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50파운드 지폐 얼굴 ‘수학자 앨런 튜링’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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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실제 모델인 불운한 천재

임보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7-17 15:10:15

영국의 고액권인 50파운드(약 7만3천원) 지폐의 초상인물로 천재 수학자이자 현대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앨런 튜링이 선정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마크 카니 영국 중앙은행(BOE) 총재는 15일(현지시간) 맨체스터 과학산업박물관에서 50파운드 지폐 신권 도안을 공개했다.

카니 총재는 “앨런 튜링은 오늘날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준 위대한 수학자”며 “그는 컴퓨터 과학과 인공지능의 아버지이자 전쟁 영웅”이라고 평했다.

오는 2021년부터 유통되는 50 파운드 신권 지폐 뒷면에는 1951년에 찍은 튜링의 사진이 들어간다. 이 사진은 영국 국립 초상화 진열관이 소장중이다. 다른 지폐와 마찬가지로 앞면에는 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초상이 새겨질 예정이다.

튜링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잠수함 암호기 ‘애니그마’를 해독한 영국의 수학자로 유명하다.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각색상을 받은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은 튜링을 실제 모델로 만들어졌다. 영국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튜링 역을 맡아 연기하기도 했다.

그는 1936년에 이미 ‘보편적 기계’의 개념을 창안해 인공지능(AI) 창조의 기틀을 마련했다. 또 기계가 인간과 얼마나 비슷하게 대화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기계의 사고 능력’을 판별하는 ‘튜링 테스트’를 창시했다.

튜링은 2차 세계대전 중 독일 암호를 해독함으로써 연합군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1952년 당시 영국에서 범죄로 취급되던 동성애 혐의로 기소됐다. 성소수자였던 튜링은 생전에 공로를 거의 인정받지 못하고 잊혀졌다. 동성애를 범죄화하는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법에 의해 화학적 거세를 당한 그는 1954년 41세의 나이에 청산가리를 주입한 사과를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불운한 천재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는 지난 2009년 그에 대한 판결 등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고 튜링은 2013년 동성애로 기소된 이들을 사면하는 내용의 ‘튜링 법’에 의해 영국 왕실로부터 사후 사면을 받았다.

50 파운드짜리 고액지폐는 일상생활에서 잘 쓰이지 않아 ‘부패한 엘리트의 화폐’라는 오명을 얻는 등 폐지를 놓고 영국 내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영국 중앙은행에 따르면 현재 3억4500만장의 50파운드 지폐, 금액으로는 172억파운드(약 25조2000억원) 규모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현재 유통되는 50파운드 지폐에는 증기기관 발명가인 제임스 와트와 그를 후원한 매슈 볼턴이 그려져 있다.

튜링의 얼굴이 50파운드 지폐에 들어가면서 잊혀졌던 그의 업적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도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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