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마약왕 구스만 ‘종신형 선고’, 추징금 약 15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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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맥스’라 불리는 ADX 플로런스 중범죄자 교도소에 수감 예정

임보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7-21 11:03:41

▲ 지난 2017년 1월19일 멕시코의 마약왕 호아킨 '엘 차포' 구스만이 뉴욕주 롱콩코마의 롱아일랜드 맥아더 공항에서 미 법집행 요원들에 의해 호송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62)이 미국 법원에서 종신형을 선고 받고 남은 여생을 감옥에서 보내게 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에서 구스만의 재판이 열렸다. 이 재판에서 브라이언 코건 판사는 구스만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또 검찰의 추가 구형을 받아들여 종신형에 더해 ‘징역 30년형’도 형량에 추가했다.

코건 판사는 구스만이 마약 밀매, 범죄 사업 등으로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되는 126억 달러(약 14조8000억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이날 재판에서 코건 판사는 구스만의 범행에 대해 ‘압도적인 악(overwhelming evil)’이라고 평했다.

구스만은 멕시코 최대 마약밀매조직이었던 ‘시날로아 카르텔’을 수십 년간 이끈 인물이다.

키 168cm로 땅딸보라는 뜻의 ‘엘 차포(El Chapo)’라는 별명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마약왕으로 알려진 구스만은 1989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각지에서 200t이 넘는 마약을 밀매하고 돈세탁, 살인교사, 불법 무기 소지 등 17건의 혐의로 기소됐다.

멕시코 서부 과달라하라 기반 카르텔에서 일하다 카르텔 수장이 경찰에 체포되자 1989년 자신이 유년기를 보낸 시날로아 지역을 중심으로 시날로아 카르텔을 조직했다. 이후 콜롬비아산 마약을 미국에 유통하는 밀수 사업을 통해 세를 크게 늘렸다. 미국 마약단속국은 2012년 기준 시날로아 카르텔이 멕시코 마약시장의 60% 가량을 차지한다고 추정했다. 미국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가 구스만과 시날로아 카르텔 이야기를 ‘엘 차포: 터널 킹’이란 드라마로 제작하기도 했다.

미국 연방 검찰은 구스만이 2016년 멕시코에서 체포되기 전까지 25년 동안 코카인, 헤로인, 마리화나 등을 밀매하면서 126억달러에 달하는 범죄 수익을 얻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구스만은 체포되기 전까지 호화 요트 선단, 제트기, 호랑이·악어가 있는 개인 동물원 등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매년 선정하는 억만장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구스만은 앞서 멕시코에서 체포돼 감옥에 갇혔지만 두 차례 모두 탈옥했다. 2001년 멕시코 할리스코에 있는 교도소에서는 빨래 바구니에 숨어 있다가 탈옥했고 2014년 2월 태평양 연안의 휴양도시 마사틀란에서 검거됐다.

2015년에는 멕시코시티 외곽 알티플라노 연방 교도소에서 교도소 외곽의 1.5㎞가량 떨어진 건물로 연결된 땅굴을 파고 도망쳤다. 두 번째 탈옥 6개월 만인 2016년 1월 멕시코 서북부 시날로아 주의 한 은신 가옥에 숨어 있다가 멕시코 해군과 교전 끝에 검거됐다.

구스만은 2016년 1월 미국, 멕시코, 콜롬비아, 인터폴의 연합 검거 작전에 의해 체포된 후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돼 재판을 받게 됐다.

두 차례 탈옥한 전례가 있는 구스만은 미국에서도 감시·보안수준이 가장 높은 콜로라도주 플로런스 인근 ‘ADX 플로런스’ 교도소로 이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퍼맥스’로 불리는 ADX 플로런스는 중범죄자 전용 교도소로 흉악범과 테러범 등 중범죄자를 수용한다.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범 조하르 차르나예프 등이 수감돼 있다.

ADX 플로런스는 ‘쇼생크 탈출’ 같은 탈옥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 벽으로 된 창문 없는 독방과 다른 죄수들과도 완전히 차단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탈옥이 불가능한 지하감옥으로 특히 유명하다. CNN은 “이 교도소에서 탈옥한 사람은 지금까지 아무도 없다”고 보도했다.

구스만이 종신형을 선고받기 하루 전, 구스만의 첫째 부인의 딸 알레한드리나지젤 구스만은 구스만의 이름을 딴 패션 브랜드 ‘El Chapo 701’를 출시하기도 했다. 701은 구스만이 2009년 포브스지가 선정한 세계 701번째 부자로 지명된 데서 가져왔다.

하지만 CNN은 ‘샘의 아들(Son of Sam)’ 법에 따라 이 회사 수익금이 몰수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 법안은 범죄자가 자신의 범죄로 얻은 대중적 인지도를 이용해 수익을 챙기지 못하게 하는 법이다. 이 법은 1976년 여름 이후 1년 동안 44구경 권총을 사용해 6명을 살해하고 7명에게 중상을 입혀 미국 뉴욕 전체를 공포에 몰아넣은 연쇄 살인범 데이비드 버코위츠 때문에 제정됐다. 버코위츠는 체포 당한 후, ‘샘’이라는 악령이 자신을 조종해 살인했다고 주장해 ‘샘의 아들’이라고 불렸다. 이를 이용해 자신의 일대기를 담은 책을 출간하려하자 1977년 뉴욕주 의회는 ‘샘의 아들’ 법을 제정하게 됐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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