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과 정의’어긋난 교과서 불법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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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7-15 15:27:25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 교육부는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의 내용을 대거 수정했다. 집필 책임자인 박용조 진주교대 교수의 의견도 묻지 않고 도장까지 날인해가며 정당한 절차를 밟지도 않은 채,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내용을 대거 수정했다.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사회교과서 집필 책임자인 박용조 진주교대 교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2018학년도 교과서 내용이 213군데 수정됐다’고 밝혔다. 게다가 회의록 조작에 임의로 도장까지 찍어 진행됐다고 한다. 교과서 불법 수정이 세상에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2017년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식과 정의’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구시대적인 획일적 역사교육과 국민을 분열시키는 ‘편 가르기 교육’의 상징인 국정역사교과서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해 9월 박 교수는 교육부 담당자로부터 교과서 내용 중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수정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한다. 박 교수는 교육부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으며 그 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6개월 정도가 지난 후, 박 교수는 한 언론사 기자로부터 당초 교육부가 요구했던 한 가지 내용뿐 아니라, 무려 213곳이 수정된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배포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박 교수는 수정된 부분이 근현대사에 집중돼 있다고 강조했다. 근현대사의 좌우 관점이 예민한 부분들이 모두 다 고쳐져 있었다. 특히 박정희 정권, 유신 내용, 새마을운동 관련 부분이 수정됐거나 삭제됐고 북한에 관련된 부정적인 내용도 삭제돼 있었다. 이런 내용들이 삭제되면서 필자가 한 마디 상의가 없었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에 벗어난 일이다.

문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했던 ‘상식과 정의’는 어디에도 없었다. 상식이란 우리가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이다. 나아가 누구나가 알고 있는 지식이란 말이다. 문 대통령은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자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이 소소한 부분에서도 상식이 어긋난다면 과연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박 교수는 집필 당시 ‘좌우 관점’의 예민한 부분이 있으면 되도록 빼고 ‘중립적’으로 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정치적인 색을 입히지 말 것을 강조했으며 민감한 부분에 있어서는 될 수 있으면 빼자는 원칙하에 집필이 이뤄졌다고 했다.

뒤늦게나마 교육부와 검찰은 회의록 조작 등 교과서 수정 과정은 물론 관련자에 대해서도 진상을 규명해 신뢰를 회복하고 잘못을 바로 잡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2018년도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서는 불법 수정이란 절차적 문제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집필자들이 합의하에 지키고자했던 집필 원칙까지 무너지고 말았다. 이에 따라 이념적인 중심성이 깨졌음은 물론 한편에 치우친 이념적 편향성을 드러내는 말았다.

교과서는 학교에서 교육을 위해 사용하는 학생용의 주된 교재다. 교육이란 이념을 심어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우리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이유는 사람으로 필요한 덕목과 지식, 그리고 사회적 관습 등을 가르치기 위함이다.

즉 사람다운 사람을 만들기 위해 우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이다. 따라서 그 교육은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고 또한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꼭 필요한 것들이다. 상식을 가르치고 배우는 공간이 상식이 통하지 않은, 비상식적인 책과 공간이라면 우리의 아이들은 그 공간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싶다.

[이유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이유진 yj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