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민 덮친 공포의 백색테러…친중파 배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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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폭행…만삭의 임산부, 의원, 기자 등 45명 부상

임보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7-23 15:54:29

▲21일(현지시간) 밤 홍콩에서 백색테러가 벌인 무차별 폭행에 부상입은 요리사 쑤(蘇) 씨의 모습 [사진=香港01]

지난 21일(현지시간)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 후 이날 저녁 신원 미상의 흰 옷을 입은 남성들이 시위대와 시민을 가리지 않고 무참히 폭행해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홍콩01(香港01) 보도에 따르면 이날 저녁 6시쯤 홍콩 위안랑(元朗) 지하철 역 부근에 있던 흰 옷을 입은 남성들 100여명이 무리를 이뤄 밤 10시 38분쯤 각목과 쇠파이프 등을 휘두르며 역사 안으로 갑자기 들이닥쳤다.

송환법을 반대하는 시위대가 입고 있던 검은 옷과 반대로 흰 옷을 입은 이 무리는 역사 안에 있던 시민들을 폭행하기 시작했고 이를 피해 달아나는 사람들을 쫓아 지하철 객실 안에서까지 폭력을 휘둘렀다. 이들은 시위대 뿐 아니라 만삭의 임산부, 기자, 의원, 요리사 등 시위와 관계없는 일반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지하철 역사와 객실 내부는 아수라장이 됐다.

현장에 있던 린줘팅(林卓廷) 입법회 민주당 의원은 남성들에게 곤봉과 우산 등으로 집중 폭행 당해 얼굴에서 피를 흘렸으며 역시 현장에 있던 ‘입장신문(立場新聞)’ 여성 기자는 땅바닥에 쓰러진 채 흰 옷을 입은 남성들에 의해 30초 동안 구타를 당해 머리와 손 등에 부상을 입었다.

이날 밤 9시 50분쯤 퇴근하고 위안랑 역 근처를 지나가던 요리사 쑤(蘇) 씨는 흰 옷을 입은 무리들이 갑자기 자신에게 달려들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증언했다. 쑤 씨는 이들이 자신에게 ‘무차별 폭행’을 가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피해 달아나는 쑤 씨를 쫓아오며 때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들은 술 취한 게 아닌, 맨 정신이었다”며 “매우 공포스러웠다”고 밝혔다. 쑤 씨는 이로 인해 심각한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홍콩 위안랑(元朗) 지하철 역사 안에서 흰 옷 입은 남성 무리가 열차 객실 안의 승객들을 향해 위협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사진=香港01]

역사와 객실 안은 이들의 폭행을 피하려는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적지 않은 사람들이 흘린 피로 아수라장이었다. 지하철 직원은 오후 10시 45분 이 장면을 목격하고 2분 뒤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즉시 현장에 오지 않았다. 경찰은 45분이나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지만 바로 용의자들을 검거하지 못했다.

흰 옷을 입은 무리들이 역사와 객실 안에서 폭행을 자행할 때, 친중파 인사인 허쥔야오(何君堯) 입법회 의원이 근처에서 이들 무리와 악수를 하며 이들을 향해 “수고한다”며 “당신들은 나의 영웅(你哋係我英雄)”이라고 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흰 옷을 입은 무리가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을 때린 건 (나와) 아무 관계도 없다”며 “나는 저녁을 늦게 먹고 지나가다 많은 이들이 나를 알아봤고 그들은 홍콩 치안을 위해 애쓰는 경찰을 지지하는 나의 의견에 공감하며 그저 사진 같이 찍자고 요청했을 뿐이다”고 해명했다.

홍콩 행정부는 22일(현지시간) 새벽 00시 16분 성명을 통해 “정부는 어떤 형태의 폭력도 강력히 규탄하며 심각히 법 집행을 할 것이다”고 흰 옷 무리가 자행한 폭력에 대해 강력히 규탄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 장관은 이 백색테러를 ‘위안랑 역 사태’라 부르며 이를 “분노를 일으키는 폭력 행위다”고 규정했다. 이어 “현장에서 다친 시민들과 언론인들에게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의 배후에 친중파와 홍콩 정부가 관련돼 있다는 의혹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만일 이번 테러의 배후에 중국이나 친중 세력의 존재가 확인된다면 홍콩 시위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과격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홍콩 내 유혈 충돌은 물론 반중 시위 역시 전례 없이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임보련 기자 bll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