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프랑스 디지털세에 보복관세 추진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국제사회

美 “佛디지털세가 미국 IT기업 불공정하게 겨냥한다”

임보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7-14 14:35:57

▲ 2016년 7월19일 미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본사 외벽에 구글 로고가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자국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의 피해를 우려해 프랑스의 디지털세(digital tax)에 관세 보복을 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미국 CBNC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상원은 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대기업들을 상대로 영업매출의 3%를 부과하는 내용의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전날 트럼프 행정부가 프랑스의 디지털세에 대한 불공정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보복관세’ 경고에도 불구하고 강행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스의 디지털 과세법 대상은 연 매출 7억5000만유로(약 9943억원), 프랑스 국내 매출 2500만 유로(약 331억원) 이상인 글로벌 IT기업이다.

프랑스에서 디지털세법이 실시될 경우 적용받는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약 30개 안팎이다. 하지만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디지털관세를 통해 프랑스 정부는 연간 4억 유로(약 5304억원) 정도의 세금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0일 성명을 통해 “불공정한 무역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근거가 되는 무역법 301조에 따라 프랑스 정부의 디지털세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며 “디지털세가 미국 기업들을 불공정하게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매우 우려한다”고 밝혔다. 라이트하우저 대표는 이번 조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됐으며 최장 1년간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불공정성으로 인해 미국 기업이 피해를 본다는 판정이 나오면 관세부과를 비롯한 징벌적 수입제한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고조되는 미국발 무역 전쟁의 정면에 프랑스가 맞서고 있다”고 평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프랑스는 독자적으로 과세규칙을 결정하는 주권국가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경고를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 항공사인 에어버스의 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EU산 농산물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프랑스 뿐 아니라 영국도 2020년부터 같은 내용의 세금을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디지털세’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 간의 무역 긴장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영국은 글로벌 IT기업을 대상으로 도입하는 디지털세 부과 법안 초안을 예정대로 공개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같은 날 11일 영국은 글로벌 연간매출 5억 파운드 이상(약 7376억원), 영국 매출 2500만 파운드 이상(약 369억원)인 기업에 대해 2%의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 초안을 발표했다. 시행 시기는 2020년 4월이다.

제시 노먼 영국 재무부 차관은 “영국은 항상 디지털경제에 세금을 부과하기 위한 국제적 해법을 찾기 위해 앞장 서 왔다”며 “이는 조세시스템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와 영국은 EU 공동으로 디지털세 도입 방안을 마련하자고 주장해왔으나 아일랜드, 벨기에 등의 반대로 좀처럼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독자적인 과세에 나선 것이다.

유럽에서는 EU의회 및 EU집행위원회를 중심으로 2010년대 초부터 디지털세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 왔다. IT기업들이 본사를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나 룩셈부르크 등에 세워 놓고 실제로 수익을 얻는 국가에는 세금을 거의 내지 않기 때문이다. EU집행위원회가 지난 2018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EU 안에서 전통적인 다국적 기업들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23.2%인 것에 비해 다국적 IT기업들은 9.5%에 불과했다.

EU집행위원회는 지난해 3월 회원국에 디지털세 부과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2020년부터 연 수익 7억5000만유로 이상(약 9943억원)이거나 유럽에서 5000만유로 이상(약 665억원)의 수익을 내는 IT기업에 대해 연 매출의 3%를 세금으로 부과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EU 회원국마다 입장이 갈렸다. 프랑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찬성한 반면 IT기업의 본사가 다수 있는 아일랜드, 벨기에, 네덜란드, 덴마크 등은 반대하고 나섰다. 결국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프랑스 등 찬성파 국가들은 단독으로 디지털세를 추진하고 나섰다. 프랑스가 가장 먼저 의회에서 디지털세법을 가결한 가운데 영국도 2020년 4월에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스페인, 오스트리아 정부도 조만간 의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은 같은 이유로 미국이 프랑스를 제재하겠다고 위협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디지털세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면서 “이는 결국 미국의 분노를 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임보련 기자 bll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