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일왕 “과거에 깊은 반성”…아베 ‘반성·책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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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력 정치인들, 야스쿠니 참배…우익들 “대동아전쟁, 침략 아냐”

임보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8-17 00:18:40

▲ 15일 일본 도쿄에 위치한 닛폰부도칸에서 전국전몰자추도식이 열렸다. 사진은 NHK뉴스 갈무리 [사진=뉴시스]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전쟁 종전 74주년을 맞아 열린 기념행사에서 나루히토(德仁) 일왕은 부친과 마찬가지로 “과거에 대해 깊은 반성을 한다”고 밝혔다.

광복절을 맞은 15일 일본 정부는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에 있는 ‘닛폰부도칸(日本武道館)’에서 태평양전쟁 종전(패전) 74주년 기념행사인 ‘전국전몰자추도식’을 열었다.

이날 추도식에는 지난 5월 1일에 새로 즉위한 나루히토 일왕 내외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참석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첫 전몰자추도행사 기념사를 통해 “전몰자를 추도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날을 맞았다”며 “소중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사람과 유족을 생각하며 깊은 슬픔을 새롭게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종전 이후 74년간 여러 사람의 부단한 노력으로 오늘날 우리나라(일본)의 평화와 번영이 구축됐지만 많은 고난에 빠졌던 국민의 행보를 생각할 때 정말로 감개무량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후 오랫동안 이어온 평화로운 세월을 생각하고 과거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深い反省)을 한다”고 말했다.

또 “두 번 다시 전쟁의 참화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간절히 원한다”며 “세계 평화와 일본의 발전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나루히토 일왕이 이날 ‘깊은 반성’ 발언을 한 것은 부친인 아키히토(明仁) 전 일왕의 유지를 이어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키히토 전 일왕은 2015년 추도식 때부터 ‘깊은 반성’이라는 발언을 해왔다.

이날 기념행사에 같이 참석했던 아베 총리는 아시아 주변국들을 침략했던 가해자로서 어떤 책임이나 반성에 대한 언급을 일절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번영은 전몰자 여러분의 고귀한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이다”며 “다시 한번 충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바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는 전후 일관되게 평화를 중시하는 나라로서 한길을 걸어왔다. 역사의 교훈을 깊이 가슴에 새겨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힘을 다해왔다”며 “전쟁의 참화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세대, 내일을 살아가는 세대를 위해 국가의 미래를 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교도통신은 2012년 말 총선에서 이겨 재집권을 시작한 아베 총리가 2013년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8·15 종전 기념행사에서 가해자로서의 일본 책임을 거론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 제74주년 종전 기념일인 15일 일본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를 찾은 시민들이 참배하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에는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 14명과 전몰자 246만여 명의 위패 및 전쟁과 전투의 의미를 담은 각종 무기가 전시돼 일제 침략전쟁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베 총리는 이날 일제 침략전쟁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靖國神社)에 개인 명의로 공물을 보냈으나 참배는 하지 않았다.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고려해 2012년 이후 7년째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교도통신이 설명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가 참배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총리가 개인의 입장에서 판단했다. 정부 차원에서 답변은 피하겠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의 측근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간사장 대행과 자민당의 차세대 유력 주자인 고이즈미 신지로, 사토 마사히사 일본 외무 부대신, 기우치 미노루 환경부대신 등 여야 우익 의원들로 구성된 ‘다 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일본 의원 50여명은 야스쿠니를 참배했다. 이 단체 의원들은 매년 종전일과 춘·추계 예대제 때 집단으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고 있다.

일본 내 우익단체들은 이날 야스쿠니 신사 인근 거리에서 전범기와 ‘대동아전쟁은 침략전쟁이 아니다’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일왕을 찬양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홍보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제국주의 일본군복을 입은 우익들은 장총을 들고 태평양 전쟁 당시의 전쟁 주역들을 추모하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군복을 입고 오른손을 하늘로 향하는 나치식 경례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신사 곳곳에는 제국주의 일본군의 상징인 전범기가 펄럭였다.

야스쿠니 신사는 근대 일본이 일으킨 크고 작은 전쟁에서 숨진 사람들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이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한 246만 6000여명이 합사돼 있다. 실제로 위패와 유골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합사자 명부가 있다. 이곳에는 일제의 군인이나 군속으로 징용됐다가 목숨을 잃은 조선인 2만 1181명도 합사돼 있다.

이에 따라 야스쿠니 신사는 우익들의 성지이며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불린다. 일왕은 1975년 참배를 중단했으며 아베 총리는 지난 2013년 한차례 참배해 한국과 중국의 거센 반발을 받았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임보련 기자 bll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