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서 한일 격돌…“수출규제 부당함 국제사회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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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국장급 고위 관료, 회의서 ‘설전’ 예고…국제 여론전 시작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7-23 12:42:19

세계무역기구(WTO) 일반 이사회에 정부 대표로 참석하는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이하·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일본의 대한 수출 규제 조치의 부당성을 국제 사회에 알릴 예정이다. 일본 정부에는 수출규제 철회를 촉구한다.

산업부에 따르면 23~24일에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 일반 이사회에 김 실장이 정부 대표로 참석한다. 제네바에 도착한 김 실장은 “화이트 리스크 문제로까지 확대하면 일본의 (WTO 규범) 위반 범위는 더 커진다”며 일본 정부가 신중하게 조처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WTO 일반이사회는 2년마다 열리는 각료회의를 제외하면 WTO 내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164개 회원국이 모두 참여해 중요 현안을 논의한다.

일본은 이달 1일 반도체 소재 등 3개 원자재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조치를 발표했다. 동시에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법정 개정안을 고시했다. 화이트리스트는 우방국 명단이다. 개정을 위한 의견수렴 마감시한은 24일이다.

WTO 일반이사회에서 우리나라가 제출한 의제는 전체 14개 가운데 11번째로 논의될 예정이다. 10개 의제가 먼저 처리된 후 순번이 돌아오기 때문에 한국 시간으로는 늦은 밤이나 새벽 쯤에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회의가 길어질 경우엔 다음날까지 연장해 진행된다. 기존 14개 의제 외에도 긴급상정 의제 등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회의가 끝나는 시간을 예측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다.

회의는 의제를 상정한 국가의 대표가 직접 안건을 발표하고 각국의 대표들이 의견을 내놓는 식이다. 따라서 우리가 안건을 발표한 뒤 일본도 반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일 양국 대표자 간 설전도 불가피해 보인다. 이 경우 수출 규제 조치 발표 이후 처음으로 양국 고위급 관료가 공식적 자리에서 논쟁을 벌이게 된다.

회의가 한국에 유리하게 끝나더라도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하거나 구속력을 지닌 결론이 나오진 않는다. 다만 정부는 WTO 제소에 앞서 국제 여론을 한국에 유리하게 만드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일본 수출규제 조치가 글로벌 공급망과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할 전망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을 수석대표로 대표단을 꾸렸다. 김 실장은 ‘통상통’으로 꼽히는 통상전문가다. WTO 한일 수산물 분쟁 상소기구 심리서 최종 승소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실장급 고위 관료가 WTO 일반이사회에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통상적으로 각 회원국 제네바 주재 대사가 수석대표로 참석해왔다. 이번 회의는 우리 정부의 요청에 따라 일본 수출규제 조치가 정식 의제로 상정되는 만큼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고위급 책임자가 나섰다.

일본 측 대표는 야마가미 신고(山上信吾) 외무성 경제국장이다. 경제국장은 우리나라의 실장급보다 직급이 낮다. 야마가미 국장은 이번 회의에서 최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같은 날 유명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일본 조치에 대한 공조를 요청하기 위해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유 본부장은 27일까지 미국에 머무르며 정부·의회 관계자 등을 만나 한국의 입장을 설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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