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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 비웃는 日, 외교부터 손봐야

스카이데일리 칼럼

임현범기자(hby6609@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7-16 00: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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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현범 차장(산업부)
일본이 대(對)한국 수출규제를 발동한 지 열흘하고도 이틀이 지났다. 안보상 이유를 내세우곤 있지만 이번 반도체 수출규제가 한국을 향한 경제보복성 조치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일본 정부 스스로도 강제징용 배상 요구와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을 두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는 국내 소비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촉매로 작용했다. 일본 정부의 행태를 규탄하는 여론이 들끓으면서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일본산 제품을 많이 판매하는 마트와 편의점 등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이러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미 SNS상에선 ‘노 재팬’이라는 불매 포스터가 만들어져 공유되고 있으며, 전기·전자부터 의류, 자동차, 금융, 악기 등에 이르기까지 대표적인 일본기업 리스트까지 확산되고 있다. ‘일본제품불매’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글 역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몇몇 시민단체에선 아예 불매운동을 외치며 유니클로나 도요타 매장 앞에서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국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약 70%가 불매운동에 참여하겠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불매운동 여파에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곳은 일본 맥주다. 주요 편의점에 따르면 국산맥주와 수입맥주 판매량이 증가한 가운데 일본맥주만 두 자릿수 하락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약간이라도 일본색이 있는 기업들은 긴장한 기색을 보이고 있지만 한편으론 무시 아닌 무시를 하고 있다. 어차피 한국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은 장기간 이어지진 않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유니클로 일본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의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불매운동이) 매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그리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매운동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크게 우려하지는 않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반응은 비단 유니클로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한국의 불매운동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간 한일갈등이 비화될 때마다 한국에선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졌지만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지난 1995년 역사 바로 세우기를 내세우며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벌였을 당시 일본담배 퇴출 운동이 진행됐지만 그해 일본산 담배 마일드세븐의 한국 점유율은 오히려 올랐다.
 
최근 자동차업계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아직 불매운동 초기라곤 하지만 일본차의 수입차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7월 초에도 일본 자동차 매장에선 예약을 취소했다는 사례가 드물었다. 오히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가 늘어났다고 밝힌 곳도 적지 않았다.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이번 수출규제에 대한 보이콧으로 얼마나 역할을 할지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더욱이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지속한다고 해도 득보다 실이 클 거라는 우려를 지우기 힘들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경제 특성상 경제대국인 일본 의존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뒤늦게 국산화에 나선다곤 하지만 한계는 명확하다. 불매운동이 일본기업으로 하여금 일본정부에 압박을 줄 수는 있겠지만 감정적으로 대응해선 오히려 양국 간 감정만 상할 뿐이다.
 
일본에서는 한국의 불매운동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정치적 노림수로 수출규제 카드를 꺼낸 일본의 정치인들이 이를 놓칠 리 없다. 지지도를 높이기 위해 오히려 지금보다 더 강한 제재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이미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경제보복 수위를 높이고 있다. 타격을 입는 한국 기업들이 늘어나는 건 자명하다. 민간 차원의 불매운동이 아니라 정부 주도의 정치·외교적 접근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는 말이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단순 경제 문제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정치, 외교에서 비롯된 경제보복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정부의 외교 능력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제공조를 통해 일본 정부를 압박하는 방법도 있다. 국내 반도체 산업이 피해를 볼 경우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되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재선을 앞두고 무역분쟁 중인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치명타나 다름없다. 미국과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만큼 활용할 여지는 충분하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피해를 보는 건 국민이라는 사실을 정부는 다시 한 번 되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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