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여성 '해외여행 제한' 제도 완화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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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없이 여성이 해외여행 갈 수 없어.. 후견인제 일부 완화

임보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7-14 14:40:17

▲ 지난해 6월 24일 여성의 운전을 사상 최초로 허용한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직접 운전대 잡고 있는 사우디 여성 [사진=뉴시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가 남성 보호자의 허락 없이도 여성이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해외여행 제한 규제’를 올해 안에 완화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사우디에서는 가족 중 남성 보호자가 출국·교육·취업·결혼 등 여성의 법적 행위를 승낙하는 권한을 갖는 ‘마흐람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남성 보호자의 권한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보다 더 넓다. 실제로 사우디에선 관습적으로 남성 보호자가 여성의 취업, 아파트 렌트, 계좌 개설, 건강보험까지도 승낙할 권한을 갖는다. 남성 보호자의 허락 없이는 병원에서 치료도 받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2018년 6월 전까지 여성이 직접 운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사우디 정부는 현행 후견인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 위해 위원회를 운영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마흐람 제도 중 여성들의 해외여행과 관련한 조항은 올해 폐지하고, 결혼 등 나머지 관련 조항은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사우디의 한 고위인사는 “여성에 대한 여행 제한은 올해 변화가 있을 것”이라면서 “고위층으로부터 지시가 내려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의 한 인사는 “사우디 지도부와 정부, 국민이 이 시스템의 변화를 원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이런 논의는 혼란 없이 얼마나 빨리 실행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여성의 인권이 억압되는 사우디에서는 여성이 남성 가족의 통제와 억압을 피해 해외로 도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사우디의 18세 소녀 라하프 무함마드 알 쿠눈이 아버지의 강제 결혼 강요에서 벗어나기 위해 태국 방콕에서 망명을 요청한 적이 있다. 이후 알 쿠눈은 캐나다 망명에 성공했다.

3월에는 림과 라완(가명) 사우디 자매가 아버지와 오빠들의 심한 가정폭력을 견디지 못해 공개되지 않는 제3국으로 망명 허가를 받기도 했다.

사우디는 2018년 1월 여성이 축구 경기장에 입장을 하는 것을 허용했으며 같은 해 6월에는 여성 운전을 허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퇴색한 개혁 이미지를 되살리려는 의도”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자말 카슈끄지는 사우디 출신 반체제 언론인으로 미국 버지니아주에 거주, 워싱턴포스트(WP)에 사우디 왕정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써왔던 인물이다. 카슈끄지는 지난해 10월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사우디 정보요원들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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