬트로스 승무원들은 곧장 갑판의 30㎜ 함포를 이란 경비정에 겨냥하고 물러나지 않으면 발포하겠다고 구두 경고했다. 영국 해군이 자국 유조선 보호를 위해 파견한 몬트로즈 함에는 소형 선박 퇴치 등에 사용되는 30㎜ 함포가 장착되어 있다.

이에 이란 경비정들은 충돌 없이 물러났으며 당시 현장 주변을 비행하던 미군 정찰기가 이번 사건을 촬영했다. 이란 경비정에 의해 나포당할 뻔한 유조선은 영국 에너지 대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소유로 알려졌다.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11일 성명을 내고 “몬트로즈 함이 이란 배와 브리티시 헤리티지 호 중간에 있는 상황이 벌어졌고 구두 경고 후 이란 배들이 돌아갔다”며 “이란 국적 선박 세 척이 국제법을 어기고 영국 상선의 항해를 가로막으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우리는 이번 행동에 우려를 표하고 이란 당국에 이 지역(페르시아만)에서 긴장을 완화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란 파르스통신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 측은 이날 “지난 24시간 동안 영국을 포함한 외국 선박과 만난 적 자체가 없다”며 즉각 부인했다. 또한 “만약 외국 선박을 붙잡으라는 지시를 받았더라면 즉시 작전을 수행했을 것”이라며 반박했다.

이란의 나포 시도는 지난 4일 영국 해군과 지브롤터 자치정부가 이란의 초대형 유조선 ‘그레이스 1’을 지브롤터 남쪽 해역에서 억류한 데에 대한 보복 조치로 추정된다. 영국령 지브롤터 자치정부는 지난 4일 영국 해병대의 도움을 받아 이란의 ‘그레이스 1호’를 억류했다. 그레이스 1은 유럽연합(EU)과 미국의 제재를 어기고 시리아에 원유를 공급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었다. 이란은 그레이스 1호의 목적지가 시리아행이 아닌데다 이란이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영국이 제재를 부과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모흐센 라자에이 이란 국정조정위원회 사무총장은 지난 5일 트위터에 “영국이 이란 유조선을 풀어주지 않는다면 영국 유조선을 억류하는 것이 (이란) 당국의 의무”라고 적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역시 전날 내각회의에서 “영국은 이 같은 (이란 유조선 나포의)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며 보복 조치를 암시했다.

미국은 현재 페르시아만을 지나는 선박들의 항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해협의 해상 호위를 위한 연합 함대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미국이 한국 정부에게 중동 해협에서 해상 호위를 위한 연합군 참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일본 정부에도 해상 자위대의 연합군 참여를 건의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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