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A에서 B로 강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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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건별로 개별 허가 받아야

임보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8-08 17:43:53

▲ 일본 정부가 7일 한국을 '백색국가'(수출관리 우대조치 대상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개정 시행령(정령)에 공포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관보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며 한국을 백색국가 분류에서 제외 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사무실에서 일본 관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7일 일본 경제산업성(경산성)은 관보를 통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시행세칙 성격의 포괄허가 취급요령 개정안도 경산성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이는 지난 2일 국무회의 결정에 따른 후속 절차로 이 개정안은 이날 관보 게재를 기준으로 21일 후인 28일에 시행된다.

한국이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면서 일본 기업 등은 군사전용이 가능한 1100여 품목의 전략물자를 우리나라로 수출하기 위해선 3년 동안의 일반포괄허가 대신 까다로운 수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비규제 품목도 일본 정부가 군사전용으로 판단을 하면 이 역시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국에 수출이 가능해진다. 경산성은 90일 정도 걸리는 수출신청 심사 과정에서 심사를 고의로 지연시킬 우려가 있고 막판에 제출 서류 보완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수출을 막을 수도 있다.

일본은 군사전용이 가능한 물품이나 기술을 일본 기업이 수출할 때 승인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상대국을 ‘백색국가’로 분류하고 우대했다.

경산성은 포괄허가 취급요령 개정안을 통해 백색국가와 비(非)백색국가로 구분해오던 기존의 수출 상대국 분류체계에서 A~D 그룹으로 재분류했다.

백색그룹 격인 A그룹은 27개국 중 한국을 뺀 26개국이 포함됐다. A그룹은 기존 백색국가와 마찬가지로 3년간 개별허가 절차가 면제된다.

한국이 포함된 B그룹은 특별 포괄허가를 받을 순 있으나 A그룹보다 대상 품목이 적고 그 절차가 복잡하다. 또 A그룹 국가는 원칙적으로 수출기업이 전략물자를 자율 관리하지만 B그룹 국가 수출 경우, 정부가 강제하는 규정을 준수하고 현장 검사도 받아야 한다.

지난 2004년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로 지정한 후 한국을 A그룹에서 B그룹으로 강등시킨 건 이번이 처음이다.

C그룹에는 그룹 A, B, D에 속하지 않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포함돼있다.

D그룹은 수출관리 업무상 신뢰도가 가장 낮다고 일본 정부가 판단하는 국가로 북한, 이라크 등 10개국이 들어 있다.

경산성은 명칭 변경 이유로 일본의 수출관리 제도에 관한 국내외 실무자와 관계자 이해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일본은 이번에 기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 외에 추가로 한국을 겨냥한 개별허가 강제품목을 추가 지정하지 않았다.

경산성은 지난 7월 4일 군사 전용 우려가 큰 1차 리스트 규제 품목으로 고순도 불화수소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을 개별허가 품목으로 지정했다.

일본 정부가 개별허가 대상 품목을 추가로 지정하지 않음에 따라 일본의 수출 규제로 당장 영향을 받는 기업은 일단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에만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