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미국 총기난사 사건,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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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련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8-17 16:10:53

최근 들어 미국에서 연이은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7월 27일 뉴욕 브루클린 총기 난사 사건부터 같은 달 28일 길로이 마늘 축제 총기 난사 사건, 8월 3일 텍사스 월마트 총기 난사 사건 그리고 같은 달 4일 오라이오 데이턴의 총기 난사 사건 등, 총기로 인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건의 용의자들은 백인 우월주의를 내세우거나, 특별한 이유없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 사망자 20명, 부상자 26명이 발생한 텍사스 엘패소 월마트 총기 난사 사건의 용의자는 21살의 백인 남성으로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하는 오전 10시, 마트에서 총기를 난사했다.

때문에 개학을 앞두고 있던 많은 학생들이 희생당하고 말았다. 그는 범행 전 성명서를 작성했는데, 그의 성명서에는 ‘자신이 사랑하는 텍사스와 주정부를 히스패닉이 장악할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텍사스 월마트 사건이 발생한 지, 채 하루가 지나지 않은 다음날 오하이오 데이턴 내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모두 9명이 사망하고 많은 부상자가 발생해, 미국 전역에 큰 충격을 주었다.

연이틀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 내에서도 총기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미 민주당 하원의장은 총기 규제 강화 법안의 처리를 강력히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임을 언급했지만 지금까지 미국 내 총기 규제 법안은 의회를 통과한 적이 없다.

총기 규제 법안 처리의 발목을 잡는 것 중 하나는 미국총기협회(NRA)의 로비다. 미국총기협회는 1400만 명에 육박하는 회원과 연간 수억 달러의 막대한 자금으로 정치인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NRA의 회원 수는 미 전체 인구의 4% 정도에 불과하지만, NRA가 지난 2018년 정치권에 뿌린 금액은 무려 1억 115만 달러(약 1079억원)로 추산된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통령 선거뿐 아니라 연방·상하원의원 선거에서 강한 힘을 발휘한다. 특정 후보자가 ‘총기 규제’를 하려고 하면 낙선 운동을 펼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대대적인 지원에 나선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지난해 발생한 플로리다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의 총기 사건이 발생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NRA에 대해 묻자 “이번 사건을 계기로 NRA가 성찰하기 바란다”는 모호한 답변을 한 바 있다.트럼프 대통령 역시 2016년 대선기간 동안 NRA로부터 3119만 달러(약 336억원)을 받아, 가장 큰 혜택을 본 것으로 알려진다.

총기 규제 걸림돌의 두 번째 문제는 미국 헌법이다. 미국 수정 헌법 2조를 보면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State)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시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 조항을 근거로 내세워 총기 규제가 미국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수정 헌법 2조는 미국 건국 초기시절인 1791년 제정됐다. 당시 미국에는 군대가 없어 자신들 스스로 재산과 목숨을 지켜야했기 때문에 헌법에 이와 같은 조항이 명시된 것이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개헌을 노려볼 수도 있지만 개헌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 헌법상 상하원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하다. 또한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총기 규제를 반대하고 있어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

연간 미국에서 정당방위로 보고되는 건수는 약 3만 건 이상으로 누군가는 총기를 소유해 목숨을 구했다는 이야기다. 즉 총기 난사 사건으로 인한 사상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총기 덕에 생명을 구했다는 것이다. 이 부분만 보면 무조건 총기 휴대를 금지시킬 수만는 없는 노릇이다. 이뿐 아니라 미국은 광활한 국토를 가진 나라 중 하나로 모든 지역을 경찰이 치안을 담당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스스로 목숨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총기 소유는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총기 규제는 필요할 수 있지만 국내의 사례만 봐도 총기 규제가 총기 난사 사건을 100% 방지한다고는 할 수 없다. 살상용이 아닌 단순한 수렵용 공기총 등도 흉기로 둔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총기 규제를 막는 또 다른 이유는 다양성이다. 미국은 백인부터 히스패닉·흑인·아시아인·원주민 등 다양한 인종들로 구성돼 있고 또 다양한 종교들로 구성돼 있다. 서로 다른 문화와 습관, 모습 등에서 발생한 갈등이 혐오 및 증오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일차원적으로 총기 규제를 한다고 이미 소유하고 있는 총기가 사라지지 않는다. 인종차별을 받는 이들은 더 쉽게 범죄에 노출되기 때문에 총기 규제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총기 소유는 필요악이다. 토마스 제퍼슨 미국 제3대 대통령은 “자유가 부족해서 오는 불편함보다 자유가 넘쳐나서 오는 불편함을 겪겠다”고 말했다. 많은 미국인들은 자유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미국의 건국이념은 자유다. 계속해서 총기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여전히 총기 소유에 대해서는 스스로의 선택이자 자유라고 생각한다.

자유를 바탕으로 건국된 미국 내에서 미국은 미국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유를 지키면서 동시에 국민들도 같이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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