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 포함 WTO 개도국 지위 문제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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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출규제와 함께 통상분야 파장 예상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7-29 16:43:1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개발도상국(개도국) 지위 규정을 90일 내로 개정하도록 촉구했다. 미·중 무역협상을 앞두고 중국이 시장 개방 의무를 회피하는 데 개도국 지위를 이용한다는 이유로 취해진 조치이지만 이로써 한국도 개도국 지위가 위태롭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 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들이 WTO 규칙을 모면하는 특혜를 받기 위해 개도국이라고 주장하면서 WTO가 망가졌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그는 “더 이상은 안 된다. 오늘 미 무역대표부(USTR)에 이 국가들이 미국을 희생해 WTO 시스템을 속이고 미국이 희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현재 WTO 165개 회원국 중 약 150개 국가가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 WTO 개도국 지위 규정에 따라 개도국으로 인정받은 회원국은 시장 개방 조치에 대한 유예나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는 특혜가 주어진다. 공산품과 농산물에 대한 관세 인하 등 시장 개방에서 예외를 인정되며 WTO 분쟁 해결 과정에서도 유리한 지위가 인정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회원 가입 절차를 밟고 있는 국가 △주요 20개국(G20) △세계은행이 분류한 고소득 국가(2017년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 1만2056달러 이상) △세계 무역량의 0.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 등 네 가지 기준을 제시하며 해당국가를 WTO 개발도상국 지위에서 제외하도록 요구해왔다. 한국은 네 가지 기준에 모두 해당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문서에서 “브루나이, 홍콩, 쿠웨이트, 마카오, 카타르,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등 구매력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 기준 세계 10대 부자 나라 중 7개국이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고 있다”면서 이어 “멕시코, 한국, 터키 등 G20 회원국이자 OECD 회원국인 나라들도 이 지위를 주장한다”고 한국을 콕 집어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USTR을 통해 WTO 개도국 지위 규정의 개혁을 지시하고 해당 문서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서에서 “WTO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라는 낡은 이분법에 계속 의존하고 있는데, 이로써 일부 회원국들이 국제 무역에서 불공정한 이익을 얻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USTR은 WTO 규정 및 협상에서 유연성을 얻기 위해 개도국으로 선언하는 걸 막기 위한 모든 가능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서에서 “USTR이 90일 내로 이런 변화를 달성하기 위한 근본적인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면 USTR은 부적절하게 개도국으로 선언한 WTO 회원국을 더는 개도국으로 대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WTO가 미국의 요구대로 90일 이내에 개도국 지위 규정을 바꾸지 않는다면 미국이 독자적으로 일부 국가에 대한 개도국 지위 인정을 철회하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30~31일 중국 상하이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가질 예정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조치는 중국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 무역협상 직전 나온 이 조치는 중국 정부가 미국산 상품을 더 구매하겠다는 새 조치를 약속하고 외국 기업을 위해 자국 시장을 더 자유화하도록 압박하는 데 목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2001년 WTO에 가입 당시 금융 통신 등의 시장 개방을 약속한 바 있으나 아직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미국의 비난을 받아왔다.

하지만 결국 한국에도 불똥이 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다. 한국은 현재 WTO에서 농업을 제외한 공산품과 서비스 분야에서는 개발도상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개발도상국 대우를 받고 있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7일 “미국은 그동안 개발도상국 지위와 관련해 WTO 회원국이 누리고 있는 특혜를 포기하라는 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왔다”며 “현재 적용되는 농산물 관세와 보조금은 차기 농업협상 타결 때까지 그대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앞으로 미국 등과의 무역협상에서 쌀 관세율이나 농업 보조금을 축소해야하는 부담을 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한국은 수입쌀에 대해 513%의 고율 관세를 부과해 국내 쌀농업을 보호하고 있다.

일본이 한국 제품에 대해 수출 규제 조치를 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장하는 ‘개발도상국’ 지위가 위태로워짐에 따라 우리 통상분야에 엎친데 덮친 격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선옥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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