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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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업계획을 발표한 지 약 3년 여가 흐른 현재, 서울시가 야심차게 추진한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은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3년간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에 예산으로 총 670억300만원을 배정했지만, 이 중 20.9%에 불과한 139억 3100만원만 집행했다.
지난 2016년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을 발표하면서 2022년까지 8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재까지 주택 사업인가가 완료된 곳은 7월 초 기준 37곳(1만4280가구)에 불과하다. 목표의 18% 수준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단지 착공이 지연되면서 아직까지 실제로 입주자를 모집한 단지는 한 곳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배경에는 낮은 사업성과 인근 주민들의 반발 등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모든 가구를 임대로만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민간사업자가 일부 가구 분양을 통해 개발자금을 단기간에 회수하는 게 불가능하다. 사업대상지가 지하철역 승강장 경계로부터 반경 300m 이내이기 때문에 민간사업자 입장에선 비싼 땅에 저렴한 임대료를 책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사업 자체의 실효성에도 의구심을 나타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업지 인근 주민들 및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현재 ‘역세권 2030청년주택 사업’의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부분은 ‘공공임대비율’이다. 취지와 달리 막상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는 공공임대용 주택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겉만 번지르르 한 허울뿐인 청년주거정책에 가깝다는 평가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26번째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기생충’은 햇빛마저 들지 않는 반지하에서 살아가는 주인공 가족과 부촌에 살고 있는 가족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로 구성됐다. 영화에서 주인공 가족인 부유한 집안에 기생하면서 점점 그들의 생활에 익숙해져 갈 때쯤, 부잣집 가족들은 이 주인공 가족으로부터 이상한 냄새를 맡는다.
바로 반지하에서 살면서 곰팡이 냄새가 몸에 배었고 그 냄새를 맡은 것이다. 부잣집 가족은 주인공 가족과 함께 잘 어울리며 지내다 어김없이 냄새로 그들을 구분했고, 영화의 마지막 비극적인 결말 역시 이 냄새로부터 시작됐다.
어쩌면 우리는 매일같이 반지하 냄새를 맡고 있을지 모른다. 지하철, 길거리, 학교 혹은 지금 근무하고 있는 사무실에서 말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부동산 문제가 시간이 지나도 계속된다면 언젠간 반지하 냄새 뿐 아니라 지역별 냄새, 아파트 브랜드별 냄새까지 어느새 우리가 냄새를 구분하고 있는 상황을 목격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우리가 반지하 냄새를 구분할 수 없지만 만약 그 냄새를 구분할 수 있다하더라도 청년들에겐 반지하 마저 간절한 것이 현실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청년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겠다며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을 시작했지만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치적 쌓기로 비춰질 수 있다.
청년들에겐 희망고문을 필요 없다. 단지 현실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박 시장이 진정으로 청년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싶다면, 옥탑방에서 한 달 살아보는 단발적 포퍼먼스가 아닌 청년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나광국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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