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미사일 시험 중 폭발…제2의 체르노빌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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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5명 폭사…심각한 방사능 유출 확인

임보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8-15 00:03:30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에서 열린 안전보장 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러시아 정부는 12일(현지시간) 최근 러시아 북부 아르한겔스크주 세베로드빈스크시 인근 해상 군사훈련장 폭발사고가 핵과 관련한 신무기 개발 중 발생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이 사고로 18만 명이 거주하는 세베로드빈스크 일대에 심각한 방사능 유출이 발생하면서 ‘제2의 체르노빌’ 우려가 벌어지고 있다.

타스, 인테르팍스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다르면 러시아 ‘기상환경감시청’은 이날 보도문을 통해 북부 아르한겔스크주 세베로드빈스크 지역 ‘뇨녹스크’ 기지에서의 미사일 엔진 폭발로 당일 낮 12시쯤 인근 도시 세베로드빈스크의 방사능 수준이 평소의 16배까지 올라갔다고 밝혔다. 이 지역은 핵미사일 발사 시험장으로 알려진 곳이다.

기상환경감시청은 “8일 낮 12시에 세베로드빈스크의 ‘방사능상황자동감시센터’ 8곳 가운데 6곳에서 감마선 수준이 해당 지역 평균 수준보다 4~16배 높아진 것이 포착됐다”면서 “최고 수준이 시간당 0.45~1.78 마이크로 시버트(μSv)까지 올라갔다”고 발표했다. 세베로드빈스크에서의 방사능 수준 평균치는 시간당 0.11μSv로 알려졌다.

이어 6개 센터에서의 방사능 수준이 낮 12시 30분에는 0.21~0.44μSv로 떨어졌고 오후 1시에는 0.13~0.29μSv, 오후 2시 30분에는 0.13~0.16μSv으로 내려오면서 서서히 정상화됐다고 기상환경감시청은 설명했다.

지난 8일 러시아 북부 세베로드빈스크 인근 뇨녹스크 해상 군사훈련장에서 미사일 추진체 폭발 사고가 발생하면서 5명이 숨졌다. 이번 폭발 사고로 숨진 5명은 국영 원전기업 소속 과학자였다고 현지언론 및 APF 통신 등이 보도했다.

러시아 원자력공사 ‘로스아톰(ROSATOM)’의 알렉세이 리하초프 사장은 12일 사망한 과학자들을 위한 영결식에서 ‘새로운 특수제품’ 시험 과정에서 비극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군수산업계는 무기나 군사장비 시제품을 ‘특수제품’이라고 부른다.

로스아톰 측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지난 주말에는 “자사 과학자들이 미사일의 ‘동위원소 동력원(isotope power source)’을 위한 공학적 및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미사일용 동위원소 동력원은 사정거리를 증가시키기 위한 소형 원자로 탑재를 의미한다. 이는 폭발 사고로 숨진 사망자들이 신무기 개발 과정에 핵과 관련한 지원 활동을 하고 있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제프리 루이스 미국의 핵 전문가는 지난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사고 당시 위성 사진을 보면 주변 해역에 핵연료 운반선이 있었다”면서 “원자력을 동력원으로 하는 최신의 순항미사일 ‘9M730 부례베스트닉(Burevestnik)’ 실험에서 폭발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는 부례베스트닉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공개한 원자력 추진의 최신 순항미사일이다. 소형 원자력 엔진으로 비행하는 미사일로 이론상 사거리가 무제한이다. 이뿐만 아니라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낮게 날 수 있으며 적 레이더망을 피해 항로 변경이 가능하다. 러시아가 부례베스트닉 개발에 착수한 것은 2002년쯤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은 이번 폭발 사고는 부레베스트닉에 탑재된 소형 원자로가 고장을 일으켰거나 폭발했을 가능성으로 분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수천 명이 사망한 체르노빌 폭발 사고보다 작은 규모지만 러시아 정부의 느리고 불투명한 정보와 정부에 대한 불신 탓에 체르노빌 재난과 마찬가지로 주민들의 불안감을 커지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사고가 발생 직후 러시아 당국은 “단순한 폭발사고이며 방사능 유출은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 당시 인근 지역의 방사능 수치가 평균 수준의 20배 이상을 훌쩍 넘긴 것이 알려지면서 러시아 정부가 방사능 유출 은폐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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