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윤모 장관 “日 근거 없는 수출통제 원상회복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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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일본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에 의견서 제출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7-24 11:14:23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이하·산업부) 장관이 일본에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성 장관은 일본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철회와 수출통제 강화 조치는 즉시 원상회복 돼야 한다며 강조했다.

산업부는 지난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입법 예고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24일 밝혔다. 성 장관은 “이미 시행 중인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근거 없는 수출 통제 강화조치는 즉시 원상회복 돼야 한다”며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려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역시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지난 4일부터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통제 강화조치를 시행했다. 아울러 이번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은 15년 이상 화이트리스트 국가로 인정해 오던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시켜 수출 통제를 대대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성 장관은 “이는 60여년 이상 긴밀하게 유지·발전돼 온 한·일 경제협력 파트너십과 동북아 안보협력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엄중한 사안이다”고 밝혔다.

성 장관은 한국의 수출통제 제도 미흡, 양국간 신뢰관계 훼손 등 일본이 내세우는 이번 조치의 사유는 모두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국 간 경제협력, 우호관계의 근간을 흔드는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사전 협의도 없이 입법예고한 것에 대해 한국 정부는 다시 한 번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전했다.

성 장관은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네 가지로 나뉘어 전달했다. 먼저 “일본은 한국의 재래식 무기 캐치올 통제가 불충분하다고 하지만 이는 한국의 수출통제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바세나르체제(WA), 핵공급국 그룹(NSG), 호주그룹(AG),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등 4대 국제 수출통제 체제의 캐치올 통제 도입 권고지침을 모두 채택했다는 것이다.

대외무역법,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 등 의무 이행을 위한 무역에 관한 특별조치 고시 등을 기반으로 재래식 무기 캐치올 통제에 대한 제도적 틀도 잘 갖추고 있다고도 전했다. 재래식 무기 캐치올 통제를 도입하지 않은 국가도 일본 화이트리스트에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일본이 한국의 캐치올 통제 제도만을 문제 삼는 것은 명백하게 형평성에 어긋나는 차별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양국 수출통제협의회가 개최되지 않았다고 해서 일본이 한국의 수출통제 제도를 신뢰 훼손과 연관시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전했다. 성 장관은 “2016년 6월 한국 주최로 개최된 제6차 협의회 이후 7차 협의회를 주최해야 하는 일본은 2018년 3월 국장급 협의회 일정을 제안해왔다”며 “이후 양국 간 수차례의 일정 조율이 여의치 않아 금년 3월 이후 개최하자는 우리 측 연락에 일본 측도 양해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으로서는 주최국인 일본 측의 새로운 일정 제안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일본 측이 7월 1일자로 금번 개정안을 발표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한국이 일본 측의 일방적 절차 진행에 따른 신뢰 훼손을 우려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세 번째로 “한국의 수출통제 관리는 산업통상자원부·원자력안전위원회·방위사업청 등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기관간의 긴밀한 협업 체계를 바탕으로 더욱 강력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인력규모 측면에서도 전략물자 허가·판정을 위해 110명의 전담인력이 3개 부처와 2개 공공기관에 배치돼 있어 일본에 비해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국제적 평가도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은 지난해 바세나르체제 전문가 그룹에서 제안된 안건 81개 중 19개를 제안하고 이중 10개를 통과시킨 최우수국가다. 최근에는 미국의 과학국제안보연구소가 재래식 무기도 포함해 실시한 전략물자 관리 평가에서 한국을 세계 17위, 일본을 36위로 평가하기도 했다.

네 번째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것은 국제 규범에 어긋나며 글로벌 가치사슬과 자유무역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것은 무역 장벽을 실질적으로 감축하고 차별적 대우를 철폐하고자 하는 WTO·GATT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성 장관은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하지 않으며 선량한 의도의 민간 거래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출 통제에 대한 회원국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바세나르체제의 기본 원칙에도 부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의 이번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한국기업은 물론 일본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근시안적인 조치임을 직시해야 한다”며 “유수의 해외 언론과 다수의 전문가들도 국제 분업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과 이에 참여하는 다른 국가와 기업들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성 장관은 양국의 기업과 국민들은 일본의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지난 60여년 이상 발전시켜 온 공생·공존의 한·일 간 경제협력의 틀이 깨지는 것을 결코 바라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성 장관은 “한국 정부는 이번 문제 해결 뿐 아니라 미래 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언제 어디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한·일 양국이 평등하고 호혜적인 자유무역질서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기자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