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R의 공포…경기 침체의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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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증권 “채권 등 안전자산에 대한 포지션 유지나 확대가 효과적”
SK증권 “장단기 금리 역전이 그 즉시 경기침체를 의미하진 않아”

이은실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8-18 17:44:42

금리 역전에 따른 침체(recession) 우려와 주요 가격 변수들의 변동성 확대는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라고 대신증권은 분석했다.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한 동시에 장단기 금리의 역전이 나타난 원인으로 미중 간의 무역갈등으로 촉발된 불안과 글로벌 성장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다.

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 국채시장에서 벤치마크인 TB 10년 금리가 전일보다 9bp 하락한 1.52%를 기록했다. 다른 금리들 역시 큰 폭으로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대표 단기금리인 TB 2년 금리는 1.48%를 나타냈는데, 지난 14일 장중한때 두 금리가 서로 역전을 보이기도 했다. 초장기물인 TB 30년 금리는 2%를 하회,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보고서에서는 이미 기준금리 인하를 개시한 미국이외에 ECB, BOJ 등과 같은 여타 주요 중앙은행들은 완화적인 통화정책 행보에 동참해 채권 랠리를 이끌었다. 통상적으로 장단기 금리의 역전은 향후 경기가 침체될 수 있다는 사전 시그널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금리 하락과 역전은 미국뿐만 아니라 상당수 국가들에서도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킨다. 이에 따라 이번 금리 역전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의 이른바 ‘R’에 대한 공포는 상당 기간에 걸쳐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장단기 금리 역전과 경기 침체 간에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여전히 명확하게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알려진 만큼 이번 역전 이후 통화당국 차원의 대응과 채권시장의 반응을 좀 더 주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채권시장에서 형성되는 장단기 금리는 소위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경로로 금융기관들의 대출 태도나 위험 선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금리가 역전됐다는 사실 보다는 추후 역전이 지속되는 기간 등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략적인 관점에서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와 가격 변수들의 높아진 변동성 위험을 감안할 때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보다는 채권 등 안전자산에 대한 포지션 유지나 확대가 상대적으로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미 큰 폭으로 낮아진 금리와 채권가격 역시 큰 폭의 변동성 확대 부담에 노출된 만큼 보유자산 내에서 현금 비중 확대 역시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는 입장을 밝혔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 또한 “수익률 곡선의 변화를 보면 장단기 금리의 역전이 머지않아 도래할 경기 침체의 신호임은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연준의 자산 매입에 따른 금리의 구조, 경기선행/동행지수의 정성적 판단 등에 의하면 침체의 시기가 코앞에 닥쳤다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SK증권이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금리 역전의 정도나 기간과 같은 정량적인 지표보다 경기선행/동행지수를 통한 정성적인 판단이 보다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현재의 미국 경기 지표들은 경기선행지수(ISM 제조업지수, 비국방 핵심 자본재 수주, 건축허가 등)는 일제히 둔화되는 가운데 동행지수(소매판매, 산업생산 등)는 아직 견조함을 볼 수 있다. 특히 소비는 미국 경제를 이끌고 있기까지 하다. 선행지수는 향후의 방향성을 시사하지만 그것만으로 침체의 신호가 임박했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분석이다.

과거 유사 사례와 현재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에는 연준이 보유한 2조 달러 규모의 미국채가 변수지만 과거에는 많아야 7 천억 달러 정도의 미국채를 연준이 보유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3차에 걸친 양적완화(QE)를 하는 동안 연준이 순매수 주체가 돼 2조 달러를 더 사들였다. 이는 자연히 시장 금리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게다가 연준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라는 장치를 통해 단기채를 매도하고 장기채를 매수하기도 했다. 지난 1년반동안 자산 긴축을 하는 과정에서도 잔존만기가 짧거나 단기물일수록 상환되는 비중이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안 연구원은 “이 모든 것은 과거에 비해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를 인위적으로 좁혀나가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며 “장단기 금리의 역전이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시차가 기존 생각보다 더 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금융시장 부양은 현재진행형이긴 하지만 그것이 실물 경기의 부양으로까지 직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투자 사이클은 별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실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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