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7년 만에 미국과의 WTO 분쟁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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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이 무역환경 공정성 훼손”

임보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7-18 13:27:04

▲ 로베르토 아제베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지난 2017년 12월13일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WTO 각료회의 폐막식에 참석해 있다. [사진=뉴시스]

세계무역기구(WTO)가 중국과 미국의 반덤핑 상계관세 부과 관련 소송에서 중국의 손을 들어주면서 미국은 불공정 무역을 주도한 가해자가 됐다.

중국 상무부는 17일(현지시간) 대변인 명의 담화에서 “7년간의 분쟁 끝에 미국의 반보조금 상계관세가 WTO 규정에 위배된다는 결정이 나온 것은 미국 측이 무역구제 조치를 남용해 국제 무역환경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미국은 최근 수년간 중국 상품에 반보조금 조치를 남용해 중국 상품의 정상적 미국 수출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했다”며 “미국이 즉각 행동에 나서 중국 상품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 과정에서 생긴 잘못을 바로잡아 공평한 무역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WTO 상소기구는 16일 공개한 보고서에 “지난 2012년 중국이 제소한 미국의 반덤핑 반보조금 상계관세에 대해 미국이 WTO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며 “철회하지 않으면 중국이 보복해도 된다”고 판정했다.

중국은 2012년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태양광 제품과 종이, 철강 등 22개 품목에 반덤핑·반보조금 상계관세를 부과하자 73억 달러(약 8조6300억원)의 피해를 봤다며 이를 WTO에 제소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007년~2012년 자체 조사를 거쳐 중국이 국유기업을 통해 낮은 가격에 부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중국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중국에 반덤핑 상계관세를 부과해왔다.

하지만 WTO 상소기구는 분쟁 시작 7년 만에 내린 판결문에서 미국이 WTO 규정을 완전히 준수하지 않았으며 미국이 만약 WTO 규정을 어긴 반덤핑 상계관세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중국이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판정했다. USTR가 중국의 수출품 가격이 왜곡됐다고 보고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지만, 미국의 가격 산정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며 중국이 정한 가격을 인정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중국은 이번 WTO 상소기구의 판결로 2012년 미국으로부터 받은 반덤핑 관세 조치에 대해 미국에 보복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했다. 또 미국을 상대로 보복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손실 규모를 산정하는 문제로 다시 미국과 법적 분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WTO 상소기구의 판정에 반발한 USTR는 성명을 내고 “세계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사보고서를 비롯한 다른 객관적 증거들을 무시한 결론이다”며 “상소기구가 미 노동자와 기업에 피해를 주고, 중국 국영기업들의 보조금에 맞서려는 노력을 방해한다”고 표명했다.

로이터 통신은 WTO 판정으로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3250억 달러(약 385조원) 규모의 중국 상품에 대한 25%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며 중국 압박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서 “우리가 원한다면 3250억 달러에 대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면서 “나는 중국이 전에 합의했던 약속을 깨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위 언급된 ‘합의했던 약속’은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는 것으로 미국은 6월 말 중국과의 무역전쟁 휴전을 시작하면서 그 조건으로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대량 구매하기로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무역담판을 벌인 뒤 중국이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유예를 대가로 미국 농산물을 즉각 대량 구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은 아직까지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이 주장하는 ‘합의된 약속’을 ‘논의 중인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구매 일정 등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WTO 판단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 협상은 더욱 더뎌질 전망이다. 미국이 이번 판결로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그동안 WTO보다 국내법을 우선시해왔다. 양국은 6월 G20 정상회의에서 협상 재개를 선언했지만 후속 조치가 없다. 중국은 미국에서 사기로 한 농산물 수입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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